제프리 투빈 지음, 강건우 옮김, 라이프맵(02-728-0207) 펴냄, 3만8천원</font>
미국에서 정치적·사회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는 곳은 연방대법원이다. 종신직인 연방대법관들의 결정에 따라 적법 절차에 따른 수사, 정교분리, 언론 자유, 인종차별 금지, 존엄사와 낙태 허용 등 미국 사회 규범의 틀이 잡혀졌다. 연방대법관들은 미국 사회의 지향점을 가리키는 나침반이자, 넘어서는 안 될 선을 긋는 심판의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워터게이트 특종 보도로 닉슨 대통령을 하야하도록 만든 밥 우드워드가 동료 기자인 스콧 암스트롱과 함께 지은 은 그런 연방대법원의 역사를 다룬 고전으로 손꼽힌다. 기념비적인 진보 판결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얼 워런(1953~69) 대법원장 시절 이후 변화하는 연방대법원이 집중 조명됐다. 대법관들의 면면은 물론이거니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판결이 내려지는지가 상세히 소개됐다.
또 다른 언론인 제프리 투빈이 지은 은 의 속편이라 할 만한 저작이다. 이 변화의 초기 단계였던 1969~76년의 연방대법원을 관찰 대상으로 했다면, 은 그 이후 2005년 세상을 떠난 렌퀴스트 대법원장 시절까지의 연방대법원에 돋보기를 들이댔다. 이 시기 연방대법원은 민감한 이슈에서 거의 항상 ‘5 대 4’의 결정을 내렸다. 그만큼 사회도, 연방대법원도 첨예한 대립이 심화된 시절이었다.
가장 압권이었던 사건은 공화당 조지 부시와 민주당 앨 고어가 맞붙은 2000년 대선에서 플로리다주의 수검표를 중단시킨 판결이다. 이 판결로 조지 부시는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었지만, 연방대법원의 정치 개입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재검표가 이뤄졌을 경우 당선이 유력했던 앨 고어는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받아들이겠다”며 승복을 선언한다. 이것이 바로 미국 연방대법원의 힘이었다.
이외에도 연방대법원의 여러 판결을 둘러싼 논의 과정,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대법관들의 성격, 법철학, 개인적 친분관계와 내부 역학관계 등이 여러 일화와 함께 상세히 소개됐다. 다만 매끄럽지 못한 번역과 오자 등이 흠이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도로시 넬킨 지음, 김명진 옮김, 궁리(02-734-6591) 펴냄, 1만5천원</font>
황우석은 유난히 언론친화적이었다. 국외의 중요한 발표회장으로 기자들을 데려갔고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발 빠르게 언론사에 알렸다. 몇몇 기업체는 과학기술 관련 상품을 팔기 위해 언론을 통해 연구 성과를 강조한다. 과학이 전문적이고 복잡해지면서, 언론은 일반인이 과학 정보를 얻는 유일한 통로가 되었다. 언론은 과학 기사에 장밋빛 환상을 불어넣고, 메달 속보를 전하듯이 ‘최초’를 강조한다. 저자는 언론에 의해 정치화된 과학을 파헤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기획, 이상이 편저, 도서출판 밈(02-762-5154) 펴냄, 1만8천원</font>
‘복지의 확대’가 아니라 ‘복지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국가’ 없는 복지와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역동적 복지’ ‘보편적 복지’다. 저자들은 영미식 선별적 복지가 아니라 중산층을 포함하는 국민 모두가 복지의 주체가 되는 국가 복지 체계를 5가지 분야에서 살핀다. 5가지 분야는 일자리 불안, 보육 및 교육 불안, 주거 불안, 노후 불안, 건강 및 의료 불안이다.
데이비드 거손 지음, 남종영 옮김, 이매진(02-3141-1917) 펴냄, 9500원</font>
평범한 시민들이 일상에서 탄소를 줄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먼저 쓰레기를 줄이자. 쓰레기에는 스팸메일도 포함된다. 식생활에서는 고기를 덜 먹어야 한다. 온수를 적당히 쓰고 샤워 시간을 5분 이내로 줄이자. 설거지할 때는 물을 틀어놓지 말고, 땀에 절지 않는 한 옷은 한 번 더 입자. 퇴근하면 벗은 옷을 빨래바구니에 넣지 말고 옷걸이에 걸어두자. 그리고 주변에도 실천 방법을 퍼뜨리며 깐깐한 사람이 되자.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02-3142-3797) 펴냄, 1만2800원</font>
22억 남반구의 삶이 황폐화된 건 서양의 침략과 학살, 수탈 때문이다. 원죄가 된 첫 번째 범죄는 노예사냥이다. 오늘날 아프리카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아프리카인이 조국을 떠나 다른 대륙에 사는 결과를 낳았다. 두 번째 범죄는 무력 침략이다. 아프리카는 억지로 그어진 국경선을 갖게 되었고, 몇몇 부족은 절멸 위기에 처했다. 죄과는 ‘추한 계보’로 이어진다. 현재 세계화된 자본이 신자유주의 이념을 남반구에 강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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