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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 폭로전

god 3인방
등록 2009-12-24 11:53 수정 2020-05-03 04:25
god 3인방

god 3인방

유럽의 왕실에는 여왕님과 황태자님이 있다. 대한민국에는 연예인님이 있다. 만인의 추앙을 받고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된다. 연예인님 중에서 최고의 등급으로 아이돌님이 있다. 황궁만큼이나 금단의 영역으로, 아이돌님에 대해 입 한번 잘못 놀렸다간 1천만 안티의 매를 맞는다. 문제는 왕족은 평생 왕족이지만, 아이돌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

대한민국의 미소년 댄스그룹의 역사도 10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왕년의 인기는 인기이고, 오늘의 생계는 또 생계다. 그들 중에는 왕년의 신비주의를 벗어던지고 예능의 총알받이로 종횡무진하는 이가 하나둘이 아니다. 은지원·전진 등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고, 군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문희준은 김구라와 화해의 악수를 나누는 배포를 보여주었다.

모두가 쉽게 돌아오고 있는 건 아니다. 자리는 좁고 아이돌들은 쌓여 있다. 그런 숱한 ‘돌아온 아이돌’ 중에 요즘 내 눈에 쏙 들어오는 세 남자가 있다. 군대에 갔던 김태우가 방송에 복귀하면서 함께 등장하는 데니안과 손호영. 한때 뭇 소녀들을 눈물 범벅으로 만들던 god가 최근 몇 달간 나를 웃음 범벅으로 만들고 있다.

이들은 에 함께 나와 폭로전의 전초를 선보였고, 에서는 다리씨름으로 적절한 몸개그도 보여주었다. 에는 로맨틱 발라드 가수들의 패키지로 김태우가 테이, 알렉스와 같이 나왔지만 좀 밋밋했다. 역시 이들은 셋이 한꺼번에 등장해야 진짜 재미를 준다. 여성 그룹 S.E.S가 나름대로 폭로의 토크쇼를 벌였지만, 정작 재미를 준 건 게스트로 나온 이들이었다. 그리고 역시 백미는 였다. 는 과거 X맨과 비슷한 설정으로 연예인들의 물고 뜯는 폭로전으로 제법 짜릿한 웃음을 전해주었다. 최근에는 연예인 패밀리들이 단체로 나와 정신만 없어진 느낌이고, god의 세 남자가 나왔을 때가 정점이었던 것 같다.

이 셋의 중심은 김태우로, 팀의 제일 막내였으면서도 건방지고 버릇없기로는 최고다. 그런 김태우에게 철저하게 눌리는 데니안. 소심하고 좀스러운 캐릭터가 과거에 비해 마른 몸집과 잘 어울린다. 왕년의 팬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데니안의 캐릭터가 흥미롭다. 이렇게 둘만 있으면 공격과 수비의 구도로 단순해질 텐데, 여기에 손호영이 적절한 삼각의 축을 만든다. 사람 좋은 얼굴로 실실 웃으면서 양쪽의 치부를 툭툭 공개해버린다.

최근에는 tvN의 에서 이들이 묘한 의기투합을 이루었다. 김태우가 팬 10명과 함께 쌀 자장면 100그릇 먹기 도전에 나섰는데, 여기에 함께한 다른 두 친구의 성격이 극과 극. 데니안은 역시 살짝 와서 살짝 도와주고 갔고, 손호영은 그 외모와는 전혀 다른 먹성을 보여주며 10인분을 해결해주었다. 이렇게 가끔 채널을 돌리다 그들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에서 조마조마하며 웃음을 터뜨릴 준비를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들을 주축으로 새로운 버라이어티쇼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도 든다.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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