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세상이 100명이 사는 마을이라면, 그중 1명이 대학 교육을 받았고 2명이 컴퓨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6명이 60%에 가까운 부를 지니고 있고, 그들 대부분이 미국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세상이 단 4명이 사는 국가라면 어떻게 될까? 한 명은 대통령, 다른 두 명은 교통부와 문화부 장관이고, 나머지 딱 한 사람이 국민이라고 한다. 의 ‘뿌레땅 뿌르국’이 그렇다.
이 나라의 희한함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청년실업이 문제라고 하니, 정부는 만 40살까지를 미성년자로 지정한다. 그래서 온 국민은 밤 10시가 되면 PC방에서 나가야 한다. 그 국민은 취업에 도움이 될까 해서 자격증을 따려 애쓰는데, 정부가 선보이는 ‘사’자 돌림의 자격증이 참 많다. 정보처리기능사, 2급 번역사, 이런 걸 떠올리면 안 된다. 상상력이 부족하다. ‘천하장사’ ‘케로로 중사’ ‘자식 농사’ 중에서 하나 골라보시라.
아시는 바와 같이 대한민국의 정치·시사 코미디는 빈약하고 빈약하다. 그래도 ‘뿌레땅 뿌르국’이 구멍가게를 내놓고 살아보려 버둥대고 있다. 사실 참 힘들 거라 여겨진다. TV 뉴스를 틀면 온갖 부조리 개그들이 판치고, 심심하다 싶으면 정치인들이 몸개그도 남발해주신다. 게다가 정부는 극장에다 ‘대한늬우스’라는 복고풍 코미디까지 솔선해서 내걸고 있다. 예고편도 짜증나는 관객들에게 팝콘을 사러 갈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니, 한국 영화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도 같다.
‘뿌레땅 뿌르국’이 분투하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좀 약하다. 무엇보다 구체적이지 않다. 시사 코미디가 재미있는 것은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매번 관심이 집중되는 이슈를 소재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1년 쯤 뒤에 한국방송 홈페이지의 다시보기로 ‘뿌레땅 뿌르국’을 돌아보면, 저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탁탁 알아낼 수 있어야 정말 시사 개그의 순발력을 발휘한 거다. 걸핏하면 보도블록을 ‘도로 깐다고 도로야’라고 하는 건, 10년 전에도 10년 뒤에도 가능한 이야기다. ‘대한늬우스’가 논란이 되니, 1968년에 한강 개발을 선포하는 박정희 대통령의 ‘대한늬우스’ 영상을 가져와 보여주는 YTN의 이 훨씬 시원하다.
그럼에도 나는 이 코너에 강한 애착을 느낀다. 왜냐면 내가 저 나라에 가면 뭐가 될지 자꾸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대통령? 아니! 장관? 아니! 불과 25%의 확률이지만, 저 국민이 될 게 분명하다. ‘뿌레땅 뿌르국’은 당대의 시사를 정확히 때리고 있지는 못하지만, 작금의 감성만큼은 정확히 찌른다. 그늘을 만들어준다며 냉장고 박스를 주고, 박스를 만들기 위해 냉장고를 사고, 냉장고를 얻기 위해 공장을 만들며 50억원을 탕진한 대통령이 말한다. “이 모든 걸 누굴 위해서?” “국~민.” “국~민.” “국~민.” 그 깐죽거림이 절절히 마음에 와닿는 시대다.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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