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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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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

등록 2009-06-25 18:27 수정 2020-05-03 04:25
죽은 물, 살아 있는 물, 답 없는 물
‘수돗물과 다를 바 없다’와 ‘끓이면 물이 죽는다’는 견해가 팽팽… ‘생수 패션’ 등 보드리야르적 관점까지 등장해

■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독어독문과

“생수 한 병에 1억2천만달러.” 어느 포털 사이트의 대문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걸렸다. 중동의 갑부들이 마시기에도 너무 비싼 가격이다. 피라미드의 한구석에서 수천 년 전 파라오가 마셨던 생수병이 발견된 걸까? 아니면 누가 하늘나라에 가서 거룩한 성 예루살렘에 흐르는 생명수를 퍼 담아오기라도 한 것일까? 알고 보니, 짐바브웨의 일이란다. 무가베라는 대통령이 돈을 마구 찍어대는 바람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일어나, 생수 한 병의 가격이 졸지에 1억2천만달러가 됐다는 것. 거기는 여전히 1930년대 바이마르공화국인가 보다.

생수. 일러스트레이션 김중화

생수. 일러스트레이션 김중화

우물·펌프·수돗물, 물의 작은 역사

아마 요즘 세대는 ‘우물’이라는 것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어린 시절의 기억에는 우물이 존재한다. 도르래에 걸린 줄로 두레박을 내린다. 두레박이 수면에 닿으면, 우물 속 둥근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깨진다. 수면에 닿은 두레박은 바로 잠기지 않고 잠시 동안은 물 위에 그대로 떠 있다. 그러면 두레박 안으로 물이 들어가도록 줄을 흔들어 두레박을 비스듬히 누인다. 두레박이 잠기는 것은 순식간. 완전히 물에 잠기면, 줄을 잡아당겨 끌어올린다. 손에 닿는 그 축축한 줄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우물을 대체한 것이 바로 펌프. 집에 펌프를 설치하던 날이 기억난다. 땅속에 파이프를 박아넣기를 한나절, 처음 올라온 것은 시뻘건 흙탕물이었다. 하지만 계속 뿜어내자 차차 흙탕이 묽어지더니, 드디어 투명하게 맑은 물이 나온다. 펌프질을 할 때 어른들은 팔만 움직이면 된다. 하지만 덩치가 작은 아이가 물을 푸자면 손잡이에 몸 전체를 실어야 한다. 마치 시소를 타는 느낌. 말라서 물이 안 나올 때는 물을 한 바가지 붓는다. 그걸 ‘마중물’이라 부른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마중물. 이름이 참 예쁘다.

펌프와 나란히 수돗물도 있었다. 수돗물은 우물물이나 펌프물만큼 차갑지 않았다. 게다가 소독약 냄새도 섞여 있고, 수도관 사정이 안 좋은 시절이라 그랬는지 물을 받아놓으면 바닥에 뻘건 이물질이 깔리기도 했다. 하지만 한여름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달려와 꼭지에 입을 대고 마시던 수돗물의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거기에는 수도관의 시큼한 금속성 맛이 섞여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던가? 친구들과 차비만 달랑 들고 서울 남산 어린이회관에 간 적이 있다. 너무나 배가 고파 남산공원의 수돗물로 물배를 채운 기억도 난다.

생수라는 것을 처음 마셔본 것은 독일 유학을 가는 비행기 안에서였다. 물을 달라고 했더니, 루프트한자의 승무원이 둥근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물을 갖다준다. 마셔보니 설탕 빠진 사이다. 탄산가스 때문에 너무 써서 도대체 마실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정작 독일에 도착하니, 가는 집마다 다들 그런 물을 사마시고 있었다. 얼떨결에 따라 마시다 보니 나도 거기에 익숙해져, 나중에는 탄산이 섞이지 않은 물은 도대체 싱거워서 마실 수가 없게 되었다. 지금도 탄산수가 그리워지면, 아주 가끔 ‘페리오’라는 상표의 물을 사마시곤 한다.

‘죽은 물’과 ‘살아 있는 물’

생수를 처음 맛본 게 1994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물을 돈 주고 사마시던 시절은 아니었을 게다. 굳이 물을 사다 마시는 게 의아해서 물어보니, 독일은 지층 전체가 석회암으로 돼 있어 물에 석회가 너무 많이 섞여 있어서 그런단다. 하긴 그곳에서는 설거지를 하고 나서 꼭 천으로 물기를 제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잔이나 접시에 허연 석회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석회가 위 속으로 들어간다니 어쩐지 찝찝하긴 하다. 심지어 석회 섞인 물을 장복하면, 뚱뚱한 러시아 할머니들처럼 다리가 코끼리 다리가 된다는 속설도 있었다.

생수를 흔히 ‘광천수’(mineral water)라 부른다. 미네랄은 인체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에, 생수는 일반적으로 건강에 좋은 물로 여겨진다. 병에 담아 파는 생수에 수돗물보다 더 많은 광물질이 들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암반에서 직접 채취한 샘물이니 아마도 수돗물보다는 미네랄 함량이 더 높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우리나라 수돗물에 석회가 섞여 있는 것도 아닌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 생수의 소비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웰빙’이니 뭐니 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기 때문일 게다.

생수에 관해서도 많은 담론들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과학적 성분 분석에 기초해 수돗물이나 생수나 미네랄 함량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필수 미네랄까지 제거한 정수기 물보다는 차라리 수돗물을 먹는 편이 낫습니다. 우리나라 수돗물은 품질이 좋은 편이에요. 미네랄 함량도 생수와 견줘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강한 산화작용을 하는 염소의 농도가 높은 게 문제긴 한데, 수돗물을 끓였다가 식혀서 사용하면 해결이 돼요. 하루 정도 물을 받아두면 염소 냄새가 날아가기도 하고요.”

마시는 물의 취향도 변한다. 우물에서 퍼먹던 물을 이제 가게에서 사먹게 되었다. 사진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마시는 물의 취향도 변한다. 우물에서 퍼먹던 물을 이제 가게에서 사먹게 되었다. 사진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한방에서는 견해가 좀 달라, ‘죽은 물’과 ‘살아 있는 물’을 구별하는 모양이다. “우리가 자주 먹는 수돗물과 끓인 물은 죽은 물이다. 특히 끓인 물에서는 유익한 미생물이 모두 죽고 산소와 칼슘 같은 무기질의 양도 줄어든다. 이런 죽은 물을 자주 마실수록 우리 몸은 면역력을 잃어 ‘현대병’이란 이름의 이런저런 난치병에 시달리게 된다. 물고기와 화초가 끓인 물을 공급해주면 오래 살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도 죽은 물을 지속적으로 마시면 면역력을 잃어간다.”

물을 도형에 비유하는 담론도 있다. “물은 육각수와 오각수가 혼합돼 있는데 육각수 비율이 높을수록 치밀한 구조입니다. 육각수는 정상적인 생체분자의 주위에 많이 형성되고 돌연변이를 싫어합니다. 즉 정상적인 세포는 구조가 치밀한 물을 좋아하고, 비정상적인 세포는 구조가 느슨한 물을 좋아합니다. 구조가 치밀한 육각수가 많은 물은 암을 억제하며, 구조가 느슨하고 자유로운 물에서는 암의 증식이 촉진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이건 기사를 가장한 전기분해정수기 광고라, 얼마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어느 게 과학이고 어느 게 미신인가

물에 관한 심오한 형이상학도 존재한다. 는 책이 한때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사랑·감사’라는 글을 보여준 물에서는 완전한 아름다운 육각형 결정이 나타났지만 ‘멍청한 놈’ ‘바보’ ‘짜증나. 죽여버릴 거야’ 등과 같이 부정적인 말에는 마치 어린애가 학대를 당하는 듯한 형상이 나왔다.” 물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한다는 대목에서 물은 원시 애니미즘 신앙의 대상이 된다. 하긴 위의 담론들 중에서 어느 게 과학이고 어느 게 미신인지 솔직히 나 자신도 구별하기 어렵다.

물을 ‘실용성’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산업화 담론을 뛰어넘어, 최근에는 물의 사용가치보다 거기에 결부된 브랜드나 디자인 가치로 평가하는 탈산업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 정도면 가히 생수에 대한 보드리야르적 관점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수입 생수가 잇따라 등장하는 가운데 생수통을 하나의 패션 아이템처럼 들고 다니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외국 드라마나 스타들이 들고 다니는 물을 일부러 찾아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크게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물은 1200원짜리 피지워터(330㎖). 피지가 원산지인 생수로 미국 드라마 에서 주인공들이 들고 다니는 장면이 방영돼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패션 생수’라는 별칭도 붙었다.”

에이, 나는 그냥 수돗물이나 마셔야겠다.

<hr> 21세기 봉이 김선달들
20세기 가계부에 추가된 어색한 단어, 몸에 좋지도 깨끗하지도 않지만 ‘패션 액세서리’로

21세기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20세기 가계부 지출항목에 ‘생수’라는 어색한 단어를 추가했다. 봉이 김선달처럼 ‘지천에 널린 물’을 용기에 담아 공식 판매하기 시작한 건 1988년 서울 올림픽 무렵. 당시 외국 선수들을 위해 생수 판매를 일시적으로 허용했다가, 올림픽이 끝난 직후에 근거 법률을 바로 폐지해버렸다고 한다. 졸지에 범법자가 된 생수 생산업자들은 생수 판매를 계속 허용해달라며 헌법소원을 제출했고, 결국 헌법재판소는 ‘생수 판매 금지 조치는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행복추구권)를 침해한다’며 생수업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정부는 1995년 ‘먹는 물 관리법’을 제정해 생수 시판을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예수의 기적 같은 에비앙의 탄생

생수의 공식 명칭은 ‘먹는 샘물’. 그러나 빙하를 녹이고 200m 심층 바다에서 지하수를 뽑아내 ‘이것이 살아 있는 물(生水)이다!’라고 주장하는 순간, 수돗물과 보리차는 졸지에 ‘죽은 물’(死水)이 돼버렸다. 인간이 하루에 먹는 물 소비량은 약 2ℓ, 1년이면 730ℓ, 70년이면 5만1100ℓ. 평생 먹을 물을 프랑스 고급 생수 ‘에비앙’으로 채우려면 7700만원, ‘제주 삼다수’로 채우려면 2100만원 정도가 든다. 그러나 수돗물로 채운다면 단돈 1만6380원. ‘삶의 질’을 중히 여기는 21세기 현대인들은 제 몸의 70%를 차지하는 물의 수질 관리를 위해 수천만원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21세기에 갓 접어들 무렵, ‘물을 사먹는 데 돈 내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을 위해 생수회사들이 내놓은 마케팅 전략은 ‘약장수 수법’이었다. “이 물 한번 먹어봐! 10년 앓던 병도 단숨에 떨어져!”라는 약장수 멘트를 근사한 스토리텔링으로 바꾸고, 약냄새 팍팍 나는 그럴듯한 이름을 생수에 걸어 사람들을 현혹했다.

지자체는 병입한 물로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가치를 올리는 것으로 ‘브랜드화’는 좋은 방법이다. 몇몇 생수는 이제 ‘패션 아이콘’이 되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지자체는 병입한 물로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가치를 올리는 것으로 ‘브랜드화’는 좋은 방법이다. 몇몇 생수는 이제 ‘패션 아이콘’이 되었다. 사진 서울시 제공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에비앙. ‘에비앙’을 판매하는 다농에 따르면, 에비앙의 역사는 ‘예수의 기적’을 연상시킨다.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1789년, 눈 덮인 알프스산맥의 산자락에 위치한 마을 에비앙에 신장결석을 앓던 한 후작이 요양을 하러 왔다. 어느 날 마을 주민으로부터 ‘약효가 있는 우물물이 있다’는 귀띔을 받고 그 물을 구해 마신 뒤 신기하게도 병이 깨끗이 나았다. 이 우물물의 정체를 탐구한 결과, 알프스의 눈과 비가 15년에 걸쳐 녹고 어는 과정을 통해 정화돼 아주 깨끗하면서도 미네랄이 풍부한 물이었다. 이 우물을 소유하고 있던 마을 주민이 이 말을 전해 듣고 우물물을 팔기로 결심, 1878년 처음으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공식 승인을 받아 상업화한 물이 에비앙이다. 그러나 속지 마시라. 원래 신장결석은 아무 물이나 많이 먹으면 돌이 빠져나가 낫는 병이다(혹자는 맥주를 진탕 마시기도 한다).

어디 그뿐이랴. ‘이온수’니 ‘약수’니 ‘육각수’니, 약효 냄새가 나는 온갖 이름을 샘물에 붙여 팔았으니, 이건 물이 아니라 만병통치약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미네랄과 게르마늄이 함유된 물이 인체에 좋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없다. 그래서 이제는 ‘의약품으로 혼동할 우려가 있는 명칭은 쓸 수 없다’고 생수의 이름을 법으로 제한해놓았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생수회사의 심장을 서늘하게 만드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독일의 한 연구팀은 ‘광천수를 담은 플라스틱병이 남성 호르몬을 교란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의 수상생태계 환경오염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플라스틱병과 유리병에 담긴 광천수의 수질을 비교 분석한 결과 플라스틱병에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60%나 높게 검출됐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것이 남성호르몬을 교란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한 것이다.

살아 있는 세균이 많아 생수?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비싼 돈을 주고 생수를 사먹는 걸까? 21세기에 왜 이런 문화가 생긴 걸까? ‘수돗물이나 보리차보다 더 맛이 있어서’라고 생각하는 분도 많이 계실 것 같다. 실제로 ‘제주 삼다수’나 ‘볼빅’(Volvic)은 굉장히 맛있다. 볕이 좋은 수영장에서 선베드에 누워 볼빅을 마시며 폴 오스터의 소설을 읽는 것만큼 여유로운 휴가도 없다.

그러나 생수의 인기를 맛으로만 설명하긴 힘들다. 전세계적으로 ‘맛있는 생수 찾기’란 ‘해운대에서 잃어버린 머리핀을 찾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전세계는 지금 ‘맛없는 생수’ 천지다. 프랑스 생수 에비앙을 보라.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생수라지만, 에비앙처럼 맛없고 밍밍한 물이 또 어디 있을까? 언젠가 저녁 식사 자리에서 프랑스 친구에게 “프랑스 사람들은 에비앙이 맛있니?”라고 물어봤더니, 그가 내게 혀를 길게 늘어뜨리며 “맛없지!”(It sucks!)라고 화답했다(1990년대 섹스 심벌 킴 베이신저는 에비앙으로 머리를 감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가 에비앙으로 머리를 감는 이유는 맛이 없어서가 아닐까?).

“생수가 일반 물보다 더 깨끗하니까”라고 믿고 마시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얼마 전 한 국회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생수업체에 대한 환경부의 특별점검 결과 ‘수질 관리 부실’로 2년 연속 지적받은 업체가 생수업체의 절반인 11개 업체에 달했다. 최근 비정부기구(NGO)인 수돗물시민회의는 “수돗물, 생수 등 28가지 종류의 물을 검사 의뢰한 결과 수돗물에서는 미생물이 나오지 않았고 생수에서는 일반 세균 등 미생물이 나왔다”고 밝혔다. ‘살아 있는 세균들이 많아서’ 생수인가.

생수 한 병을 마시는 것은 자동차를 1km 운전하는 것과 동일한 정도로 환경에 영향을 주며, 생수 1ℓ를 만드는 것이 같은 양의 수돗물을 생산할 때보다 600배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환경단체들이 2조원이 넘는 생수산업에 반기를 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우리는 생수를 마시는 걸까? 아마도 21세기 ‘생수’는 이제 ‘패션 아이콘’이 아닐까 싶다. 뉴욕에서 나온 ‘탭드 뉴욕’(TAP’D NY), 비타민이 함유된 ‘글라소 비타민 워터’(Glaceau Vitamin water), 영국의 ‘티낭’(Ty Nant)의 세련된 디자인을 보라. 어쩜 그렇게 마시고 싶게 만들어놓을 수 있을까? ‘탭드 뉴욕’은 역삼투압 방식으로 정수한 최첨단 과학기술 물이고, 글라소 비타민 워터는 총 15가지 맛에 비타민과 칼슘, 글루코사민, 칼륨, 마스네슘, 아연 등을 첨가했다.

비싼 건 그놈의 ‘병’ 때문

심지어 개가 마시는 생수도 나왔다. 제주산 생수에 감귤나무 목초액, 자일리톨, 키토산 등을 넣은 애견용 생수 ‘다나안’은 자일리톨 성분이 애견의 입냄새를 제거해주고 변냄새 제거 효과도 있다. 1.5ℓ 한 병에 3천원에 판다.

생수가 비싼 것은 물 때문이 아니라 그놈의 ‘병’ 때문이다. 4800m의 알프스산맥(에비앙), 해저 200m 이하에 존재하는 청정한 고유수(마린워터), 캐나다산 빙하수(휘슬러), 프랑스산 탄산수(페리에), 남태평양 피지 지하 암반에서 뽑아내 암반수(피지워터), 핀란드에서 수입한 자작나무 수액(버치샙) 등 전세계 산천에서 귀하디 귀한 물들을 한반도까지 공수하려니, ℓ당 1만원이 넘을 수밖에.

그다지 몸에 좋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고, 지구에 유익하지도 않지만, 생수는 이제 휴대전화처럼 ‘패션 액세서리’가 됐으며, 상류사회에 대한 ‘대리 체험’이자 ‘자기 과시 소비’의 아이템으로 ‘21세기 필수품’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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