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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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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뽀송한 것을 애타게 찾아서

등록 2008-07-04 00:00 수정 2020-05-03 04:25

장마철에 푹 젖지 않고 지내는 방법… 추리닝 대신 파자마, 연애 대신 숙면의 자유

▣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나는 침대에서 작용하는 강력한 중력의 자발적 포로다. 나는 푹신한 침대를 사랑하고, 침대가 허락해주는 편안한 숙면을 무엇보다 아낀다.

여름철, 그 가운데서도 특히 장마는 나에게 힘든 시기다. 일단 잠이 너무 많이 온다. 과학적 근거도 있다. 장마철에는 체내 수면 리듬을 관장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왕성해진다. 당연히 잠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수면의 질이다. 지난겨울 함께했던 포근한 솜이불이나 부드러운 초극세사 매트는 장마와 영 어울리지 않는다. 장마철 습기를 머금고 있는 두꺼운 솜이불은 물 먹은 하마와 같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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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새롭게 발견한 것이 바로 워싱 스프레드 소재 침구다. 올록볼록 엠보싱 처리된 워싱 스프레드 침대 매트와 이불은 여름철 최선의 선택. 얇고 가벼운 탓에 겨울철 침구만큼 포근함을 주지는 못하지만 대신 땀에 젖어도 금세 마르고 세탁도 쉽다. 워싱 스프레드 베갯잇 안에 라벤더 향기가 나는 베갯속을 넣어놓으면 어느 정도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장마철에 침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잠옷이다. 공기를 입고 자는 게 최고라는 사람도 있지만, 실험해본 결과 별로 숙면에 도움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기분만 이상해진다. 게다가 살다 보면 혹시 도둑이 들어올 수도 있는데, 알몸으로 숨쉬고 있는 조물주의 작품을 목격하면 크게 당황할 수 있다. 습기와 땀을 잘 흡수하는 면 소재 파자마 정도는 입어주는 편이 숙면을 위해서도, ‘도선생’을 위해서도 좋다. 잠옷 대신 ‘추리닝’을 입으면 된다고 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 역시 그릇된 생각이다. 추리닝을 입게 되면 이게 잠옷인지 활동복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시점이 반드시 온다. 무엇보다 추리닝은 장마철에 눅눅해지기 쉽다. 얇고 뽀송뽀송한 파자마가 최고다.

장마철 편안한 밤을 보내기 위한 마지막 단계는, 피끓는 청춘에게는 미안한 주문이지만, ‘연애금지’다. 연애와 장마철 숙면은 어울리지 않는다. 연애가 본격 궤도에 오르면 심야에 걸려오는 전화에도 최대한 성심성의껏 응대해야 한다. 그 내용이란 대부분 놀랍도록 시시한 이야기뿐이다. 휴대폰 통화 3분이 넘을 경우 귀에 땀이 차고 슬슬 두통이 밀려오는 체질이라면 장마철 연애는 시도하지 않는 편이 좋다. 가뜩이나 덥고 습기 많은 장마철에 애인을 옆에 두고(심지어 부둥켜안고) 자는 것도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대단히 어리석은 짓이다. 새벽에 문득 깨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36.5도짜리 인간 난로는 ‘푸우푸우~’ 하며 이산화탄소를 끊임없이 배출할 뿐만 아니라 가끔씩 이상한 소리도 낸다! 방 안의 희박한 산소를 나눠줄 만큼 아끼는 사람이 아니라면, 습기 많은 장마철에는 잠시 연애를 멀리하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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