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자본주의야” 사회주의자들의 ‘환경 진단’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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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마신 우유통을 씻어 말리고 캔의 오물을 닦아 차곡차곡 준비한다. 재활용 분리 시간은 일주일에 화요일 딱 한 번 세 시간, 어떤 해의 동절기에는 두 시간만이 허용된다. 이 시간을 노린 아파트 주민들은 바쁘게 몰려들어 비닐 포장지와 플라스틱, 스티로폼을 분리해낸다. 아파트 반장과 당번이 된 주민은 나와서 잘 분리되고 있는지를 감시한다. 평소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 또한 경계를 놓칠 수 없다. 젖은 쓰레기를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렸다간 ‘불시검문’에 걸려 봉투가 찢기고 ‘모욕’을 받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쓰레기 분리 현장이다. ‘쓰레기 분리의 의무’는 국민의 제5번째 의무다. 우리나라에도 (리오 패니치·콜린 레이스 등 지음, 허남혁 외 옮김, 필맥 펴냄)가 비유하는 것처럼 “투표를 하는 미국인보다 재활용을 하는 미국인이 더 많을 것이다”(12장 ‘쓰레기 자본주의의 녹색상업). 그런데 “가정, 지역사업체, 학교 등에서 나오는 쓰레기까지 더해도 도시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쓰레기 총량의 7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또한 미국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녹색 관련 산업’은 시작부터 ‘녹색세탁업’이다. 1953년 버몬트 주의회가 통과시킨 일회용품을 제한하는 법은 낙농업자가 제안했다. 하원의 거의 3분의 1에 이르는 낙농업자들이 건초더미에 섞여 들어가는 우유병을 막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몇 달 뒤 포장산업계는 ‘미국을 아름답게’(KAB)라는 비영리 단체를 만들고 ‘녹색세탁용 간판’을 등장시켰다. KAB가 내보낸 광고는 “미국인들의 죄의식을 파고들었”다. KAB는 생산 과정에서 포장재 사용을 줄이지 않아도 되는 ‘도전’을 시작한다. 1970년 이전 주류 환경운동이 등장하기도 전이었다. 그다음 의무적인 재활용 프로그램이 등장한다. 재활용은 기업들이 수십 년간 해온 그대로 일회용 상품을 계속 만들어 판매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그리하여 “갈수록 더 많은 쓰레기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는 시장이 계속 존속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대중이 제기하지 못하게” 했다. 올 초 중국 윈난성이 녹색으로 산을 칠하는 것으로 벌인 ‘녹화사업’은 이런 일들의 ‘조금 심한’ 형태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성장한 ‘녹색 자본주의’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환경 관련 펀드’(물 펀드, 탄소 펀드, 지구온난화 펀드, 환경 펀드)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환경산업이 어떻게 자본과 결합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환경 관련 펀드’는 2007년 3월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는데, 출시 뒤 넉 달 만에 1조2천억원어치가 팔렸다고 한다. 세계은행이 2004년 시작한 ‘생물탄소 펀드’는 이득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고 탄소 격리에 기여하도록 한다. 2005년 유럽연합은 교토의정서의 목표치에 맞춰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를 출범시키고 관련 규제업무를 시작했다. 이 제도는 “산림을 보유하고 있는 지주들이 숲을 벌목하지 않는 대가로 돈을 받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세계의 산업화된 지역에 있는 주요 오염행위자들이 계속해서 대기를 오염시키는 것을 허용받는 수단으로 배출권을 구매”하는 것이다. 규제 이상으로 배출량을 감축한 기업은 그렇지 못한 생산자들과 시장에서 만나 배출권을 거래한다. 2006년 봄 유럽의 탄소배출권은 t당 30유로 정도 된다고 한다. 비정부기구(NGO)들이 설립한 시카고 기후거래소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운영된다. “녹색 자본주의는 자본의 자연 침투를 근본적으로 강화하고 심화하는 생태적 상품화, 시장화, 금융화의 주된 전략이 됐다.”(2장 ‘축적전략으로서의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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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사회주의자들이 펴내는 ‘소셜리스트 레지스터’의 환경 관련 특별판이다. 먹을거리, 중국과 아프리카의 환경 문제, 교토의정서 등 국제 환경 논의의 최전선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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