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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 백제 궁궐에서 ‘응가’ 해볼까

등록 2007-06-15 00:00 수정 2020-05-03 04:25

유물 내력 곱씹는 ‘발굴에서 전시까지’전, 기묘한 발굴품 잔치 ‘중국국보전’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1400여 년 전 백제 궁궐에서는 어떻게 ‘응가’를 했을까.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는 전북 익산 왕궁리 백제 궁터에서 처음 발견된 공동화장실이 재현돼 있다. 길쭉한 직사각형 구덩이 위에 나무 널판 여러 개를 걸치고 풀지붕으로 슬쩍 덮은 얼개. 널판 위에서 쪼그린 채 힘줘보는 옛적 용변 체험이 가능하다(진짜 볼일은 금물!). 옆 진열창엔 휴지 대신 썼던 뒤처리용 ‘똥막대’도 있다. 6~7세기 신라, 백제 남자들이 간이 요강으로 쓴 ‘호자’, 휴대용 변기도 보인다. 소변 볼 때 ‘거시기’를 갖다대는 백제 호자의 주둥이 구멍은 신라 것보다 훨씬 크다. 윤형원 학예연구관은 “백제 남자들의 ‘물건’이 신라인보다 크지 않았을까 싶다”고 웃는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문화재청의 공동 특별전 ‘발굴에서 전시까지’(7월1일까지, 02-2077-9456)는 유물 내력을 곱씹는 재미가 있다. 청 산하 네 지역의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최근 10년 사이 27곳에서 발굴한 삼국·고려·조선 시대 발굴 유물 중 알짜만 골라 772점을 내놓았다. 유명한 녹유신상 벽돌전이 붙어 있는 경주 사천왕사 목탑부 기단 복원 모형, 경복궁 경회루 앞 연못에서 발굴한 금동 용조각, 방송극 의 배경인 경복궁 소주방터 도자기 조각, 장식 안료인 신라의 황칠 안료 등이 전시된다.

서울 역사박물관의 중국국보전(8월26일까지, 02-3676-7845)은 고대 중국 곳곳의 기기묘묘한 발굴품 잔치다. 한·중 교류의 해를 맞아 중국 39개 박물관, 연구소로부터 한대와 수·당 시대 중원과 실크로드, 북방민족 유물 325점을 빌려왔다. 마왕퇴 한대 무덤에서 나온 자수비단옷, 2천 년 묵은 술단지와 그 안의 술, 엎드린 당나라 신하상, 한대의 구리 마차 의장 행렬상 등이 보인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거친 순회전으로, 9월1일부터는 대구 계명대 박물관(내년 1월20일까지)으로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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