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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 출연 배우 적으면 재미없다고?

등록 2007-01-13 00:00 수정 2020-05-03 04:24

1인 뮤지컬 ·2인극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연극 마니아가 아니라면 등장인물이 적은 작품은 피하게 마련이다. ‘따분할 것’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운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선입견일 뿐이다. 소수의 등장인물에 몰입되다 보면 뜻밖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상연돼 ‘올해의 연극상’과 ‘동아연극상’ 등을 받은 극단 ‘목화’의 뮤지컬 모노드라마 (1월19일~2월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02-747-5161)이 대표적이다.

‘배우 김성녀’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은 벽 속에 사는 요정과 함께 사는 엄마와 어린 딸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다룬다. 스페인 내전 당시의 실화에 바탕한 원작을 극작가 배삼식이 우리 상황에 맞게 해방정국의 상황으로 재구성했다. 이 작품에서 김성녀는 아버지, 어머니, 딸 등 1인 30역을 농익은 연기로 소화한다. 그의 신들린 연기를 따라가다 보면 따뜻한 감동이 가슴 깊이 파고들게 된다.

이 굴곡진 가족사를 통해 인간애와 평화를 느끼게 한다면, 연극 (2월11일까지, 서울 신촌 소극장 산울림, 02-334-5915)은 독특한 심리극으로 타인과의 ‘소통’의 문제를 제기한다. 원작자인 프랑스 극작가 에릭 에마뉘엘 슈미트가 철학박사 출신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철학적 무게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두 고독한 남자의 진실과 위선 게임을 충분히 즐길 만하다.

외딴 섬에 칩거한 노벨문학상 수상자와 그를 인터뷰하러 온 기자 사이에 벌어지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다. 여기에 남자와 남자의 관계를 줄기로 사랑의 본질을 파고드는 2인극이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좇다 보면 육체적 관계에 매몰될 것으로 보이는 사랑에서 철학적 사유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젊은 연출가의 대표주자 김광보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2인극의 묘미를 한껏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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