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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 한국의 무당, 빛을 접하다

등록 2005-12-22 00:00 수정 2020-05-03 04:24

사진가 김수남의 민속학 20년 ‘한국의 굿: 만신들 1978~1997전’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만일 한국 샤머니즘의 문화사를 연구한다면 어디에서 자료를 찾아야 할까. 그 뿌리를 삼국시대에서 찾는다면 우주론을 새긴 신라 왕관을 살펴볼 수도 있겠지만 거기에서 구체적인 원형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무속은 1980년대부터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원형 보존의 길을 열었지만 특유의 생기를 잃어버렸다. 문화재로 보호받으면서 ‘공연’ 양식으로 바뀐 까닭이다. 박물관이나 공연장이 아니라면 <한국의 굿> 20권을 손에 넣는 게 샤머니즘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사진가 김수남은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무속을 격리하고 솎아내던 시절에 굿판을 누볐다. 당시 무속인들은 ‘승공연합회’라는 단체에 등록해야 했고, 경찰의 감시 눈초리를 피해 다녀야 했다. 이때부터 김수남은 외딴섬과 깊은 산에서 인간과 정령(신)의 만남을 주선하는 무당의 모습을 필름에 새겼다. 무려 20년 이상 한국의 굿에 매달렸다. 그리고 10여 년 동안 ‘아시아의 하늘과 땅’을 누볐다. 김수남의 민속학적 기록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유럽인들을 매혹시켰다. 올해 10월에는 독일 베를린의 문화작업소 전시장을 한국의 굿으로 물들이기도 했다.

이제 다시 십수년 만에 김수남이 기록한 한국의 굿이 국내에서 관객을 맞는다. 베를린에서 전시한 사진을 ‘한국의 굿: 만신들 1978~1997’전에 풀어놓는다. 김수남이 기록한 ‘황해도 내림굿’이나 ‘평안도 다리굿’, ‘제주도 영등굿’ 등은 무속이 완성도 높은 극(劇)으로 인정받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국내의 무속 현장을 거의 망라한 사진 90여 컷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컬러사진을 처음으로 내걸기도 했다. 새삼 기록의 미학적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으리라. 내년 2월12일까지, 경기도 양평 사진갤러리 와(瓦), 031-771-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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