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 ‘갤러리 와’ 개관전에서 만나는 대표작가 3인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도대체 기록한다는 게 무엇일까. 세상사 깊숙이 들어가 대상을 관찰한 결과물을 남기는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기록에는 당대를 뛰어넘는 ‘의미’가 담겨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미학적 수사만으로 해석하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당대의 일상이 미래의 예술로 거듭나는 것도 다큐멘터리 사진의 매력일 게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서 사람의 향기와 땅의 질감을 느끼는 데 다큐멘터리 사진만 한 것도 드물다.
지난 10월6일 개관한 경기도 양평의 갤러리 ‘와’(瓦WA)는 다큐멘터리를 중심으로 전시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개관전으로 마련한 ‘짧은 연대기’전에서는 날것의 다큐멘터리 사진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감동을 우려내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다큐멘터리 사진계를 대표하는 강운구, 권태균, 허용무가 각각 농어촌의 1970, 80, 90년대 풍경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기름진 일상에서 벗어나 담백한 날들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셈이다.
우선 강운구는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사라질 위기의 1970년대 농어촌을 주목했다. 광주리를 이고 가는 여인의 뒤로 펼쳐진 초가와 돌담은 자연과 사람의 따뜻한 ‘어울림’을 읽게 한다. 그의 사진은 농어촌 다큐멘터리 완결판으로 손색이 없다. 권태균이 포착한 경북 안동시 인동면은 개발의 이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댐 건설로 수몰을 앞둔 마을 사람들, 생존의 터전을 물에 내주는 그들의 안타까운 심정이 그대로 사진에 담겨 있다.
그렇게 산업화라는 소용돌이가 한바탕 휩쓸고 간 지역엔 무엇이 남아 있을까. 허용무는 바로 그 자리를 추적했다. 도시로 떠나고 개발에 짓밟힌 농촌은 쓸쓸함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거기에서 희망의 그림자를 발견할 수 없으리라. 지금 와를 찾는다면 농촌의 변화를 눈으로 보면서 지난날의 풍경을 가슴에 담을 수 있다. ‘짧은 연대기’전이 끝나면 ‘김수남’전, ‘성남훈’전이 뒤를 잇는다. 11월27일까지, 경기도 양평 갤러리 와, 031-771-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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