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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그래, 나 열성 아빠다!

등록 2005-05-26 00:00 수정 2020-05-03 04:24

아빠 강석진이 아들 강윤구와 지지고 볶는 이야기 <아빠와 함께 수학을>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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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은 스포츠 칼럼니스트이자 수학 교수다.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다. 이 모두가 ‘직업적’이랄 만한 경지라는 것은 다음과 같은 프로필로 알 수 있다. 스포츠 칼럼니스트로서 <축구공 위의 수학자>(문학동네, 2002), 수학 교수로서 <수학의 유혹>(문학동네, 2002) 그리고 아버지로서 이번에 <아빠와 함께 수학을>(해나무)를 펴냈다.

샘나는 다재다능에 시샘거리를 더 보태자면, 이 모든 결과물들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생겨났다. 그는 세상은 넓고 자신보다 축구 잘하는 사람이 세상에 쌔고 쌘다는 사실을 눈물로 통감한 뒤 축구를 그만두었다. 그러고 나니 스포츠신문 기자라도 되기 위해 스포츠를 열심히 감상했다. 남들보다 잘하는 게 수학이라 ‘수학 선수’가 되기로 했다. 결혼한 뒤에는 자신의 소망을 아들에게서 이루리라 생각했다. 그는 태어난 지 이틀 뒤부터 아들의 발에다 축구공을 대서 감각을 익히도록 했다. 그리고 이 아들 교육 프로젝트를 ‘펠레21 프로젝트’라 명했다. 아들은 돌잔치 때 여기저기서 권해주는 연필이니 돈이니를 제치고 축구공을 택함으로써 아버지의 마음을 심히 흡족하게 했더랬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아들은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러니 이번에 나온 책이 <아빠와 함께 축구를>이 아니라 <아빠와 함께 수학을>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고, 아빠는 다시 한번 좌절했다는 이야기다.

“아버지께서 저한테 거는 기대보다 제가 저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훨씬 더 크니까 아버지 인생관을 제게 강요하지 마세요!”라고 밥상머리에서 아버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던 당돌한 아이 강석진은 이제 아버지가 되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아들에게는 못 미치는 걱정’을 하느라 가출도 하고, 안 피우던 담배도 피우고, 수학 선생 위신에 걸맞지 않은 생활용어로 된 수학 문제를 낸다. 아들을 위해 단계별로 퍼즐을 제공하고, 머리 좋아지는 게임을 시키고, 입시 정책을 염탐하고, 잘난 제자들에게 경시대회 수상 비법을 물어본다. 그리고 사랑하는 축구에서 공부 비법을 유추한다.

지은이는 이 책을 아직 아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아들이 보면 뭐라고 할까라는 고민에 가장 쉬운 방법, 안 보여주는 것으로 그 괴로움을 피해왔단다. 이 아버지라는 시험에 무슨 합격점이 있던가. 다음과 같은 말로 아들에게 이해를 구할 뿐. “나는 ‘카운트 셋’이라는 무시무시한 방법을 동원하며 녀석과 필사적인 대결을 벌였지만 백전백패, 결국 아이를 위한 모든 교육적 시도는 전혀 성공하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의 어디에도 교육이 있을 수 없다. 나의 모든 ‘교육적 극성’과 ‘교육적 안달복달’이 지금의 그 녀석을 형성하는 데에 특별히 도움이 되었을 리도 없다. 그렇지만 나 역시 이것 한 가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누가 뭐래도 나는 녀석을 진심으로 믿고 있다는 것을.” 참고로 다른 사람이 보기에 이 아빠는 좋은 아빠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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