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현미/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사
그가 돌아왔다. 그러나 그는 <빨간 블라우스>(1995)에서 <하이웨이>(1997)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보았던 감각적이고 물질적인 쾌락의 아이콘 그 자체였던 이윰과는 다른 모습이 되어 돌아왔다. 그의 이번 7번째 개인전에서 본 것은 흰옷을 입고 흰 깃발을 들고 바람 부는 대지에 서서 자신을 ‘루아흐’(생기, 호흡, 바람)라 부르면서 무언가와 교신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런 그의 모습은 순결함을 상징하는 여신의 이미지 그것이었으며, 이를 두고 극적인 전환이라 지칭해도 그리 틀리진 않을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오랜만에 열리는 이윰의 7번째 개인전에서도 그는 퍼포먼스와 영상작업을 통해 자신을 내러티브의 주인공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점은 이것뿐, 어떤 형상의 주인공이냐 하는 점에서는 지난 시기와 확연한 변별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물질과 신체에 몰두하는 동시대 미술이 다루려 하지 않는 ‘영적 존재’로 가시화되는 주인공의 형상이다. 어두운 전시장 공간을 감싸는 사운드와 흰 깃발들 속에서 그의 영상 속에 나타나는 이윰의 이미지는 영성이라는 비가시적 효과의 시각적 아이콘으로 부각된다.
사실 흰옷과 바람 등을 통해 순결하게 정화된 자신의 존재를 시각화하는 이윰의 표현 방법은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 하지만 놓칠 수 없는 것은 이윰이라는 브랜드의 작가가 발산하는 강렬한 나르시시즘의 절묘한 흡입력과 아우라다. 자신의 신체로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주로 하는 ‘살아 있는 조각’인 이윰이 새로 들어선 길은 우리의 정신과 신체를 건드리기보다는 영혼을 건드리고자 하는 것일 텐데, 그 성공 여부는 단지 작업의 완성도와 세련된 구성에만 달린 것은 아닐 것이다(02-547-9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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