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집 <보고 싶다>가 복원해낸 70~80년대의 기억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시간은 폭력적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현대는 폭력적으로 시간에 대한 어떤 특정한 태도를 개인에게 강요한다. 그것은 망각이다. 현대는 기억의 음습한 공간에서 개인을 끌어내 환한 조명 아래에서 춤추게 한다. 그 무대 위엔 비밀이 없다. 현재, 오직 현재만이 존재할 뿐이다.
사진집 <보고 싶다>(강위원 사진, 강문숙 글, 신유 펴냄)는 “시간의 결을 따라 흐르는 흑백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책이다. 노 사진작가 강위원씨가 70~80년대 틈틈이 흑백사진으로 찍어두었던 그 시절의 풍경을 엮어냈다. 사진마다 촉촉이 배어 있는 정서는 그리움이다. 부재하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는, 상처와 아픔마저도 희미하게 만든다. 세월은 굶주림, 박정희 조문 행렬, 소풍 때도 교련복을 입고 행군해야 했던 이념의 흉물들조차 정겹게 다듬어놓는다. 그것은 너무 순진한 기억의 방식이지만,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을 만큼 강한 호소력을 지닌다.
<보고 싶다>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등 네 부분으로 나눠 옛 세대의 성장과정을 따라간다. 책을 펴자마자 때에 전 얼굴로 해맑게 웃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소풍가방을 머리에 인 할머니의 손을 잡고 소풍을 나온 아이, 골목에서 요지경이 열어주는 요지경 세상에 푹 빠져 있는 아이 등 그 시절 흔하디 흔했고 지금은 희귀해진 풍경들이 스쳐지나간다. 그 시절 한강물은 깨끗해서 벌거벗은 아이들이 힘차게 물장구를 쳤다.
중학교부터는 온통 단단히 여민 교복의 세상이다. 시인 강문숙씨의 글에 따르면 “모자 쓴 형은 엄마의 희망이고 형은 아버지의 전답이고, 가난의 꽃이, 그렇게 피눈물 나게 피던 시절”이다. 중학교 입시가 있던 시절, 합격자 발표문 앞에서 희비가 엇갈리는 어린 얼굴들도 만날 수 있다. 대학교에도 병영국가의 그림자와 낭만이 뒤섞여 있다. 은행잎 가득한 캠퍼스 잔디밭에 누워 있는 학생을 만날 수 있는가 하면, 군장검열의 살벌한 풍경도 펼쳐진다. 이 모든 풍경을 아우르는 것은 시간의 결을 만지는 사진가의 따뜻한 손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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