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한 대담’들이 구축한 전방위 서평의 세계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책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이 세상을 지배하는 질서는 ‘많이많이 빨리빨리’인지라 한권의 책에 나의 ‘비싼’ 시간을 넉넉히 ‘투자’하여 책과 ‘대화’를 나누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게다가 그 책을 깊이 읽고 벗들과 자유롭게 ‘수다’를 떨다 새삼 몰랐던 ‘가르침’을 얻으며 소통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돼버리고 있다.
(퍼슨웹 기획, 이가서 펴냄)는 이 세태를 거스르며 대화로 쓴 야심만만한 책 이야기다. 국문학과 역사, 경영학, 산업공학 등을 전공한 조희정·천정환·손유경·고지훈·박익순·김준우 6명의 필자가 지난 1년 동안 나온 책을 골라 함께 읽고 ‘대담’(對談)을 했고, 그 과정에서 혼자서는 찾아내지 못했던 책의 숨겨진 면면들을 발굴해 ‘대담’(大膽)한 이야기가 됐다. 대화로도 풀 수 없었던 궁금증은 지은이나 옮긴이를 직접 만나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어떤 점에서 이 책은 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데이비드 덴비의 <the great books>와 닮아 있다. 40대 영화평론가인 지은이가 새삼 대학 1학년 교양과정의 인문학 강좌를 수강하며 읽게 된 고전들과 교수와 학생들의 다양한 면면, 자신의 일상을 엮어가며 써낸 이 책은 그러한 다양한 시선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멀게만 느껴졌던 고전들의 의미를 새롭게 풀어낸다. 그와 비슷하게 도 책 안에만 갇히지 않고 여러 사람의 생각과 생각이 부딪치며 새롭게 드러나는 책의 의미를 붙잡아내고 있다.
‘대담한’ 도마에 오른 책들은 자신의 유년시절을 통해 한국 남성성의 형성을 분석하는 전인권의 , 영화 를 철학으로 분석한 , 결혼과 가족 ‘제도’를 뒤흔드는 같은 인문·사회학 책들부터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실용비법을 알려주는’ 같은 경제경영서들, 사회적 차별을 유전자 결정론으로 고정해버리는 사회생물학을 비판한 스티븐 제이 굴드의 같은 과학책들까지 다양하다.
‘박사’ 등의 직함을 가진 필자들이라고 해서 전문용어나 이론들의 나열에 빠지지 않는다. 필자들은 책 뒤에 숨지 않고 자신들의 ‘사생활’까지 등장시키며 책의 내용 속으로 자신들을 내던지고 헤엄쳐다니며 책에서 많은 것을 건져낸다. 을 이야기하며 평생 독신으로 살고자 했지만 어쩌다 보니 6살 난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는 결혼 8년차 무자녀 남편과 미혼 ‘노처녀’ 앞에서 점점 더 급진적인 무자녀 옹호론을 펴기도 하고, 가 던지는 욕망의 진짜·가짜라는 주제를 동네 횟집에서 먹는 9900원짜리 중국산 양식 광어와 15만원짜리 자연산 광어에 비유하며 “진짜 광어를 먹기 위해서는 월급 모으고 자동차 타고 남해나 동해까지 가는 수고를 해야 되듯이 ‘본래성’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고통도 감내해야 하는 법”이라고 풀어낸다.
이 책의 필자들이 함께하고 있는 퍼슨웹은 세상을 더 잘 만나기 위해 사람들의 그물을 짜고 있는 이들의 공동체다.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퍼슨웹의 회원들은 직업과는 별개로 영화상영이나 공연 등 문화사업을 기획하기도 하고, 모여 토론하고 놀기도 하며, 노동운동가 심상정(이제는 국회의원)부터 인천 차이나타운의 화교 청년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해 웹진에 올리기도 한다. 이들의 사이트 퍼슨웹(www.personweb.com)은 즐겁게 찾아가 많은 사람들을 깊이 사귀고 올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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