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하게 한 것은 검찰과 언론….”(남한인)
“검찰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조사 때 하던 행동은 악플러들과 매우 흡사하다. 검찰은 증명되지 않은 부정확한 사실의 정보를 언론에 뿌리고, 언론은 그 정보를 사실인 양 인터넷·신문·TV에 마구 뿌려대….”(mint)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인터넷에 회자되는 글 가운데 일부다. 실제 상당수 국민들은 노 전 대통령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간 ‘범인’으로 검찰과 언론을 꼽고 있다. 넓게는 ‘비주류’ 출신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기 싫어했던 주류 시스템에서부터 좁게는 표적 사정을 밀어붙인 정권 수뇌부까지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압박한 주체라는 점에서 검찰과 언론의 책임은 비할 데 없이 크다는 것이다.
검찰 ‘입’에만 의존한 보도들이런 비판의 핵심은 검찰이 매일매일 수사 상황을 언론에 브리핑하거나 일부 언론에 기사를 흘려 노 전 대통령을 모욕했고, 언론은 그런 검찰의 ‘입’에만 의존한 취재와 보도로 노 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매도했다는 것이다. 격한 표정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누구도 책임지지도 않으면서 언론과 검찰이 서로 핑퐁게임을 하듯이 주고받으며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고 시정잡배를 만들었다”고 토로한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의 지적에 적지 않은 이들이 동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는 “피의사실 공표식 수사는 문제”라고 쉽게 규정하고 넘기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공인 중에서 공인이라 할 수 있는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 누군가에게서 적지 않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면,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언론의 관심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남재일 경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검찰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지만, 사안의 성격상 피의사실 공표를 문제 삼아 검찰을 비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도 “지금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 말일 수도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은) 분명히 공인이었고 혐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었기에 그게 알려지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결국 적절한 수준에서의 보도는 당연했다는 얘기인데, 문제는 ‘적절한 수준’을 넘어서는 보도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서중 교수는 “돈의 성격이 뇌물인지, 포괄적 뇌물인지, 선의의 증여인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과 언론이 ‘뇌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검찰은 여론 수사를 하려 했던 점을 되돌아보고, 언론은 신중하게 확인된 것만 쓰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문화된 피의사실 공표죄하태훈 고려대 교수(법학)는 좀더 적극적인 주문을 내놓는다. 이번 사건을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관행을 바꿀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명품시계 보도’를 검찰발 언론 보도의 대표적 문제 사례로 든 하 교수는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라는 죄목이 있지만 이에 관한 한 검찰이 수사 주체이면서 동시에 범죄 주체인 만큼 사실상 사문화됐다“며 “그래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게, 유족들이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을 고소하는 것이다. 검찰은 당연히 불기소 결정하겠지만, 고소 사건은 법원에 재정신청을 낼 수 있으므로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피의사실 공표 관련 판례를 만들어 검찰과 언론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유가족들의 고소가 필수라는 점에서, 현실적인 가능성은 점치기 어렵다.
결국 당장에 검찰과 언론의 행태를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시민들 스스로 비판의 눈길을 놓지 않는 것뿐인 듯하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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