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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성격 변질은 불허의 이유 안 돼”


3년간 청계광장을 지켜봐온 <로이터통신> 한국지사 조너선 대처 편집국장
등록 2009-06-05 11:48 수정 2020-05-03 04:25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을 추모하려는 시민들을 가로막고 나선 대한민국의 공권력을 외국인은 어떻게 바라볼까? 30년 넘게 영국·자카르타·일본·홍콩 등 7개국에서 기자로 일하며 숱한 집회·시위 현장을 취재한 한국지사 조너선 대처(56) 편집국장에게 물어봤다.
대처 편집국장은 서울 세종로 동화면세점 건물 14층에 있는 사무실에서 3년 동안 청계천을 지켜봐왔다. 지난해 청계광장을 가득 채운 촛불도 그는 기억한다. 5월27일, 청계광장을 전경버스 수십 대가 완전히 에워싼 모습이 내려보이는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로이터통신> 한국지사 조너선 대처 편집국장

<로이터통신> 한국지사 조너선 대처 편집국장

-시민들은 광장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경찰은 전경차를 동원해 서울시청 앞과 청계천 광장을 폐쇄했다.

=현재 한국 시민들은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이다. 나 역시 매우 놀랍고 슬프다. 지금 모여드는 사람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조의를 표하고 싶어한다. 그들이 진정 추모를 위해 모였다면 그들을 막는 것이 이상하다.

-다른 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전경버스를 동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나.

=기억을 짚어보면 인도네시아는 트럭을 동원했고, 1980년대 일본이 이런 버스를 썼던 것이 기억난다. 한국에선 시위대보다 훨씬 많은 수의 경찰을 볼 때가 있다. 경찰이 적은 수의 시위대를 둘러싸고 있어서 그게 마치 큰 시위처럼 보일 때가 있다.

-최근 정부가 시민단체들의 집회 신고에 ‘금지 통보’를 보내 도심 집회를 막고 있다.

=정부가 시위를 막으려면 그걸 왜 막는지에 대해 주의 깊게 말해야 한다. 시위대도 자신들의 시위 목적을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한국은 어렵게 민주화를 성취했다. 역사적으로 지금 시점에서 정부가 “너는 이제 집회를 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면 누구든 그 정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정부와 시위대가 모두 정직하다면 시위대를 막을 이유가 무엇인가. 설혹 시위대가 성격이 변질될 위험이 있을지언정 그게 집회를 막아버리는 변명이 될 순 없다.

-사무실에서 촛불집회를 늘 지켜봤겠다. 한국의 집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까지 다양한 집회를 봐왔다. 외국에서는 극단적으로 폭력적이고 유혈이 낭자하는 장면도 있었다. 저항의 스타일 면에서 한국의 시위는 ‘무해’하다. 한국의 집회는 다만 소란스러운 정도다. 1985년 전두환 정권 때 한국에 3주간 취재를 왔는데 그때는 서울이 조용했다. 집회의 자유가 없어 보였다. 권위주의·독재 정부에서는 그렇다. 소리를 내 집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 시스템임을 나타낸다. 지난해 촛불집회는 놀라웠고 규모도 컸고 아름다웠다. ‘코리아 스타일’이고 매우 ‘스타일리시’했다.

한데 이명박 대통령이 압승으로 선출된 대통령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시위를 한다는 것이 외부인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기자로서도 그 부분을 기사로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지난 5월2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촛불 1주년 집회를 취재하던 사진기자가 경찰에게 연행됐는데.

=당시 그가 기자임을 알리는 헬멧을 쓰고 있었는데도 연행됐다. 경찰에게 붙잡힌 채 50m 정도를 끌려갔고 폭언도 들었다. 이에 대해 경찰에 항의서를 보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 정식으로 사과를 받고 싶다. 지난해에도 우리 사진기자가 경찰에게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 언론의 취재 활동은 방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이런 식으로 경찰이 대응한다면 우린 다 일을 그만둬야 한다.

글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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