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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돕지도, 도움을 받지도 않는…’ 그래서 불행한 한국인

‘태어나기 좋은 나라’ 한국 80개국 중 19위, 뜻밖?

부탄 행복지수는 국가 비교에서 1위 아닌 중위권
등록 2016-11-08 21:00 수정 2020-05-03 04:28
일, 행복 그리고 일자리
“주 30시간 노동제 사회는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위한 시간뿐 아니라 시민들 간의 새로운 연대를 구축할 시간, 개인적 즐거움을 누릴 시간, 새로운 삶의 방법과 주체성의 모델을 창조할 시간을 허락할 것이다. … ‘일’을 노동시장의 고용체계로 규정하는 산업화 시대의 사고방식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무엇이 일이고 일이 아닌지 그 정의를 일자리와 고용 여부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일을 통해 돈뿐만 아니라 수많은 다른 가치를 추구할 수 있게 하는 사회, 그 덕에 각자의 일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 오롯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며 놀듯이 일하고 일하듯이 노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사회에서 우리는 어쩌면 지금보다 더 많이 ‘일’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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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에 종종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행복 순위’이다.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드는 의문점이 있다. 행복(Happiness)이란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심리 상태인데 행복을 측정하는 것이 가능할까? 행복이 국가나 국제기구까지 나서서 꼭 측정해야 하는 문제인가?

행복의 사전적 의미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함이나 그런 상태’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에는 다소 추상적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삶의 질’(Quality of Life)이나 ‘주관적 웰빙’(Subjective Well-being)과 같이 더욱 포괄적이면서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대체해 표현하기도 한다.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국가 차원에서 행복을 측정하고 증진하려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국민 삶의 질이 낮아지면 결국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민 삶의 질이나 행복 수준이 낮으면 그것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과 웰빙, 그리고 삶의 질은 국내총생산(GDP), 물가, 수출입, 실업률 등과 같이 수치화해 국가와 국제기구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살펴보아야 할 충분한 의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증통계를 통한 ‘측정’이 필요하다.

행복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행복은 주관적 감정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조사 대상자를 직접 설문조사해 측정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커너먼은 행복을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시시각각 변하는 순간적 행복의 감정을 기록하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삶의 전반에 걸친 행복을 평가하는 것이다. 최근 행복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두 번째 차원인 ‘삶 전반의 행복’을 조사한다. 대표적인 것이 갤럽의 ‘인생사다리’(Cantril ladder)를 활용한 조사이다. 가장 행복하지 않은 경우 0점, 가장 행복한 경우 10점을 선택하도록 해 행복도를 조사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주관적 감정만을 기반으로 행복의 정도를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양한 연구에서 출신 민족, 연령, 성별 등에 따라 똑같은 조건과 환경, 경험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 보고되기 때문이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펴낸 도 자기보고(Self-Reported)에 의한 웰빙 측정은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부분의 행복 연구는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객관적 변수’를 고려한다. 경제적 부, 사회적 자본, 건강, 환경, 선택의 자유 등이 그 변수이다. 이 변수들은 여러 행복지수마다 각기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그 종류나 가중치를 달리한다. 국내외에서 조사·발표하는 주요 행복지수의 결과와 변수를 서로 비교해보면 행복에 관한 사뭇 놀라운 사실 몇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인 불행, ‘대기오염’과 ‘의지할 사람 부재’ [%%IMAGE1%%]

‘헬조선’은 우리 시대의 유행어다. 그러나 주관적인 인상비평의 단어에 불과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실증적 행복지수 통계 수치에서도 한국인의 삶의 질이나 행복감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은 ‘사실’로 드러난다. 유엔이 발표한 ‘2016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 2016)를 보면 한국은 157개국 중 58위다.

OECD의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에서는 총 38개국(회원국과 러시아·브라질·남아공) 중에서 28위를 차지했다. 대표적인 국제기구들의 행복지수에서 중·하위권을 차지한 것이다. 과연 어떤 것들이 우리의 행복을 가로막고 있을까?

OECD에서 한국의 ‘상대적 웰빙’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사회적 지원’(-3.14점), ‘인지하는 건강’(-2.54점), ‘대기의 질’(-1.97점) 항목에서 특히 다른 회원국보다 행복감이 많이 떨어져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난다. 상대적 웰빙은 해당 항목의 웰빙 점수가 OECD 국가 평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지(+), 낮은지(-)를 나타낸 것이다. OECD 평균을 0점으로 놓고서 평균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표준편차를 나타낸 값으로, 통계분석 기법상 그 편차가 ±2 사이에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이 상위권인 행복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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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별로 보자. ‘인지하는 건강’(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좋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에서 한국과 일본(-2.52점)은 공통적으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건강 인지 항목은 각국의 사회문화적 배경, 연령 구성, 조사 방법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단서를 달았다. 국가 간 비교와 그에 따른 차이를 해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의 의료 서비스 수준이 높고 등산 등 여가 활동에 시간을 쓰는 사람이 늘고 있음에도 건강 인지 수준이 낮게 나왔다는 점은 보건 행복에 구멍이 나 있음을 시사한다. 어쩌면 장시간 노동체제와 일터에서의 권위주의적 기업문화가 초래하는 스트레스 같은 사회경제적 차원의 질병이 여기에 얽혔을 수 있다. 요청되는 것이 단순히 의료정책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대기의 질’은 철마다 반복되는 (초)미세먼지로 인한 야외 활동 제약,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등이 그 주요 요인일 것으로 풀이된다.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배출해낸 오염물질도 있다. 성장하면서 소득이 증가해 행복도가 높아질 수 있지만 그것을 상쇄하는 효과도 나타나는 셈이다.

‘사회적 지원’ 항목은 “당신이 곤란한 상황에 있을 때 도움받을 수 있는 친구나 친척이 있는가?”에 대해 갤럽(Gallup)에서 조사한 결과다. 이 항목에서도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특히 그 점수가 -3점을 넘어 극단적으로 상대적 웰빙이 낮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심지어 ‘은둔형 외톨이’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 일본의 경우 사회적 지원 항목의 상대적 웰빙 점수는 -0.17점이다. OECD 평균에 견줘 약간 떨어지는 정도일 뿐이다. 최근 핵가족화와 세대 간 단절,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이웃은 물론 친척 간 교류도 줄어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다른 OECD 국가에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사회현상이다. 이런 표면적인 현상보다 깊이 있고 풍성한 ‘인간관계’의 빈곤이 이런 점수 밑에 깔려 있을 수 있다.

사회적 지원 항목은 영국의 민간 싱크탱크 레가툼연구소(Legatum Institute)의 ‘번영지수’(Prosperity Index 2012~2015년)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총 9개 항목별 한국 순위를 살펴보면, ‘개인의 자유’(66위)와 ‘사회적 자본’(85위) 항목에서 매우 낮게 나타난다. 이외 경제·건강 등 나머지 항목에서는 대부분 142개 국가 중 20위권 안팎의 비교적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사회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공동 목표를 효율적으로 추구할 수 있게 하는 협력과 신뢰 같은 자본을 의미하는 ‘사회적 자본’은 그 순위가 해가 갈수록 떨어진다. 이 항목은 OECD와 동일하게 갤럽의 조사 결과를 활용할 뿐만 아니라 봉사 활동, 기부, 타인을 도와주는 것, 종교 활동, 사람에 대한 신뢰도 등을 측정한다. 이런 조사 결과에서 계속 하위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현재 ‘남을 돕지도, 도움을 받지도 않고’ 살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가 모든 행복지수에서 중·하위권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상위권에 자리매김한 행복지수도 있다. 영국 주간 계열 경제예측기관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에서 2013년 발표한 ‘태어나기 좋은 나라 지수’(The Where-to-be-born Index)에서 우리나라는 총 80개 국가 중 19위를 기록했다. 일본(25위)과 중국(49위)에 앞선다. 이 지수는 자신의 아기가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면 좋을지에 관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한국은 앞서 설명한 레가툼연구소의 ‘번영지수’에서도 총 142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이 두 지수는 경제력의 영향을 비중 있게 반영한다는 점에서 꽤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다시 말해 경제력이나 소득의 영향을 받는 변수를 다수 포함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제력에서 우위에 있는 한국이 상위권에 자리매김할 확률이 높게 된다. 하지만 둘이 유사한 지표라 해도 행복지수별로 순위에 차이가 나는 건 측정 방법 및 고려하는 변수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번영지수의 경우 ‘번영’(Prosperity)은 소득(Income)과 웰빙(Wellbeing)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는 상태라고 생각해서 총 8개 범주에 항상 소득과 웰빙이 동시에 고려된다. 즉, 소득이 전체 번영지수 산출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경제적 우위에 있는 나라일수록 순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번영지수의 8개 범주 중 하나는 ‘기업가 정신과 기회’(Entrepreneurship & Opportunity)인데 이는 다른 행복지수에서 거의 고려하지 않는 변수다. 이 범주의 세부 내용은 주로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인프라나 경쟁력(인터넷, 휴대전화, ICT 수출 등)을 측정한다. 따라서 이 범주가 포함된 지표일수록 우리나라가 더 높은 순위에 오르게 될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0~2014년까지 유엔 전자정부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지루한 천국’일수록 행복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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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도 지역 간 차이가 있다. ‘지루한 천국과 재미있는 지옥.’ 이른바 ‘살기 좋은 나라’로 불리는 국가와 한국을 비교할 때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한국은 지옥처럼 살기 힘들지만 재미있고, 살기 좋은 나라는 천국 같지만 지루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살기 좋은 나라로 불리는 ‘지루한 천국’에는 주로 북유럽·서유럽·북미·오세아니아 국가가 많다. 과연 이 나라들은 행복지수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을까?

주요 행복지수별 순위를 종합·비교해보면 놀랍게도 이 국가들의 순위가 대부분 높다. 특히 상위 20위 국가들의 목록을 훑어보면 평균적으로 16개 국가가 동일하다. 물론 다시 말하지만 행복지수별로 행복을 측정하는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영국 신경제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의 지구행복지수(HPI·Happy Planet Index)에는 ‘지루한 천국’ 국가들이 거의 포함되지 않는다.

지구행복지수는 환경 관련 변수인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을 중요하게 강조한다. 그래서 남미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오히려 상위권에 더 많이 이름을 올렸다. 가 보여주듯이 행복지수에서 각 개별국가뿐 아니라 대륙별 순위에도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행복연구’ 오래한 국가가 행복지수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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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수의 이러한 특징은 ‘2016 세계행복보고서’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 인생사다리 기법으로 행복도를 조사한 행복점수 분포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북미·오세아니아 대륙 국가들의 평균이 가장 높고, 서유럽도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는 세계 평균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 이런 차이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서양과 동아시아의 문화적 차이를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예컨대 서양은 개인주의가 강한 반면 동아시아 국가들은 집단주의 성향이 있다.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타인과의 관계를 고려해 개인의 선호를 마음껏 표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에서 자기 일이 다 끝났어도 다른 사람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야근을 하게 되는 것이 그 일례다. 말하자면 이런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개인이 자신의 행복을 마음껏 추구하기 어려운 점이 동아시아인들의 낮은 행복도를 설명하는 한 가지 이유일 것으로 추측된다.

행복지수 상위권에 자리매김한 국가들에 또 다른 특징이 보인다.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행복을 오래 연구해온 국가가 많다는 것이다. 네덜란드가 43년, 뉴질랜드·캐나다가 17년이다. ‘2016 세계행복보고서’의 상위 20위 국가들이 행복을 연구해온 동향을 살펴보면, 행복연구를 진행해온 기간이 평균 15년에 이른다. 유엔이나 OECD 등 국제기구에서 본격적으로 행복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한 게 2010년 전후다.

그 전에 일찍이 다방면으로 행복연구를 수행해온 것이다. 특히 행복지수 7위인 네덜란드는 네덜란드 사회연구원(Netherlands Institute for Social Research)이 주도해 1973년부터 국민 삶의 질을 연구해왔다. 이들 국가의 행복도가 높은 이유는 아마 이런 행복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더 많은 행복’ 정책을 꾸준히 수립하고 집행해왔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우리나라 역시 국책연구원 및 각 지방자치단체 설립 연구소, 민간 연구원 등에서 국민 전체나 지자체 구성원들의 행복도를 조사·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단발성 연구로 지속성이 떨어지고, 수행기관들도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서 아직 우리 국민 행복도의 현실과 변화 추이를 총체적으로 보여주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우리 통계청은 2014년부터 ‘국민 삶의 질 지표’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조사 자료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태인데다 측정 지표를 더욱 정교화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통근시간’이 행복에 결정적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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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근시간이 오래 걸리면 피로감 때문에 업무에 대한 적극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부수적으로 스트레스와 걱정을 더 많이 하게 된다. 독일 사회경제 패널조사(1985~1998년)에서 10년 이상의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도, 통근시간이 길어질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가 현격히 떨어진다고 보고한다. 2011년 스웨덴 우메아대학 연구팀이 지난 5년간 200만 명의 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통근시간이 긴 사람일수록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이혼율이 현격히 높게 나타났다. 이 모든 조사 결과는 한 가지 분명한 것을 말해준다. 통근시간은 직장인의 행복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통근시간은 OECD 국가 중 가장 길다. OECD 자료(2016년)를 보면 회원국의 하루 평균 편도 통근시간이 28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58분이다. OECD 평균보다 2배가 넘는 시간을 직장으로 가거나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 보내는 것이다. 직장 솔루션 제공업체인 리저스(Regus)그룹이 2010년에 75개국 1만5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직장인의 4분의 1이 매일 90분 이상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통근한다. 그 시간이 2시간 이상인 직장인도 전체의 8%를 차지한다.

직장인의 행복은 업무 효율성을 매개로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준다. 국가의 생산력과 경제적 후생 차원에서도 OECD 최고 수준의 통근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국이 유독 장시간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은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대도시 집값의 지속적 상승으로 갈수록 위성도시에 거주하며 대도시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다. 세종시 및 지방혁신도시로 직장이 이전된 뒤, 가족 모두 이사하는 것이 어려워 장거리 통근을 비자발적으로 선택한 직장인도 꽤 있을 것이다.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는 한국 직장인이 통근에까지 많은 시간을 빼앗기게 되면 가족 및 이웃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어 행복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자본’을 구축할 시간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

부탄은 행복지수 1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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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어디일까?’ 이 질문에 많은 사람이 ‘부탄’을 떠올릴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방송과 언론, 학계 등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부탄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문재인 전 국회의원이 부탄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왔다. 하지만 국제기구 및 세계적 연구기관들이 발표한 행복지수 순위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의아한 생각이 든다. 부탄의 행복지수는 대부분의 국가 비교 행복지표에서 (1위가 아니라!) 중위권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일반적 인식과 실증통계 사이에 이런 불일치가 생기는 이유는 뭘까? 대다수 행복지수는 주관적인 행복감뿐만 아니라 1인당 GDP, 기대수명, 환경 등 행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객관적 변수의 수치도 함께 고려해 산출한다. 개발도상국에 속하는 부탄은 GDP 등 사회경제적 지표가 매우 낮다.

그렇다고 부탄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나라일 수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다른 나라들이 경제성장에 몰두해 GDP 성장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있던 1970년대부터 부탄은 국왕이 나서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을 국정과제로 도입했다. 국민의 행복도가 증진되고 있는지 국민총행복위원회가 꾸준히 측정하고 그에 따른 정책을 수립·집행한다. 국제비교 통계상의 순위 자체가 행복을 판단할 때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정작 중요한 건 그 땅에서 살고 있는 국민이 느끼는 행복의 크기다. 부탄의 2015년 GNH 조사에서 ‘당신은 행복합니까?’라는 질문에 부탄 국민의 90% 이상이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이민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alsdud8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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