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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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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경영 잘하는 기업이 좋은 일터

구직자들, 사내 복지와 처우뿐만 아니라

조직문화·전문성·사회적 책임 등 따져
등록 2016-11-16 23:59 수정 2020-05-03 04:28
일, 행복 그리고 기업
스마트스터디의 기업문화를 듣는 자리에 독특한 직책을 가진 사람이 함께했다. 윤혜경 시엘오(CLO·Chief Life Officer)이다. ‘입사에서 퇴사까지’ 구성원들의 회사에서의 삶을 돌보는 것이 그의 일이다. 스마트스터디는 일하는 시간과 공간, 휴가를 구성원이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제도가 과연 효율적인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윤 그룹장은 “자율적인 근무 환경은 ‘복지’ 차원에서 시행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효율적’이기때문에 채택했다”고 말했다. 복잡하고 바쁜 출근길에 에너지를 다 소진해버리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다.
유한킴벌리의 여성네트워크(k-win)의 활동은 사내에 한정되지 않는다. 2014년부터 각계각층의 일하는 엄마들(‘일맘’)을 대상으로 좌담회, 콘퍼런스 등을 주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신촌에서 열린 ‘일맘들의 속마음’좌담회에 참석한 일맘들. 유한킴벌리 제공

유한킴벌리의 여성네트워크(k-win)의 활동은 사내에 한정되지 않는다. 2014년부터 각계각층의 일하는 엄마들(‘일맘’)을 대상으로 좌담회, 콘퍼런스 등을 주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신촌에서 열린 ‘일맘들의 속마음’좌담회에 참석한 일맘들. 유한킴벌리 제공

일본의 대형 출판사 동양경제신보사는 해마다 <csr>을 펴낸다. 일본의 1000~1300여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정보를 모아놓은 ‘데이터 핸드북(소책자)’이다. 동양경제신보사는 이 책의 자료를 바탕으로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기업 베스트 300’ ‘결혼 후에도 일하기 좋은 기업 100’ ‘남성 신입사원 친화적 기업 500’ 등을 선정한다. 그런데 기시모토 요시히로 <csr> 편집장이 소개한 발간 과정이 흥미롭다. 동양경제신보사는 2000년대 초반까지 취업을 앞둔 대학생을 대상으로 일본 기업 정보, 예컨대 매출액과 임직원 수 같은 기초 정보에서 평균 임금, 육아휴직제도 같은 각종 복지 프로그램 등 구직자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담아 해마다 책을 출판했다. 기업에서 수집한 정보를 하나둘씩 늘리다보니 어느 순간 상당 부분이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시스템과 활동 내용이었다고 한다. 이에 출판사는 ‘GRI’(국제 비영리기구인 글로벌리포팅이니셔티브에서 발간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작성 가이드라인)와 같은 사회책임경영 관련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활용해 더 체계적인 사회책임경영 정보를 수집, <csr> 발간을 시작했다. 독자층도 훨씬 넓어졌다. 취업을 원하는 학생은 물론 기업 담당자들과 투자자, 기업 연구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찾는 책이 되었다.
많은 사람이 그리는 ‘일하기 좋은 일터’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면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요구와 다름없다. 사람들이 원하는 ‘일하기 좋은 일터’는 단지 사내 복지나 처우에만 관심을 두는 곳이 아니다. 조직의 내부 의사소통 체계는 원활한지, 일의 전문성을 잘 키워낼 수 있는지, 지역사회와 마찰이 있는지, 법규를 위반하는지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다. 일을 통해 경력과 전문성을 쌓으면서도 합리적인 복지 및 처우를 받는 것은 물론 일을 통해 ‘나’와 ‘조직’이 성장하고 사회에 필요한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느껴야 ‘일하기 좋은 일터’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일하기 좋은 일터’에 대한 관심은 ‘어느 곳이 일하기 좋은 곳인가’를 가늠하는 형태로도 나타난다. 미국 경제 주간지 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주관하는 ‘한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과 GWP코리아의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이 비교적 꾸준히 운영되는 평가다.
조직과 문화 등 다층적으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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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두 곳의 평가들을 살펴보면 ‘일하기 좋은 일터’가 사회책임경영을 잘 수행하는 기업을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곳이 조사 방식이나 세부 지표 등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기업의 비전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스템 △창의적이고 서로 존중하는 조직문화 △조직과 일에 대한 신뢰와 열정 △조직원들의 행복감(만족도) 등을 조직 시스템과 문화 차원에서 다층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평가 지표 중 차별 금지나 인재 육성 같은 기업의 시스템에서 마련되어야 하는 부분은 GRI나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지침’(ISO 26000) 등 사회책임경영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요구하는 ‘노동 관행’의 세부 조건과 직접 맞닿아 있다. 이를테면 위의 두 평가는 모두 성과 측정이나 보상에서 ‘공정한 시스템’ 및 ‘공정성’을 요구한다. GRI와 국제표준화기구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조직 안에서 임직원의 성과 및 보상, 승진시 성·종교·학력·국적·인종·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함을 명시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지침과 보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놓고 있다. 또한 ‘일하기 좋은 일터’로서 인재 육성과 일터(작업장)의 안전, 일과 삶의 균형 역시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는데, 이 항목에 대해서도 촘촘한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평가를 통해 ‘일하기 좋은 일터’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기업은 어떤 곳일까. 각 평가의 ‘우수상’격인 ‘베스트 30’(‘한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과 ‘대상’(‘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 연속 받은 기업 18곳(2016년 9월 기준)을 살펴봤다.
우선 이들 기업은 전반적으로 공정한 임직원 평가 및 성과 측정, 모성보호와 양성평등, 차별 금지,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시스템과 인프라가 이미 잘 갖춰져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시스템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조직 문화에서 변화를 꾀하거나 임직원 개인의 ‘삶의 질’에 좀더 초점을 두기도 한다. 유한킴벌리는 2014년 사내외 양성평등과 다양성 존중을 위해 여성네트워크(K-WIN)를 발족했다. 여성 임원 모임인 ‘여성위원회’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자발적 조직인데, 회사 쪽에서도 여성사원들의 모임을 적극 지지·지원하고 있다. 여성의 출산 및 육아의 업무 공백, 관리자로서의 성장,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한 고민을 임직원과 회사가 함께 풀어나가는 것이다. 기업 측면에서는 여성네트워크에서 다뤄지는 고민을 함께 해결하며 적합한 인사제도와 프로그램을 통해 숙련된 임직원 손실을 줄이고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여성 및 유아용품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이기에 이러한 과정이 제품과 마케팅, 신규 사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임직원들의 ‘삶의 질’을 위해 전문 심리 상담을 제공하고 직무 스트레스를 관리하도록 돕는 곳도 있다. 신한은행은 스트레스 자가진단을 실시해 임직원들이 자신의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전문 상담사가 상주해 지난해 720명의 임직원이 상담 서비스를 받았다. 신한카드는 사내에 전문 상담사가 있을 뿐 아니라 협약을 맺은 외부 상담기관에서 본인은 물론 배우자나 자녀도 상담받을 수 있다. LG전자 역시 사업장별로 심리상담실을 운영하고, 팀 단위 심리 프로그램을 적용해 구성원 간 이해를 높여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다음으로, 이 중 15곳의 기업(BNK부산은행,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 신한은행, 신한카드, 아시아나항공,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LG전자, LG화학, 유한킴벌리, 포스코, 현대자동차, 현대해상화재보험)은 각자의 사회책임경영 활동을 보고하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매년 혹은 격년으로 꾸준히 발간한다. 짧게는 2010년, 길게는 2003년부터 사회책임경영 의지와 성과를 보고해왔다. 지속적인 사회책임경영 성과 보고는 해당 기업이 임직원을 포함한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이해하고, 국제 기준 혹은 업계 표준에 준하는 환경·보건·안전·노동 시스템을 갖추는 등 관련 성과를 관리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가능하다. 또한 이들 기업은 ‘일터로서’의 역할이 사회책임경영과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다른 주요 이슈와 함께 지속적으로 관리·발전하고 있음을 공개한다.
마지막으로 ‘일하기 좋은 일터’로 꼽힌 곳들은 최근 국제 기준에 준하는 사회책임경영 원칙 혹은 행동규범 등을 공표하고 이에 따라 세부 기준과 시스템, 임직원의 행동 양식과 경영 활동을 수정·보완·발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행동규범 가이드라인’과 신한금융그룹의 ‘인권선언서’ 등이 대표적 사례다. 2015년 제정된 삼성전자의 행동규범 가이드라인은 임직원, 품질 및 환경, 혁신, 정도, 상생 등 5대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14개 소항목과 41개의 기본지침으로 구성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전자산업시민연대(EICC) 등 다양한 국제 기준을 적용했다고 한다. 신한금융그룹은 2015년 인권선언서를 통해 고객, 임직원, 주주 및 투자자, 협력사, 지역사회에 대한 인권 존중을 선포했다. 인권선언서에는 임직원 존중과 비차별은 물론 투명한 경영 활동과 정당한 영업 활동을 통한 고객과 투자자 보호, 우월적 지위가 아닌 대등한 관계로서 협력회사와의 관계, 원주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사업 개발 및 지역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실제적으로 경영의 모든 부분에서 사회책임경영 및 인권경영을 시행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러한 기업의 행동규범이나 선언을 통해 기업은 경영 활동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국제 규범을 하나로 통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부패 및 반인권, 비윤리적 사건·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기업 안팎으로 신뢰도를 제고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비용도 절감하게 된다.
GWP와 사회책임경영은 동전의 양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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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기 좋은 일터’와 사회책임경영은 상당 부분 같은 영역을 가리키고 있다. ‘일하기 좋은 일터’가 기업의 주요 이해관계자 중 임직원에 중심을 두고 표현한 가치라면, 사회책임경영은 기업의 경영 활동 전반을 중심으로 임직원을 포함한 투자자, 지역사회 등 다른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와 행동까지 포괄한 것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일하기 좋은 일터’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임직원에 대한 사회책임경영 인식과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 것은 기본 조건이다.
간혹 국내에서는 이러한 시스템 구축만으로도 앞서간다는 평을 듣지만, 이것만으로 ‘일하기 좋은 일터’ 혹은 사회책임
경영 기업이 되지 않는다. 기업의 비전이 지속가능하고 그에 대한 일을 정당한 방법으로 수행할 때, 사회책임경영을 이행하는 더욱 ‘일하고 싶은 일터’가 될 것이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CSR팀 선임연구원

6년 연속 ‘일하기 좋은 기업’ 뽑힌 한국마즈


원칙에 입각한 경영, 신뢰받는 기업으로 성장


한국마즈 임원들이 회의하는 모습. 한국마즈는 수평적 기업문화가 특징으로 6년 연속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올랐다.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한국마즈 임원들이 회의하는 모습. 한국마즈는 수평적 기업문화가 특징으로 6년 연속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올랐다.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6년 연속 이름을 올린 곳 중 눈에 띄는 곳이 있다. 임직원 70여 명의 한국마즈가 바로 그곳이다. 스니커즈, 엠앤엠즈 등 초콜릿으로 유명한 글로벌기업 마즈의 한국법인이다. 이곳은 2016년 3월, 국내뿐 아니라 미국 조사 기관 ‘그레이트플레이스투워크’(GPTW)가 주관하는 ‘아시아에서 일하기 좋은 10대 다국적 기업’ 중 한 곳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취업 정보 관련 인터넷 웹사이트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곳이기도 하다. 어떤 점이 이곳을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소문나게 한 것일까?
많은 이들이 ‘우수성’ ‘책임’ ‘상호성’ ‘효율성’ ‘자유’ 5대 원칙을 꼽는다. 미국 본사를 비롯한 전세계 마즈 법인은 원료 구매부터 제품 판매까지 모든 기업 활동에 5대 원칙을 적용한다. 예컨대 ‘책임’은 제품에 대한 책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협력업체와 지역사회, 정부기관에 대한 책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원료 구매에서 제품 생산, 판매까지 각 단계마다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경제·사회·환경적 책임을 인지하고 공정한 원료 구매, 안전한 제품 생산, 환경영향 감소 노력 등 여러 활동을 수행한다.
협력업체나 지역사회와의 관계도 여타 기업과 다르다. 이곳의 ‘상호성’ 원칙은 이익을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해야 기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협력업체와 단순한 계약관계가 아닌 서로 더 나은 방식의 솔루션을 찾는 ‘파트너’ 관계다.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인 것이다.
5대 원칙은 수평적이고 서로 신뢰하는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기둥이기도 하다. 5대 원칙에 근거해 업무 ‘책임’감을 중시하면서도 ‘효율’적이고 ‘자유’로운 일처리 방식을 권장한다. 이 때문에 개인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고유 업무 분야를 존중해주는 분위기다. 임직원의 재능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불필요한 야근이나 긴장감 없이 각자의 전문성과 개성을 존중하면서 최고의 결과물을 산출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한국마즈의 합리적이고 협력적인 조직문화는 유명하다.
이곳 임직원들은 한국마즈가 ‘일하기 좋은 일터’로 꼽히는 이유로 임금이나 복지만을 얘기하지 않는다. 원칙에 입각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업무 처리 방식과 개개인에 대한 신뢰에서 나오는 유연한 조직문화, 개인의 성장이 가능한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조직과 일터에서 비전과 원칙을 찾고 그에 동의하며 함께 발맞춰 나갈 때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CSR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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