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국가는 바빴다. 10월 유신에 반대하는 국민과 정치인을 탄압할 돈과 사람이 필요했다. 금융·조세·환율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수출 대기업을 지원했다. 오래전 프랑스가 빼앗아간 외규장각 의궤를 국가는 찾지 않았다. 박병선 박사가 거기 있었다. 1955년 서울사대 졸업 뒤 파리7대학과 프랑스 고등교육원에 유학해 역사학·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1972년 세계 최고의 고려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을 찾았다. 3년 뒤 190종 297권에 달하는 조선왕실의궤를 또 찾아냈다. 2007년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지난 9월엔 모란장을 받았다. 박병선 박사가 11월23일 새벽(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83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국격의 큰 부분을 대한민국은 박 박사에게 빚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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