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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다섯 기둥

등록 2006-04-27 00:00 수정 2020-05-02 04:24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처음 이슬람권에 갔을 때 무슬림 친구들에게 ‘무신론자’라고 했다가 한바탕 소란을 피워야 했다. ‘이교도’라면 쉽게 말이 통하겠지만, “어떻게 멀쩡한 사람이 신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느냐”며 여럿이 에워싸고 한참 동안 ‘설교’를 해댔다. 경험을 통해 배운 탓에 이제 무슬림 친구들이 “종교가 뭐냐”고 물으면 ‘없다’고 말하지 않게 됐다. 생각나는 대로 불교나 기독교라고 둘러댄다. 그럼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 좋은 얼굴로 웃고는 더 이상 종교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야훼의 ‘10가지 계명’을 마음에 새기고 ‘선한 사마리아인’의 모범을 따르는 것처럼 신실한 무슬림에게도 따라야 할 규범과 원칙이 있다. 이슬람에서 믿음은 곧 선행이다. 둘 사이에 간극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슬림의 삶은 믿음과 그에 따른 실천으로 채워져야 한다. 믿음과 행동이 일치할 때 진정한 무슬림으로 불릴 수 있다. 이런 무슬림의 삶을 인도하는 5가지 원칙을 이슬람에서는 ‘다섯 기둥’이라고 부른다.
‘라 일라 하 일라 알라, 무함마드 라술 알라.’(알라 외에 신은 없고, 무함마드는 그의 사자다) 천지를 창조한 야훼에 대한 믿음을 밝히는 기독교의 ‘신앙고백’처럼 무슬림으로서 제1원칙은 ‘칼리마’로 불리는 신앙고백이다. 이슬람에선 순전한 마음과 진실한 믿음으로 칼리마를 외는 순간 무슬림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두 번째 원칙은 ‘살라트’로 불리는 기도의 의무다. 당신이 무슬림이라면 이른 아침 동틀 무렵(파즈르)부터, 정오(주흐르)와 오후(아스르), 해질 녘(마그립)과 밤(이샤) 등 하루 5차례 메카를 향해 기도와 경배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사원에서 기도를 올리는 것이 ‘권장사항’이지만, 기도 시간에 맞춰 어디서든 휴대용 카펫을 깔고 기도를 올리는 무슬림의 모습은 이슬람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슬람력 9월(라마단)에 시행하는 ‘사움’으로 불리는 단식도 빼놓을 수 없는 무슬림의 의무다. 라마단 기간 동안 무슬림은 해뜰 녘부터 해질 녘까지 물 한 모금도 입에 대선 안 된다. 물론 임산부와 노약자, 어린이와 환자 등은 금식의 의무에서 자유롭다. ‘자카트’로 불리는 사회적 기부도 중요한 덕목이다. 최저생계비 이상을 버는 무슬림이라면 연간 총수입의 2.5%(40분의 1)를 자발적으로 이웃과 나눠야 한다. 이슬람에서 개인이 소유한 재물은 신에게서 잠시 위탁받은 것에 불과하다. 어려운 이웃과 새롭게 무슬림이 된 이들, 여행자와 빚더미에 오른 이들과 이를 나누는 건 무슬림으로서 당연한 의무다.
마지막으로 ‘경제적으로 뒷받침되고, 육체적으로 건강한’ 무슬림이라면 일생에 한 번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를 향해 성지 순례에 나서야 한다. 이를 ‘하즈’라 부르는데, 메카에는 모든 무슬림이 ‘믿음의 조상’으로 추앙하는 아브라함이 만든 첫 번째 성전인 ‘카아바’가 자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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