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마흔을 위한 십계명“여울아, 너는 잠을 워낙 못 자서 성격이 많이 예민해진 것 같아.” 몇 년 만에 만난 친구에게 들은 뼈아픈 충고였다. “우리 아버지도 너랑 비슷했어. 항상 감기에 걸린 것 같은 몸 상태에, 잠이 늘 부족하니 면역력이 떨어져서 잔병치레에 시달리고, 지나치게 예민한 감각...2018-11-24 16:45
영혼이 바닥을 칠 때, 나를 구원하는 것들‘타인의 질문에 대답하는 마음 자세’야말로 마흔 이후 가장 많이 바뀐 내 모습 중 하나다. 예전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심하게 긴장했다. 멋진 대답을 쥐어짜내기 위해 갖은 애를 쓰다가, 오히려 점점 스텝이 꼬일 때도 많았다. 지금은 편안하게 내가 가진 가난한 생각의 창...2018-11-16 02:35
사랑이라 쓰고 삶이라 읽는다오래전 어느 날, 김광석의 의 원곡이기도 한 밥 딜런의 노래 (두 번 생각하지 마요, 다 괜찮으니까)를 듣다 가슴이 먹먹해진 적이 있다. 처음에는 두 노래의 가사가 전혀 달라서 놀랐고, 두 번째는 밥 딜런의 가사가 지독하게 차가운 슬픔을 품고 있어서 흠칫 놀랐다. “이...2018-10-13 18:12
감사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샌드라 불럭 주연의 영화 를 보다가 사랑스러운 문장을 하나 발견했다. 편집장이 조수에게 ‘자네도 나처럼 무가당두유라테를 마시냐’고 물어보자 조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럼요, 그건 마치 찻잔 속의 크리스마스 같아요.” 찻잔 속에 크리스마스가 가득 차오르는 느낌. 그것은...2018-09-22 17:48
마흔에 보았네 스물에 보지 못한 그 꽃아주 오랜만에 를 다시 보며 처음 그 영화를 봤던 때보다 더 깊고 시린 감동을 느꼈다. 처음 를 봤을 때 나는 온전히 빌리에게 몰입했다. 혹시 내 꿈을 이룰 수 없을까 노심초사하는 가난한 10대 소년 빌리를 위한, 빌리에 의한,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어리고 힘없는 빌리...2018-09-11 13:28
‘조직’을 버리고 ‘나’를 찾았다“너는 조직생활 못하겠다!” “너는 사회성이 부족하구나.” “모나게 굴지 마, 정 맞는 건 너야.” 이런 이야기를 평생 듣고 살아온 나는 조직생활을 잘해낼 거라는 기대 자체를 접고 살아왔다.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조직생활을 버텨낼 수 없을 것이라는 자...2018-08-21 18:40
설렘은 늙지 않는다늘 첫사랑처럼 두근거리는 설렘을 간직하며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언제든 설렐 줄 아는 마음을 간직한다는 것은 인생의 크나큰 자산이다. 삶이 온통 회색빛으로 찌푸린 순간에도, 더는 내 앞에 희망의 길이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을 때도, 아주 사소한 무언가에도 설레는 심장이...2018-07-31 16:55
콤플렉스가 힘이 되다마흔은 내게 내 안의 콤플렉스와 화해할 기회를 주었다. 내가 스스로 결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뜻밖에도 나를 지켜주는 힘이 될 때가 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콤플렉스를 제거 대상으로만 여기던 시절에는 절대 보이지 않던, 뜻밖에 콤플렉스의 매력이 보였다. 예컨대 나는 지...2018-07-10 17:03
잘 가라, 슬픈 유전자“그거 알아? 언니 성격이 지금은 완전 ‘용’됐지만, 옛날에 언니는 좀 재수가 없었어. 맨날 우리한테 ‘조용히 해달라’ 그러고. 혼자 공부만 하고, 우리랑 놀아주지도 않고. 완전 짜증 나는 언니였어. 온몸이 가시로 덮인 사람 같았다니까. 맨날 날카롭고 예민해가지고.” ...2018-06-26 16:26
나의 아름다운 ‘무능력의자’“네 영혼은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어.” 나를 무척 아끼는 한 선배가 오래전에 해주었던 말이 요새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 뒤에는 마치 이런 뼈아픈 문장이 생략돼 있는 것 같았다.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는 것, 그게 너의 가장 큰 문제점이야. 넌 그래서 행복해...2018-06-07 13:03
‘예스맨’ 노노노!거절은 아프다. 거절당하는 것도, 거절하는 것도. 그런데 반드시 거절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것, 내 가치관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 내가 정하는 내 인생의 방향과 직접 상관없는 것은 거절할수록 더욱 바람직하다. 거절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2018-05-09 21:43
마음속 새로운방느낄 수 있는 슬픔의 가짓수가 늘어난다. 웃을 수 있는 유머의 가짓수도 늘어난다. 익숙한 언어로는 좀처럼 표현할 수 없는 새로운 감정의 가짓수도 늘어난다. 나이 들면 무뎌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세상이 더욱 날카롭고 뾰족한 자극으로 다가온다. 점점 더 무난해지기는커녕 ...2018-04-10 17:48
4·3을 관광상품화 말라“미안하다고 하지 말걸 그랬다. 죄송하다고 하지 말걸 그랬다. 나는 내가 피스메이커(peacemaker)인 게 싫다.” 얼마 전 일기장에 내가 적은 말들이다. 내 안에서 갑자기 분출된 말들이라 당황스러웠다. 내 안에 ‘나는 내가 이러는 게 싫어’라는 감정이 오랫동안 쌓...2018-03-20 18:00
조심하다 날린 시간들이여, 안녕마흔 문턱을 넘으며 가장 후회되는 것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봤다. 전광석화처럼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어떤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느라 허비한 모든 시간이 아까웠어. 네가 여자라는 이유로, 또는 너의 환경 때문에, 네가 가지지 못한 모든 것들 때...2018-02-28 23:35
콤플렉스가 빛이 되다그녀의 가장 아픈 결핍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이었다. 영화 에서 전설의 요리사 줄리아 차일드(메릴 스트리프)는 사랑하는 여동생이 ‘아기를 가졌다’는 소식을 편지로 전하자, 울다가 웃다가 어쩔 줄 모르다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여동생의 임신 소식에 감격한 나머지 ...2018-01-30 1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