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다, 간짜장에게오래전부터 단골로 가는 중국집이 있다. 원래 짜장면을 좋아하지 않아 어딜 가도 짬뽕을 시키는 내가 그 집에만 가면 간짜장을 시켜 먹는다. 그 집은 팔보채도 맛있다. 그래서 언니와 나, 남자친구 이렇게 셋이 가면 팔보채 중자를 시키고 간짜장 2인분을 세 그릇으로 나눠 달...2017-12-12 14:57
어묵 한 꼬치의 기억나는 사람 얼굴을 잘 못 알아보고 이름도 못 외워 종종 오해를 산다. 거기다 술까지 퍼마시니 술 먹고 튼 관계는 술 깨고 깜깜하다. 한 젊은 시인은 내게 세 번째로 자기소개를 하고는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화를 냈고, 어떤 소설가는 내가 이름을 묻자 기가 막힌 얼굴로 자...2017-11-17 11:08
콩가루의 추석 추석이든 설날이든 명절 때 나는 아무 데도 안 간다. 친정도 없고 시댁도 없기 때문이다. 명절에 차례도 안 지내고 함께 모이지도 않는 집안을 ‘콩가루 집안’이라 한다면 나는 콩가루 집안 출신의 콩가루다. 이런 내 사정을 아는 사람들, 특히 또래 여성들은 나를 얼마나 ...2017-10-26 21:39
집밥도 집밥 나름대부분 사람에게 집밥은 소박하지만 맛깔난 손맛이 담긴 밥상을 의미한다. 집밥이란 말을 들으면 누구나 향수에 젖은 표정을 짓고 입속에 고인 침을 조용히 삼키는데, 이건 순전히 집밥을 하지는 않고 먹고만 싶어 하는 사람들의 환상이 아닐까 싶다. “오늘 뭐 먹지?”라는 잔잔...2017-09-28 04:59
고로케 덤은 누가 먹었을까지난회(제1175호)에 썼던 부산 구덕산 아래 국숫집 냄비국수를 내가 더 이상 못 먹게 된 것은 9살 무렵이었다. 그때까지 우리가 부산에 살았던 이유는 아버지가 근무하는 일본 선박회사에서 휴가를 받은 선원에게 배편만 제공했기 때문이다. 열 달 동안 대양을 떠돌다 두 달...2017-09-06 02:34
오로지 내 순서와 방식으로여름 끝물 더위가 더 참기 힘들게 느껴지는 건 너무 오랫동안 더운 음식을 못 먹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식탐자는 맛에 대한 욕망만큼 온도에 대한 욕망도 크다. 벌써 입속엔 가을이 왔는지 뜨거운 국물 음식이 그립다. 지금은 엄두를 못 내지만, 찬바람만 불어봐라 곧바로 ...2017-08-16 23:17
더위에 몸 휘지지 말자여름엔 밥해 먹기가 쉽지 않다. 불 앞에서 일하기도 힘든데 기껏 만들어놓은 음식은 빨리 상한다. 의기소침해진다. 나는 주로 아침엔 간단히 국에 밥 말아먹는데 여름엔 더운 국이 싫으니 찬물에 밥 말아먹는다. 그러자니 곁들여 먹을 밑반찬이 몇 가지 있어야 한다. 덥고 만사...2017-07-30 10:40
‘삐득삐득’ 말려야 제맛내 의지와 상관없이 오늘 먹을 안주는 반건조 고등어로 결정됐다. 생선이라면 무조건 싱싱한 생물이 맛있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겠지만 반건조 생선의 야릇한 감칠맛은 먹어본 사람들만 안다. 요즘 흔히 쓰는 ‘반건조’란 말을 내가 어릴 때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지역마다 표현...2017-07-06 18:59
술꾼들의 모국어지난해 소설집 를 내고 인터뷰나 낭독회 등에서 틈만 나면 술 얘기를 하고 다녔더니 주변 지인들이 작가가 자꾸 그런 이미지로만 굳어지면 좋을 게 없다고 충고했다. 나도 정신 차리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앞으로 당분간은 술이 한 방울도 안 나오는 소설을 쓰겠다고 술김에...2017-06-15 17:01
물회, 그것도 특!5월 말인데 덥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더우면 나는 무조건 물냉면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쩐 일로 물회가 먼저다. 나는 지금 반년 넘게 에 짧은 영화 산문을 연재하고 있다. 내 자랑이 아니라 물회 얘기다. 영화에 대한 식견이 전무한 내가 ‘권여선의 인간발견’이라는 허황...2017-05-27 17:29
까칠한 주전부리 마른오징어튀김 나의 오징어튀김 애착은 유서 깊다. 요즘 웬만한 호프집에 가보면 안주 메뉴에 오다리튀김이 있다. 번번이 시켜먹고 번번이 실망한다. 대부분 냉동이나 선동 오징어다리를 튀긴 것인데,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튀김은 마른오징어를 불려서 튀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 대로변 ...2017-05-06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