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했다, 선량했는데, 그런데 왜…2009년에 쓰는 마지막 칼럼이다. ‘2009년의 시인’으로 고 신현정 시인을 선정한다. 고인은 지난 10월16일 새벽 1시에 향년 61살의 나이로 작고했다. 고인이 살아 계실 때 만나뵌 일이 없고 그의 시를 많이 읽지도 못했다. 살아생전에 기획됐으나 출간되기 전에 시...2009-12-31 11:04
이상하게 아름다운 비명 소리연말이고 하니 ‘시 읽어주는 남자 시상식’을 한번 해 보면 어떨까. 심사위원은 ‘남자’ 1인(이라고 해서 건방지다 마시고 그냥 재미로 읽어주시길). 오늘 발표할 것은 ‘2009 올해의 첫 시집’ 부문. 그러니까 신인상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다. 공동 수상작은 오은의 첫...2009-12-10 11:47
숨이 끊기기 전 이미 인간으로서 죽었다10월28일, 그러니까 용산 재판 선고공판에서 피고인들에게 중형이 구형된 날에, 나는 김훈의 신작 (문학동네 펴냄)를 읽고 있었다. 당대를 다루는 소설이었지만 김훈은 여전했다. 지상에서의 삶은 문명이나 이념 따위와 무관하게 약육강식의 원리로 이루어지고, 인간의 시간은 ...2009-11-20 11:00
시는 전기공학, 랭보는 감전사한 것릴케의 말에는 거역할 수 없는 위엄이 있었지만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으려고 애썼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시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감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감정이라면 젊을 때 충분히 가지고 있다. 시는 체험이다.”() 무엇을 체험해야 하나. 친절하게도 릴...2009-10-28 15:47
소년과 소녀가 손을 잡으면오늘은 이수명 시인 특집.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이번 계절에 멋진 시를 발표했군요. 1994년에 등단했고 지금까지 네 권의 시집을 냈습니다. 아마 잘 모르시리라 짐작합니다. 비평가들이 자주 왈가왈부하는 시인도 아니고 대중적으로 널리 읽히는 편도 아니니까. 그러나 저는...2009-09-23 16:01
없어 이럴 수는, 이럴 수는 없어신문기사를 건성으로 읽었고 영결식 방송도 보다 말았다. 하고 싶지 않은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적이 없으니 존경할 이유를 찾기 어려운 이가 대통령이 되고,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적이 없으니 민주주의의 숭고함을 알 길이 없는 자들이 권...2009-09-04 18:38
소금창고에 대해 말해도 될까소금창고에 대해 말해도 될까. 염전에서 운반해온 소금을 출고할 때까지 보관하는 곳. 그중에서도 특히 폐염전에 남아 있는 소금창고에 대해서. 실제로 본 적은 없네. 그러나 사진으로 본 그것은, 사람이 아닌 것들에는 마음 흔들리는 일 별로 없는 이 무정한 사내까지를, 쓸쓸...2009-07-29 16:31
유인촌 장관님, 창작이란 왼쪽 심장이 시키는 일입니다유인촌 장관님께. 날이 더워졌군요. 많이 바쁘시죠? 지난 7월1일에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펼쳐진 학생들의 공연을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한예종 감사 철회와 자율성 보장을 촉구하는 학생 문화제’ 말입니다. 한예종 감사...2009-07-08 15:23
그가 남몰래 울던 밤을 기억하라순결하고 아름다운 말들이 이미 많아서 누추한 말 보태기가 버겁다. 그러나 아니 할 수가 없다. 고인을 ‘미화’하지 말라고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들이 있다. 미화는, 없는 아름다움을 인위적으로 부여하는 일이지만, 고인은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가장 아름다운 부분...2009-06-09 17:45
졸업하고 싶지 않은 학교를 위하여1966년 이래로 계간지 을 내고 뒤이어 숱한 단행본을 출간해온 출판사 ‘창비’(옛 이름은 ‘창작과비평사’)의 별칭은 ‘창비학교’다. 책 속에만 있고 강의로만 존재하는 학교다. 이 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이도 있고, 중도 자퇴한 이도 있으며, 졸업을 못해 아직도 다니고 ...2009-05-20 14:48
세상엔 읽어야 할 것 투성이 문득 시가 읽고 싶어 서점에 들른 당신은 어떤 시집을 골라야 할지 막막하다. 그럴 때엔 먼저 제목을 보라. ‘네가 뭐뭐할 때 나는 뭐뭐한다’ 같은 식의 흔해빠진 서술형 제목, ‘이별은 어쩌고저쩌고다’와 같은 식의 용감한 정의(定義)형 제목들을 피해가다 보면 이상한 제...2009-05-01 13:50
피 빠는 당신, 빛나는 당신개봉 대기 중인 박찬욱 감독의 신작 는 ‘뱀파이어가 된 신부(神父)’의 이야기라고 한다. 하고 싶은 말과 만들고 싶은 화면을 동시에 밀고 나가는, 비전과 기교를 함께 갖춘 감독이니 이번에도 본때를 보여주겠지. 그러니 오늘은 뱀파이어 이야기나 해볼까.동유럽에 퍼져 있던 ...2009-04-09 14:13
기형도 시집, 기형도 신화, 각자의 기형도 기형도 선배님께. 선배님, 내세에서 평안하십니까? 저는 내세를 믿지 않습니다만, 살아 있는 사람들의 ‘기억’이 죽은 자들의 내세쯤 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20주기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던 당신을 다시 기억해내고 있습니다. 적어도 요 며칠 동안만큼은, 당신은...2009-03-19 12:50
상쾌한 통찰, 다정한 지혜 내게 주어진 일이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 열심히 할 뿐이다, 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매력 없다. ‘왜 그 일을 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 잘 정리된 몇 문장의 대답을 머뭇거림 없이 꺼내놓는 사람이 프로라고 생각한다. 시인들도 마찬가지다. 시인들이 ‘왜...2009-02-26 17:15
치명적인 시, 용산 강압적 일제고사 시행에 반대하는 교사들을 해임해버리자, 정부 정책을 냉소하고 미래를 함부로 예측하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잡아들이자, 낙하산 사장 취임에 반대한 한국방송 직원들은 취임 직후에 잘라버리자, 그리고 이제는, 생존권을 주장하며 저항하는 철거민들은 특공대를...2009-02-03 1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