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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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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인사

등록 2008-12-31 10:46 수정 2020-05-03 04:25

새해가 밝습니다.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이 무거웠듯 한 해를 맞는 마음에도 더께가 켜켜이 눌러앉아 있습니다. 새해가 몇 연도인지부터 헷갈릴 지경입니다. 경제위기로 꽁꽁 언 가슴에 비치는 일출은 소띠해였던 1997년의 원단을 밝힌 태양과 닮아 있습니다. 의석 수에만 기대어 각종 악법을 밀어붙이는 집권당의 살벌한 표정에서도 그때가 떠오릅니다. 정부가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는 내용의 책자를 전국의 학교에 뿌렸다니, 새해 아침의 일출은 임시정부의 태동을 아직 보지 못했던, 1919년의 첫 태양처럼 비통한 붉은 색을 내물었습니다. 방송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정권의 간계와 이에 맞선 언론노동자들의 저항의 풍경은 1990년으로 달력을 돌려놓습니다.
은 신발끈을 고쳐맵니다. 지금이 21세기 하고도 10년이 지난 2009년이란 사실을 확인하려 합니다. 지난해 후퇴하는 우리 사회의 인권 현장을 고발한 ‘인권 OTL’ 시리즈에 보내온 독자들의 호응을 기억하면서, 새해에도 목소리 빼앗긴 이들을 찾아내고 그들에게 목소리를 입혀주겠습니다. 현재에 스며드는 과거의 망령들을 사냥할 것입니다. 새해 첫 표지에 “물리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세살짜리 아이 마히아를 소개하는 것도 그런 다짐에서 비롯했습니다. 문제의식을 더 날카롭게 벼린 ‘인권 OTL 시즌2’도 올해 독자를 찾아갈 예정입니다.
또한 인류의 역사는 참화와 혼돈을 딛고 전진했음을 기억하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문명의 모습을 모색하는 데 노력을 쏟겠습니다. 경제적으로 위축되고 사회적으로도 불안한 한 해가 될지 모릅니다. 그럴수록 우리가 생각해야 할 건 미래요 희망이 아닐까 합니다. 나라 안팎에서 척박한 현실에 꿋꿋하고 당당하게 나눔과 연대의 씨앗을 심고 있는 이들을 만나, 우리가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희망의 근거와 이유를 밝혀보려 합니다. 2009년을 그런 실천을 독자와 나누는 한 해로 삼고자 합니다. 다가올 설 합본호에서 그 첫 번째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새해에도 아낌없는 성원과 질정을 기다리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박용현 편집장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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