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3월25일 일본 도쿄에 있는 주일 중국대사관 앞에서 일본 경찰관이 경계를 서고 있다. REUTERS
중국 베이징의 어느 동네 천변 쉼터에서 두 남자가 설전을 벌이고 있다. 대화의 요지는 “가만히 있는 사자(중국)를 감히 건드리며 도발하는 일본에 이제는 본때를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A “일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거 같아. 현역 자위대 장교가 감히 칼을 들고 도쿄 주재 중국대사관에 침입했으니 말이야! 이거 명백한 도발 아냐?!”
B “그러게.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집권하자마자 ‘대만 유사론’ 같은 위험한 발언을 한 뒤로 중국을 대하는 일본의 분위기가 확 변하고 있는 것 같아. 대만을 핑계로 일본이 군사적으로 재무장하려는 수작 같아. 이러다 영영 대만은 수복도 못하고 자칫 일본과 싸움만 하다가 허송세월하는 건 아닌지 몰라. 근데 일본이 아무리 들이대도 함부로 전쟁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참을 때까지는 참아야지.”
A “참긴 뭘 참아! 본때를 보여줘야지. 언제까지 일본에 끌려다니며 불매운동이나 항의만 할 거냐고! 예전에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국유화하겠다고 할 때부터(2012년 당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는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은 이미 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우리가 아무리 반발하고 제재해도 달라지는 게 없잖아. ‘아베의 딸’이라 불리는 우익 보수주의자 다카이치는 총리가 되자마자 노골적으로 우리를 엿 먹이고 있어. 일본을 제대로 손보지 않으면 앞으로 더 크게 꼬이게 될 거야.”
B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직접적인 충돌은 피해야지. 지금 세계 곳곳에서 전쟁으로 난리인데. 일본도 문제지만 라이칭더가 대만 총통이 되더니 예전보다 더 노골적으로 독립하겠다고 설쳐대니 참 골치 아픈 문제야. 대만을 하루라도 빨리 되찾아야 할 텐데 갈수록 태산이야.”
A “툭 까놓고 말해서 대만 수복도 진즉에 끝냈어야 할 숙제였다고. 해야 할 숙제를 제때 안 하고 자꾸 이것저것 눈치나 보고 핑계를 대다보니 오늘날 이런 사태까지 벌어졌잖아. 사실 대만 수복은 일도 아니야.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일본과 한 번은 맞짱 뜨는 거라고 생각해. 일본은 절대 순순히 물러날 놈들이 아니야. 시진핑 주석이 진짜로 인정받는 지도자가 되려면 일본을 제대로 혼내줘야 해. 이건 우리 중화민족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야. 세 번이나 연임할 정도로 능력이 있는 지도자라면 당연히 일본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 종이호랑이처럼 계속 소리만 지르다간 저놈들이 또 무슨 도발을 할지 모른다고. 과거에는 우리가 힘이 없어서 당했지만 지금은 돈이 없어, 힘이 없어?”
2026년 3월24일 오전 9시께, 일본 도쿄에 있는 중국대사관에 한 젊은 남성이 무단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이 남성은 일본 미야자키현 육상자위대 소속 현역 3등 육위인 무라타 고다이(23)다. 그는 약 18㎝ 길이의 흉기를 소지한 채 담장을 넘어 중국대사관 안으로 불법침입을 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일본 경찰 조사에서 그는 “주일 중국대사를 만나 일본에 대한 강경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말하려 했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자결해서 충격을 주려 했다”고 진술했다.
다음날인 3월25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린젠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일본 내 극우 사상과 그 세력이 매우 창궐하고 있으며, (일본) ‘신형 군국주의’가 세력을 형성해 해악을 끼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또 이 사건은 과거 역사와 대만 등 중-일 관계의 중대하고 핵심적인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잘못된 정책적 방침과도 연관됐고, 아울러 일본 정부가 자위대원의 관리와 교육에 실패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중국 내 대표적인 관방매체 ‘인민일보’와 ‘신화사’ 등도 린젠 대변인의 논조와 비슷한 요지로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사설과 기사를 쏟아냈다.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이 사건 배후의 위험한 신호다. 최근 몇 년간 일본 정부는 역사 인식과 대만 등 핵심 의제에서 잇따라 잘못을 저지르며, 국내 우익 세력의 대중 적대감 선동을 방치해왔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는 대중 강경 담론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개헌과 군비 확장, 군사적 제한 완화를 극렬히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정치적 분위기는 자위대 내부의 극단적 정서를 직접적으로 초래했다.”(인민일보 온라인 매체 인민망 3월30일치)
“흉기 난입은 한 개인의 편협함이 아니라, 체계화되고 장기적인 세뇌가 낳은 재앙적 결과다. 역사의 순환은 놀랍도록 유사하다. 간부 후보생 학교를 갓 졸업하고 3등 육위로 진급한 젊은 자위대 장교가 직무를 이탈하고 장거리를 이동한 끝에 흉기를 들고 외국 대사관에 가서 사건을 일으켰다. 그 행태는 1930년대 일본 군부 소장파 장교들의 ‘쇼와 유신’(昭和維新)과 얼마나 닮았는가! 그때 바로 ‘황국사관’에 가득 차서 자칭 ‘나라 걱정하는 선비’들이었던 기층 장교들이 암살·쿠데타 등의 행동으로 국가기구를 단계적으로 볼모로 잡고, 일본과 전세계를 전쟁의 심연으로 끌어들였다. 무라타 고다이는 일본 군국주의 유령을 흔들어 깨웠다.”(신화통신 3월29일치)
2025년 11월7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 이후 중-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 발언에는 중국이 만일 대만을 공격하게 되면 평화안전법에 따라 일본에 대한 중대한 ‘존립 위기 사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이 군사적 개입을 할 수 있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중국 정부는 이 발언을 핵심 국가 이익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해 강하게 반발했다. 일본 정부에 즉각적인 발언 취소와 사과를 요구했을 뿐만 아니라, 자국민의 일본 여행 자제령과 수산물 수입 제한 그리고 희토류 같은 핵심 자원의 수출 제한 등 일본에 대한 경제적 압박도 전방위로 이어가고 있다.
일본 정부도 물러날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3월24일 발표된 2026년 일본 외교청서 초안에서는 지금까지 중국을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 중 하나”라고 부르던 것에서 ‘중요한 이웃 국가’로 격을 낮춰 표현했다. 중국에 대한 전략적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본 내 반중 정서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일본에 거주하는 중국인과 유학생, 여행객을 대상으로 해코지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자주 나온다. 이 와중에 발생한 자위대 현역 장교의 중국대사관 침입 사건은 불길 위에 기름을 들이부은 꼴이 되었다.
3월31일치 싱가포르 ‘연합조보’ 보도에 따르면 상황은 점입가경이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마모토현과 시즈오카현에 ‘적기지 공격 능력’을 갖춘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일본의 첫 장거리 미사일 배치이고, 그동안 유지해온 ‘전수방위’(공격받았을 때만 방어력을 행사) 원칙에 기초한 일본 방위 정책의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는 적국이 공격에 착수했다고 ‘판단될 경우’ 실제 피해가 발생하기 전 이들 화기를 사용해 반격할 능력을 의미한다. 중-일 관계가 최악의 벼랑 끝으로 향하면서 자칫 한 발만 잘못 삐끗하면 예측할 수 없는 파국을 불러올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대만 드라마 ‘제로데이 어택’(零日攻擊, Zero Day Attack)은 다카이치 총리가 말한 ‘대만 유사시’ 상황을 소재로 했다. 2025년 8월에 방영돼 대만과 일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는 실종된 수송기를 수색한다는 명목으로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 해역을 봉쇄하고 진먼다오에 상륙하면서 시작된다. 드라마 속에서 중국 시시티브이(CCTV) 아나운서는 활짝 웃는 얼굴로 “대만 동포 여러분! 우리는 한 가족입니다”라고 말하며 인민해방군의 해협 봉쇄 소식을 마치 ‘복음 뉴스’처럼 전한다. 이 드라마는 대만 본토에 대한 인민해방군의 무력침공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대만 사회가 겪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종류의 정치·경제·사회·심리적 붕괴 과정을 다각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상황이라고 해도 믿길 정도다. 다시 말해 무력침공을 당하기도 전에 대만 사회는 내전과 시스템 붕괴 상황으로 내몰린다는 설정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는 ‘제로데이 어택’이 감행되기 전에 할 수 있는 양안 간 최대한의 노력과 최선의 선택에 대한 질문은 빠져 있다. 대신 내전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는 개인과 시민들에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간접적으로 물을 뿐이다.
2009년 대만에서 출판된 ‘대강대해(大江大海) 1949’는 중화권에서 중요한 르포문학으로 손꼽히는 작품 중 하나다. 이 책은 대만 작가이자 문화부 장관을 지냈던 룽잉타이가 자신의 부모를 비롯해 내전의 참상을 직접 겪은 당사자들을 취재해서 기록한 글이다. 룽잉타이는 이 책에서 1949년이라는 해를 ‘승자와 패자’로 기록하는 방식을 거부한다. 단순히 내전에서 승리한 공산당이 사회주의 중국을 건국하며 ‘승리자’가 되고 패배한 국민당이 대만으로 쫓겨가며 ‘패배자’가 된 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1949년을 역사에 이름이 남아 있지 않은 모든 사람이 이념과 폭력에 희생돼 ‘패배하고 난민이 된 해’라고 말한다. 그리고 묻는다. “전쟁에서 진정한 승리자가 있는가? 전쟁의 결과 우리는 모두 패배자다.”

2025년 10월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제3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2026년 중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 사이에는 다시 일촉즉발의 위기가 감돌고 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강대해 1949’ 2025년판 서문에서 룽잉타이는 이런 분위기를 염두에 두고 이렇게 썼다. “가장 최선의 ‘선택’은 언제나 평화다. 평화는 순진한 기도가 아니라 긍정적인 전략적 선택이다. 평화는 약함과 양보가 아니라 주도권의 협상 카드다. 평화는 포기하고 항복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고 설계하며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는 ‘평화’를 선택하지 않았을 때 펼쳐질 수 있는 ‘인간 지옥’에 대해서도 이렇게 묘사했다. “1993년, 이스라엘 국회에 앉아 나는 그 과정을 목격했다. 밖에서는 군중이 격렬하게 포효하고, 안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주먹질하며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평생을 전장에서 보낸 노장군 출신의 이츠하크 라빈 총리가 단상에 올라 말했다. ‘피로 물든 전장에서 돌아온 우리 군인들…, 매일같이 자녀를 매장해야 하는 나라에서 온 우리가… 오늘 여러분에게 가장 크고 명확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이제 충분합니다! 피와 눈물은 이제 충분합니다!’ 그 바로 직후 단상에 오른 야당 지도자 베냐민 네타냐후는 고조된 목소리와 선동적인 어조로, 라빈이 제시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안은 유대인의 배신행위라고 비난했다. 2년 뒤, 라빈은 평화를 반대하는 같은 동포의 손에 암살당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땅 위에 펼쳐진 인간 지옥을 목도하고 있다.” 그 인간 지옥은 지금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격한 이란에서도 볼 수 있다.
동네 천변에서 “미뤄둔 숙제를 빨리 해치우고 일본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며 분노하던 그 남자가 훗날 이런 진리를 깨닫게 될 날이 왔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해 평화를 선택하고 설계하는 지도자야말로 가장 능력 있고 실력을 갖춘 지도자라는 사실을. 일본도 대만도, 그리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베이징(중국)=박현숙 자유기고가
*박현숙의 북경만보: 베이징에 거주하는 박현숙씨가 중국의 숨은 또는 드러나지 않은 기억과 사고를 읽는 연재입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트럼프 “이란과 ‘호르무즈 벤처’ 검토”…함께 통행료 걷나

특검, 김건희 2심서 징역 15년 구형…“용서 구한다”

“장동혁 가장 걸림돌” 국힘 내 퇴진론 분출…내홍 속 다음주 방미

북 장금철 “계속 까불어대면 재미없다…김여정 담화는 분명한 경고”

법정 나온 박성웅 “이종호, ‘우리 장군님’ 하며 허그…친해 보였다”

미군, 소총 주는데…구조된 조종사 ‘권총’ 어디서 구했나

휴전 이튿날 이스라엘, 레바논 공습에…호르무즈, 다시 막힌 듯

호르무즈에 발 묶인 우리 선박 26척…여전히 ‘운항 자제’ 권고

“핵 잔해 파내 제거할 것”…트럼프, 이란 우라늄 직접 폐기 방침

고성국, 전한길 탈당에 “장동혁 도와야지…패배주의” 비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