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스타 강사 장쉐펑. 유튜브 갈무리
2025년 9월3일 전승절(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8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열병식이 중국 베이징 천안문(톈안먼)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중국 온·오프라인에서 가장 많은 화제와 관심, 트래픽이 집중된 것도 단연 열병식 광경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입시 컨설턴트 장쉐펑의 즉석연설 동영상이다. 장쉐펑은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과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기자 뺨치는 특유의 표정과 입담으로 중국 입시 컨설턴트 업계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사람이다. 장쉐펑은 이날 자기 회사 직원들과 함께 열병식을 단체로 관람한 뒤 상기된 표정으로 단상에 올라 즉석연설을 했다.
“만일 통일을 위한 총성이 울리면(중국이 대만과 통일전쟁을 하면) 나는 개인적으로 최소한 5천만위안(약 98억원)을 기부하겠다. 회사 명의로도 총 1억위안(약 196억원)을 기부할 것이다. 우리 회사 계좌에 영원히 이 돈을 준비해두겠다. 양안(대륙과 대만)은 반드시 통일될 것이고, 우리 세대에는 반드시 통일을 직접 목격하게 될 것이다!” 불끈 쥔 주먹을 들고 연설하는 동안 그는 자기 말에 스스로 도취된 듯한 표정이었고 눈가도 어느새 붉어져 있었다.
이날 그의 연설 동영상은 놀라운 상업적 효과를 발휘했다. 웨이보와 더우인(틱톡) 등 각종 동영상 플랫폼과 소셜미디어에서 수십억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 덕분에 그의 회사는 돈 한 푼 안 들이고 순식간에 약 1억6천만위안(약 314억원)에 해당하는 광고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그의 ‘애국 연설’ 동영상이 퍼져 나간 뒤 한 시간에 우리돈으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입시 관련 컨설팅 예약 주문이 전월 대비 40% 가까이 증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의 발언을 둘러싼 논쟁도 치열했다. 유명 경제학자 쑹칭후이는 자신의 웨이보에 장쉐펑의 이날 연설을 “애국 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보여주기식 애국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은 진정한 애국이 아니라 극단적 민족주의 감정을 선동하는 행위일 뿐이다. (…) 결국 모든 상업적 목적을 위한 애국은 애국을 모독하는 것이다.” 이에 동조하는 누리꾼들도 장쉐펑의 발언을 “애국은 쇼일 뿐이고 본질은 장사”라고 비판했다.
반면 장쉐펑을 옹호하는 누리꾼들은 “보여주기식 애국도 애국이다. 애국을 드러내놓고 표현하는 것도 애국”이라며 “위선적인 애국이야말로 애국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산둥의 한 누리꾼은 “돈 있는 사람은 돈을 내고 힘 있는 사람은 힘을 보태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모범적인 애국 행위”라고 하는가 하면 장쑤의 한 누리꾼은 “설령 진짜 ‘쇼’라 해도, 실제로 한 일이 진짜라면 그것도 애국이다. 자신은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으면서 매일 남을 위선적이라고 조롱만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고 밝혔다.
장쉐펑이 훗날 ‘총성이 울리는 즉시’ 진짜로 거액의 돈을 기부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총성이 울리기 전’에 이미 그는 인터넷에서 수십억 트래픽을 끌며 ‘공짜’로 자기 기업 광고도 하고 고액 입시 컨설턴트로 ‘떼돈’도 벌었다. 게다가 그는 주로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등에서 활동하는 샤오펀훙(小粉红.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누리꾼)으로부터 “삼관(세계관·인생관·가치관)이 바르다”는 칭송을 듣기까지 했다. 영악하고 노련한 사업가 장쉐펑은 온라인에서 애국이 어떻게 소비되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애국 쇼’를 한 장쉐펑도 9월24일 이후 웨이보와 더우인, 샤오훙수 등 중국 내 주요 소셜미디어플랫폼에서 ‘구독’ 차단을 당했다. 그가 입시 상담 관련 영상에서 자주 언급한 교육 관련한 빈부격차 발언등이 당국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장쉐펑 관련 논쟁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 다른 왕훙(인플루언서) 후천펑이 온·오프라인의 ‘빅 뉴스’로 등장했다. 그의 모든 동영상 콘텐츠와 소셜미디어 계정이 9월16일 이후 완전히 차단당했기 때문이다. 중국 내 매체와 온라인에서는 당국이 후천펑에게 ‘디지털 사망’을 선고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반체제 인물도 아니었고 반동적 지식인도 아니었다. 그저 다른 온라인 크리에이터들과 마찬가지로 구독자들의 슈퍼챗과 ‘좋아요’로 먹고사는 전업 크리에이터일 뿐이었다. 그가 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밟지 말았어야 할 ‘레드라인’은 무엇일까.
후천펑은 2023년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불과 2년여 만에 중국에서 가장 핫한 온라인 인플루언서가 됐다. 그는 애국과 같은 비교적 안전하게 인기를 끌 수 있는 ‘꿀템’ 대신 주로 중국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불편한 진실’을 주요 소재로 다뤘다. 그가 짧은 시간에 백만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하고 큰 인기를 끌었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가감 없이 내지르는 특유의 과장된 화술로 중국 사회에 존재하는 온갖 계급 불평등과 사회 모순 등을 ‘안드로이드 vs 애플’로 비유하며 어그로를 끌었기 때문이다.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오직 ‘안드로이드와 애플’ 두 등급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는 하층 계급을, ‘애플’은 엘리트 계급을 일컫는다. 사람뿐만 아니라 학벌과 주택, 자동차 등도 모두 이 두 등급으로 나뉜다. 심지어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 등도 그렇다.
혹자는 그가 사회에 엄연히 현존하는 계급질서와 부의 불평등 현상을 재미있게 풍자하려 했다고도 해석한다. 하지만 그가 결정적으로 온라인 샤오펀훙을 분노하게 한 것은 서민들이 사용하는 거의 모든 중국 상품과 먹거리, 자동차 등을 ‘안드로이드급’이라고 폄하했기 때문이다. 그는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을 생각한다면 믿을 수 있고 신선한 식품만을 파는 ‘샘스클럽’에 가서 사 먹고, 자동차도 저질 부품을 사용하는 국산 대신 미국산 테슬라 등을 타고 다니라고 했다. 그래야만 ‘애플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온라인에서 그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샤오펀훙이 갈수록 늘어났다. 심지어 그를 매국노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가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과 영상물 댓글에서도 격렬한 논쟁이 매일같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는 어떤 공격과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견고한 ‘안드로이드 vs 애플’ 세계관을 고수했다.

인플루언서 후천펑. 후천펑 유튜브 갈무리
1996년생인 후천펑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17살 나이에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월급 800위안(약 15만원)을 받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자신의 구분법에 따르자면 전형적인 ‘안드로이드 인생’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안드로이드 인생’을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달은 그는 주식투자에 뛰어들어 한때 큰돈을 벌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엔 투자 실패로 다시 무일푼이 됐다. 그 후 2023년부터 웨이보와 더우인, 빌리빌리 등 동영상 플랫폼에 계정을 만들고 ‘크리에이터’ 인생을 시작했다. 그 무렵은 3년간의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중국 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대규모 해고자와 청년 실업자가 양산되던 시기다. 그들 대다수는 임시로 배달노동자로 생계를 꾸리거나 일부는 막 전성기에 접어들던 동영상 크리에이터로 전업했다.
후천펑이 온라인에서 유명해진 계기는 ‘구매력 도전’ 시리즈 영상물을 올리면서다. 2023년 3월, 그는 카메라를 들고 청두 거리로 나가서 “보통 사람들의 하루 연금 구매력” 관련한 영상물을 찍다가 우연히 한 달 연금 107위안(약 2만원)으로 살아가는 70대 할머니를 만나게 됐다. 모두가 이제는 먹고살 만한 수준이 됐고 심지어 미국과도 맞짱 뜰 수 있는 국가 경제력을 갖췄다고 생각하지만, 청두 거리 한복판에는 아직도 한 달 연금 107위안으로 겨우 연명해가는 노인이 있었다. 그는 할머니를 데리고 인근 마트에 가서 107위안으로 어느 정도 살 수 있는 지를 직접 체험하는 영상을 올렸다. 그 영상은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며칠 뒤 그 영상은 전부 삭제됐고 후천펑의 라이브 방송 계정도 차단당했다. 아무런 이유나 설명도 없었다.
얼마 뒤 다시 계정이 활성화되자, 후천펑은 본격적으로 구매력 관련한 주제를 확대해서 보통 중국인들이 받는 월급으로 어느 정도 살 수 있는 지, 서민들의 ‘찐’ 생활 모습과 실제 경제 수준을 보여주는 영상물을 올렸다. 그의 영상물에 등장하는 보통 서민들의 임금 대비 실제 구매력은 정부가 선전하는 수준과는 한참 차이가 있었다. 그는 또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오스트레일리아 등 다른 나라에서는 하루 8시간 정도 일해서 받는 최저임금으로 어느 정도 살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글로벌 구매력’ 시리즈를 만들었다.
후천펑은 자신이 크리에이터로 벌어들이는 한 달 총수입이 얼마인지도 투명하게 공개했다. 이러한 행위는 재산과 수입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 중국 관료들과 비교된다며 크게 환영받았다. 하지만 2025년 9월16일 최종 ‘사망선고’를 받기 전까지 그는 총 다섯 번의 계정 정지와 영상 삭제를 당했다. 매번 일정 기간이 지나면 부활했지만 이번에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전망이 크다. ‘안드로이드 vs 애플’ 분류법으로 중국 사회 계급 불평등을 풍자하다 못해 계급 적대감을 조장하는 ‘부정 정서’ 확대와 국산품을 폄훼하는 반애국 정서를 유포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16년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온라인 내 표현과 행위를 금지하는 ‘인터넷 안전법’을 만들어 시행했다. 그 뒤 몇 차례 관련법에 대한 수정과 정비를 거쳐 인터넷 콘텐츠 생산과 유통을 포괄적으로 규제하고 정보 검열을 제도화했다. 2022년부터는 50만 이상의 팔로어를 가진 계정주의 실명과 아이피(IP) 공개가 의무화됐다. 또 동영상이나 게시물에 누르는 ‘좋아요’도 댓글로 간주해, 만일 법규에 위반되는 사항이 있으면 사용자에 대한 처벌과 책임을 확대했다. 2025년 3월 발의된 ‘인터넷 안전법’ 수정안은 최대 1천만위안(약 19억원)의 과징금을 도입하고, 관련 웹사이트 폐쇄와 서비스 중단 조항을 신설했다. 이와 함께 2021년부터 ‘인터넷 정화’ 운동을 펼치며 사회 부정 정서와 퇴폐 정서를 미화하는 등의 콘텐츠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처벌 강화를 해오고 있다.
후천펑의 퇴출과 거의 동시에 다른 인기 왕훙들도 대규모로 활동 정지를 당하거나 영상물이 삭제됐다. 이들은 주로 피시방 등에서 최저 생활비로 살아가는 자신들의 생활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올리며 인기를 끈, 이른바 ‘탕핑족’(가만히 드러누워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 크리에이터다. 이들이 올린 영상물은 모두 사회 부정 정서와 퇴폐 정서를 미화하는 콘텐츠라는 이유로 단속 대상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 내 ‘맑은 물을 흐리는’ 이들 불량 크리에이터는 반드시 ‘정화돼야만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열병식을 전후해 정부가 대대적으로 온라인 콘텐츠 단속을 강화하는 행태에 대해 한 누리꾼은 후천펑의 표현을 빌려 대놓고 이렇게 비판했다. “안드로이드 정부 수준에 딱 맞는 안드로이드급 단속이다.” 애정하던 크리에이터 후천펑의 ‘디지털 사망’에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베이징(중국)=박현숙 자유기고가
*박현숙의 북경만보: 베이징에 거주하는 박현숙씨가 중국의 숨은 또는 드러나지 않은 기억과 사고를 읽는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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