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언론의 1면은 단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일거수일투족이다. 상식을 깨는 장관 인사부터 돌출 외교정책까지 ‘트럼프다운’ 행보가 이어진다.
최근 가장 큰 논란은 러시아 정부에 고용된 해커들이 트럼프 후보를 암묵적으로 도왔다는 것이다. 언론은 이들이 대선 기간에 정보전을 펼치는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했다고 미국 중앙정보부(CIA)가 결론 내린 사실을 보도했다.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은 선거 기간 내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CIA는 “특정 후보에 유리하거나 불리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수사 정보 공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CIA와 정반대로 연방수사국(FBI)의 제임스 코미 국장은 ‘정치적 중립’이란 불문율을 깼다. 이뿐 아니라 FBI 자체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사실상 선거에 ‘뛰어들었다’. 코미 국장은 선거를 열흘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국무장관 시절 개인 전자우편으로 업무 보고를 받았다는 ‘클린턴 전자우편 스캔들’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새로운 증거를 입수했다”며 재수사를 암시해 선거 판세를 뒤흔들었다. 코미 국장이 “해당 전자우편에서 아무런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슬쩍 발을 뺀 건 이미 선거가 끝난 뒤였다.
러시아 정부와 FBI 모두 이유는 다르지만, 미국 선거에 어떤 영향도 미치면 안 되는 조직이다. 이에 대해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학 교수는 ‘썩어빠진 선거’(The Tainted Election)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두 조직의 선거 개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권위와 정당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 코미의 선거 개입이 실제 선거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분석할 방법은 없다. 다만 크루그먼 교수는 표 차이가 크지 않았던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가운데 세 군데를 클린턴이 이긴 경우를 가정했다. 이렇게 되면 선거인단 표에서도 앞서는 건 클린턴이었다고 정리했다. 그는 “러시아 해커와 FBI의 개입이 승패를 뒤집었다는 의심은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했다. 클린턴 지지자들과 민주당원들을 허탈하게 만든 전체 득표수는 개표가 최종 집계될수록 더욱 차이가 벌어졌다. 결국 클린턴이 트럼프보다 300만 표 가까이 더 많이 얻었다.
크루그먼 교수는 “투표함 바꿔치기 식의 노골적인 부정선거는 아니었으므로 선거 자체를 번복하는 일은 없다”고 먼저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 해커와 FBI 수장의 명백한 선거 개입 탓에 대통령 트럼프의 정당성과 권위는 심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선거가 끝난 뒤, 트럼프로서는 통합은커녕 시작부터 대통령 직책의 정당성이 흔들리게 되었다.
어찌하면 좋을까. 크루그먼 교수는 무엇보다 대통령 트럼프를 ‘정상적 인물’로, 트럼프 정권을 ‘상식적인 정치집단’으로 그리려는 언론의 안이함을 경계했다. 트럼프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사적 이익과 공적 이익이 충돌하는 지점이 많은 인물이다. 여기에는 헌법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보일 소지가 있는 것들이 포함됐다.
크루그먼 교수는 “트럼프는 대다수 미국인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이라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기꺼이 밀어붙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준 백인 저소득층 노동자들이 의료보험이나 연금 혜택에서 오히려 피해를 보며 버림받을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이 때문에 그는 “민주당이 이 지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정책으로 논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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