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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년 동안의 고독

2016 메이저리그 시즌 개막… 최대 관심은 108년 만의 ‘시카고 컵스 우승’
등록 2016-04-09 16:32 수정 2020-05-03 04:28
2015년 10월21일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시카고 컵스의 한 팬이 얼굴을 가린 채 안타까워하고 있다. 컵스는 이날 시리즈 4전패를 당해 107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 꿈이 또 한 번 무산됐다. AP 연합뉴스

2015년 10월21일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시카고 컵스의 한 팬이 얼굴을 가린 채 안타까워하고 있다. 컵스는 이날 시리즈 4전패를 당해 107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 꿈이 또 한 번 무산됐다. AP 연합뉴스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눈길을 받을 팀은 아마 한화 이글스일 것이다. 지난해 이미 김성근 감독의 프로판 복귀로 큰 관심을 받았고, 투수진 운용 문제가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가장 ‘뜨거운 감자’ 취급을 받았다. 이런 선상에서 국내 프로야구에서 이번 시즌 한화의 성적은 여전히 큰 볼거리다.

그렇다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최대 관심팀은 어디일까? 지역적 관심도를 배제하면 아마 시카고 컵스일 것이다. 메이저리그가 첫 공식 발족한 1876년, 원년 멤버인 컵스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팀이다.

그런데 1907년과 1908년 월드시리즈를 2연패 한 뒤 107년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미국 4대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긴 ‘우승 가뭄’이다. 물론 창단 이후 우승은 고사하고 한 번도 월드시리즈 무대조차 밟아보지 못한 시애틀 매리너스 같은 팀도 있다. 하지만 기간으로 따졌을 때 컵스의 가뭄은 길어도 너무 길다. 마지막 월드시리즈 진출 역시 1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심지어 오랜 가뭄의 원인이 ‘염소의 저주’에 걸렸기 때문이란 말까지 잘 알려져 있다. 1945년 팀의 마지막 월드시리즈 4차전에 경기장을 찾은 빌리 사이어니스란 술집 주인이 애완 염소를 데리고 왔다. 하지만 구단 쪽이 염소 냄새가 나서 다른 관중에게 방해가 되니 “나가달라”고 요청하자, 사이어니스는 “컵스는 절대 우승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저주를 퍼부었다고 한다. 실제 컵스는 이후 한 차례도 월드시리즈 진출을 못하고 있다. 우연치고는 너무 길고 질긴 악연이 된 것이다.

메이저리그에는 유명한 3대 저주가 있다. 첫째는 이미 언급한 ‘염소의 저주’다. 그다음은 보스턴의 ‘밤비노의 저주’, 그리고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블랙삭스 스캔들의 저주’가 그것이다. 나머지 두 개의 저주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소개하겠다. 중요한 건, 보스턴의 저주는 2004년 86년 만의 우승으로 풀렸고, 화이트삭스의 저주는 2005년 88년 만의 우승으로 역시 사라졌다는 점이다.

여기서 잠깐 상상해보자. 내가 사랑하고 열과 성을 다해 응원하는 팀이 100년을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우승하지 못한데다, 우승에 도전할 월드시리즈 무대조차 70년 동안 밟지 못했다는 것을. 한 가족으로 치면, 거의 4대에 걸친 ‘한’(恨)이라 할 수 있다. 오죽하면 1989년에 발표된 공상과학(SF) 영화 에 나오는 장면에서 2015년- 당시로는 당연히 미래다- 컵스가 우승할 것이란 예언까지 들먹이며 지난해 우승 가능성에 열을 올렸지만, 월드시리즈 무대 진출을 코앞에 두고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고배를 마셨다.

2016 시즌 사상 최대로 늘어난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활약에 메이저리그가 큰 관심을 끌겠지만 이들을 제외하고 올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컵스를 주목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108년에 걸친 기나긴 저주가 과연 막을 내릴지 말이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야구 해설위원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국내외 야구의 속깊은 이야기를 전하는 ‘메이저&마이너’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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