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1일 국내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벤치클리어링’(경기 도중 그라운드에서 싸움이 벌어졌을 때 선수들이 벤치를 비우고 나가 싸움에 동참하는 일)이 벌어졌다. 상황은 꽤 심각했다. SK 김강민이 LG 류제국과 주먹다짐을 벌였고, 양 팀 더그아웃의 모든 선수가 뛰어나와 분위기가 험악했다.
프로야구는 팀 간 경쟁이 치열하고, 경기를 치르는 선수도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인 만큼 벤치클리어링은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일반적으로 벤치클리어링은 투수가 타자를 맞히거나, 혹은 거의 맞힐 뻔한 위협구가 나왔을 때 일어난다. 타자가 치명적으로 부상할 수도 있는 상황을 두고, 누군가 먼저 흥분하면 예기치 못한 사태로 이어지는 것이다.
시속 140km가 넘는 볼에 맞으면 “맞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이 뒤따른다고 한다. 맞는 부위에 따라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맞은 타자가 이성을 잃고 투수에게 달려드는 경우가 잦다.
이날도 김강민이 류제국과 설전을 벌이던 중, 화를 참지 못해 마운드로 달려가면서 주먹다짐이 시작됐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이 김강민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류제국이 가벼운 사과의 제스처를 취한 만큼, 사소한 다툼을 끝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김강민의 경우, 그 전 타석에서 홈런을 쳤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복성이 아닌가 의심할 소지가 있었다. 그래서 더욱 불쾌할 수 있었다.
비신사적 행동이나 상대를 조롱하듯 행동했을 때도 경기 도중 십중팔구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 우리 팀 간판선수가 몸에 공을 맞았을 때, 상대팀 간판선수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보복 투구’를 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여기에는 “먼저 공격하면 ‘반드시 보복받게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이후 우리 선수가 고의적 투구에 맞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명분이 있다.
김강민과 류제국이 주먹다짐을 벌인 날, 경남 창원에선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져 화제를 모았다. 이날 원정팀인 한화 선발투수 송은범이 공을 던지는 순간 NC 다이노스의 박석민이 뒤늦게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주심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공을 던지려던 송은범마저 움찔하면서 공은 엉뚱한 곳으로 빠져 ‘볼 카운트’ 하나가 늘었다. 송은범은 그다음 공을 박석민 등 뒤로 던졌다. 고의성이 다분한 ‘빈볼성 투구’로 느낀 박석민이 마운드 쪽으로 걸어갔고, 양 팀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모두 뛰쳐나오면서 상황이 벤치클리어링으로 번졌다.
불상사 없이 상황은 정리됐지만, 이어진 한화 공격에서 주장 정근우가 몸에 공을 맞게 된다. 한화 더그아웃이 술렁였다. 하지만 정근우는 한화 쪽 더그아웃을 향해 ‘나는 괜찮다’는 제스처를 보내 팀을 진정시켰다. 그는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1루로 나갔다. 다음 수비 때도, 한화 벤치는 송은범에게 “보복 투구를 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이날 경기는 순조롭게 끝났다.
두 경기에서 벤치클리어링과 관련된 류제국·김강민·송은범·박석민은 모두 베테랑이자, 팀을 이끄는 리더급 선수다. 이들은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했다. 정근우만이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대처해 자칫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후폭풍’을 막았다. 프로선수로서 정근우의 현명함이 TV로 시청하거나 경기장을 직접 찾는 많은 야구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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