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는 진정한 경쟁의 장이다. 살아남기 위한 정글이기도 하다. 실력은 당연한 것이고,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한 경쟁도 만만치 않다. 이 와중에 팬들이 선수의 별명을 붙일 정도면 어떤 의미로는 성공이라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는 역대급 별명을 가진 선수들이 있다.
최고의 별명 소유자는 아마 베이브 루스일 것이다. 비록 그의 기록이 지금은 깨졌지만, 루스는 714개의 홈런을 기록한 ‘영원한 홈런왕’이다. 그의 본명은 조지 허먼 루스지만,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함 탓에 아기를 뜻하는 ‘베이브’란 별명이 아예 이름처럼 기억되고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3루수 파블로 산도발의 별명은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쿵푸팬더’다. 뚱뚱하고 배 나온 팬더가 무림의 초고수로 성장한다는, 엉뚱하고 앙증맞은 애니메이션이다. 산도발이 올해는 정체불명의 부상으로 아직 경기장에 모습을 보이고 있진 않지만, 그의 생김새를 보면 별명이 쿵푸팬더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다.
통산 1406개의 도루로 불멸의 기록을 가진 리키 헨더슨의 별명은 ‘맨 오브 스틸’이다. 도루를 뜻하는 영어 ‘스틸’(steal)과 슈퍼맨의 별명인 ‘맨 오브 스틸(steel)’(강철 사나이)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데서 따온 별명이다.
이제는 은퇴했지만 통산 세이브 1위의 마리아노 리베라는 자신의 테마 노래 (Enter Sandman)에서 따온 ‘샌드맨’이 별명이었다. 샌드맨은 중세 유럽의 전설 속 인물로, 아이들이 잘 때 눈에 마법의 모래를 뿌려 행복한 꿈을 꾸게 해준다는 인물이다.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던 리베라가 경기 마지막에 상대팀 선수들을 ‘재우러 보낸다’는 뜻이 숨어 있어 흥미롭다.
강속구의 대명사 놀런 라이언의 별명은 바로 그의 특징이 연상되는 ‘라이언 익스프레스’, 즉 라이언 특급이라는 별명이다. 본인도 만족하고 이미지와도 부합돼 잘 알려진 별명이 되었다.
208cm의 큰 신장으로 마운드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확실한 존재감을 주었던 랜디 존슨의 별명은 ‘빅 유닛’이었다. 빅 유닛은 ‘항공모함’을 뜻한다. 그의 큰 키와 정말 잘 어울린다. 게다가 존슨은 시속 160km에 근접한 빠른 볼을 던지던 선수다. 타자들에겐 항공모함에서 날아온 미사일과 같은 그의 위력적 공을 연상시키는 별명이었다.
현역 불펜 투수인 마크 젭진스키는 영어 단어맞추기 퍼즐 게임인 ‘스크래블’을 별명으로 삼았다. 그의 성인 젭진스키(Rzepczynski)가 모호한 스펠링이라 그렇다. 스펠링을 불러주지 않으면 누구도 제대로 적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선수 가운데는 추신수가 ‘추추트레인’으로 현지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또 올해 메이저리그 진출 뒤, 홈런을 펑펑 터뜨리고 있는 박병호 선수는 엄청난 폭발을 의미하는 빅뱅에서 따온 ‘박뱅’이란 별명을 얻어냈다. 별명은 선수에게는 자신을 가리키는 또 하나의 상징이자,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수단이기도 하다. 다른 한국인 메이저리거들도 멋진 별명을 얻는 올 시즌을 기대한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야구 해설위원※카카오톡에서 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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