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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투수에서 ‘정치 타격가’로

메이저리그 개인 통산 216승 거둔 커트 실링… 기독교 보수주의자 면모 과시, 대권 도전 선언
등록 2016-08-20 15:44 수정 2020-05-03 04:28
역투하는 커트 실링. AP 연합뉴스

역투하는 커트 실링. AP 연합뉴스

야구와는 거리가 먼 얘기 같지만, 대통령선거 바람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미국 대선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맞대결로 흘러가고 있다. 클린턴은 이미 ‘퍼스트레이디’로서 백악관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이후에는 상원의원을 했다. 버락 오바마 현 정부에서는 국무장관을 했다. 한마디로 워싱턴 정치판은 물론이고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반면 트럼프는 ‘부동산왕’으로 미국 내 손꼽히는 부호로 인식돼 있다. 대중의 주목을 받는 걸 즐겨 미국 프로레슬링(WWE)에 나와 액션을 보인 적도 있다. 인기 TV 프로 (The Apprentice)도 진행했다. 무엇보다 이번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 뛰어든 뒤 ‘막말 퍼레이드’를 보이며 역대급 문제적 대통령 후보로 불린다. 애초 ‘하나의 해프닝’처럼 보이던 트럼프 현상은 이변에 가까운 ‘사건’을 일으켰고, 마침내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그의 막말은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다. “무슬림 인적 정보를 모두 데이터베이스화해 이들을 별도 관리해야 한다”는 발언은 과거 독일 나치를 연상시켰다. 불법 이민자, 특히 멕시코인을 겨냥해 ‘강간범’으로 비유한 것은 미국 내 멕시코인들의 엄청난 비난을 들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런 비난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며 할 말을 다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칼럼에 웬 뜬금없는 ‘정치 타령’이냐고? 트럼프 얘기를 한 이유는 바로 메이저리그의 명투수 커트 실링 때문이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그는 국내에도 ‘핏빛 투혼’으로 잘 알려졌다. 실링은 2001년 김병현 선수가 마무리 투수로 뛰며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랜디 존슨과 함께 최강 선발 쌍두마차로 잘 알려진 선수였다. 20년을 메이저리그에서 뛰며 개인 통산 216승을 거두었던 대투수다.

문제는 은퇴 이후 행보다. “내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공화당 지지자이기 때문”이라고 공공연히 얘기하거나,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진화론은 말도 안 된다”며 골수 기독교 보수주의자 면모를 드러내며 사람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무슬림 극단주의자가 소수라고는 하지만, 나치도 마찬가지였다. 소수라는 수치에 현혹되면 안 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또한 성소수자인 트랜스젠더를 조롱하고, 설상가상으로 한국돈 500억원에 이르는 전 재산을 투자하고 로드아일랜드주가 무려 800억원을 투자한 게임회사가 부도나면서 인생이 더욱 엇나가게 되었다.

그가 이번엔 SNS를 통해 “8년 뒤 대통령선거에 나갈 것”을 선언했다. “먼저 4년 뒤 상원의원에 도전하고, 그다음 행보는 대통령선거”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거침없는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만약 말도 안 되는 불법적 상황이 벌어져 또 다른 클린턴이 이번에 대통령이 된다면, 4년 뒤 내가 대통령선거에 나가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야구선수 출신이 정치를 하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현재의 정치적 분위기에 편승해 현역 시절 위대하고 아름다웠던 선수에 대한 기억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야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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