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스턴 레드삭스의 데이비드 오티즈. 그는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5살 소년과의 약속을 지켰다. AP 연합뉴스
1932년 월드시리즈 3차전. 뉴욕 양키스는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필드에서 경기를 펼치게 된다. 5회초 타석에 들어선 전설의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손가락으로 센터 쪽 펜스 너머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다음 투구가 들어왔을 때, 이 공을 통타했다. 공은 루스가 가리킨 곳으로 진짜 넘어가버렸다. 이것이 그 유명한 루스의 ‘예고 홈런’이다. 지금도 그의 행동이 우연인지, 정말 그곳을 겨냥해서 홈런을 쳤는지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베이브 루스의 ‘예고 홈런’이 실재했는지 지금으로선 알기 어렵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최근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지난 5월5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홈구장 미닛메이드파크에는 10살 뇌종양 어린이 환자 딜런 틴달이 찾아왔다. 생일 선물로 야구 티켓을 선물받은 소년은 경기에 앞서 휴스턴의 슈퍼스타 호세 알투베, 카를로스 곤살레스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소년은 알투베에게 이날 경기에서 자신을 위해 “홈런을 쳐달라”고 부탁했다. 전날 경기에서 홈런을 쳤던 알투베는 “홈런 타자가 아닌 내가 이틀 연속 홈런을 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혹시라도 아이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가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소년은 알투베에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기에 나선 알투베는 1회 첫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했다. 그날 휴스턴은 경기에서 패했지만, 소년의 얼굴에선 경기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튿날 이번에는 곤살레스가 역시 1회에 홈런을 치며 소년을 즐겁게 해주었다.
4월30일에는 더 극적인 일도 있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거포 데이비드 오티즈는 과거 동료인 케빈 밀라에게서 5살 매버릭 슈트라는 심장질환을 가진 소년이 오티즈의 열광적인 팬이라는 사실을 전해들었다. 오티즈는 매버릭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이날 경기에서 홈런을 치겠다”고 했고, 밀라에게 이 약속을 소년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8회. 오티즈는 앞서 7차례 맞대결에서 한 개의 안타도 뽑아내지 못했던 뉴욕 양키스 투수 델린 버탠시스를 상대로 통산 507번째 홈런을 뽑아낸다.
경기 뒤, 밀라는 오티즈에게 매버릭의 영상을 전했다. “빅 파피(오티즈의 별명)! 당신은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어요. 당신은 레드삭스 최고의 선수예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경기장을 찾아 당신을 만날 겁니다. 멋진 홈런!” 아픈 심장을 견디면서 자신의 우상에게 전한 메시지에 보는 이들도 눈시울을 적셨다.
오티즈는 이전에도 두 번이나 몸이 아픈 어린이 환자에게 홈런을 약속하고, 지킨 적이 있다. 사실 선수에게 이런 약속은 큰 부담이 된다. 또 이들 역시 홈런이란 게 ‘치겠다’고 약속해서 칠 수 있는 게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어린 팬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의 빛을 전하려는 마음으로 ‘홈런 약속’을 한다. 그리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야구의 신’이 애틋한 마음에서 비롯된 ‘약속’을 많이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세상이 조금 더 밝아지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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