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임진년이 저물어간다. 올해도 스포츠계는 풍성한 진기록과 짜릿한 명승부로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올 한 해 진기록과 명승부를 모아봤다.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진기록은 KIA의 4경기 연속 완투승. KIA는 9월23일 서재응을 시작으로 25일 김진우, 26일 윤석민, 28일 헨리 소사가 잇따라 완투승을 일궜다. 1992년 롯데 이후 20년 만에 다섯 번째로 나온 역대 팀 연속 경기 완투승 타이기록. 그러나 투수 분업화가 완전히 이뤄진 뒤엔 최초의 기록이다.
이호준(36·SK)은 5월20일 대전 한화전에서 6타석을 모두 볼넷으로 출루하는 진기록이자 신기록을 작성했다. 박찬호(39·한화)는 4월12일 충북 청주 두산전에서 3회 초 세 타자를 모두 초구에 내야땅볼로 처리했다. 공 3개로 이닝을 마무리한 것은 프로 역사상 36번째 기록. 최대성(27·롯데)과 진해수(26·KIA)는 각각 공 1개만을 던지고도 승리투수의 행운을 안았다. 각각 통산 10번째와 11번째 기록이다.
프로축구에선 ‘살아 있는 전설’ 김병지(42·경남 FC)가 프로축구 30년 사상 처음으로 개인 통산 600경기 출장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웠다. 1992년 K리그에 데뷔한 이래 21시즌을 출장하며 7시즌은 전 경기를 풀타임으로 뛰기도 했다. 프로축구 FC 서울의 데얀(31·몬테네그로)과 몰리나(32·콜롬비아)는 통산 최다골과 최다 도움주기를 동시에 작성하며 K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데얀은 올 시즌 31골을 터뜨려, 프로축구 30년 사상 첫 한 시즌 30골을 돌파하며 2003년 김도훈이 세운 K리그 한 시즌 통산 최다골(28골)을 9년 만에 갈아치웠다. 또 K리그 역사상 첫 2년 연속 득점왕에도 올랐고, 통산 122골로 외국인 선수 통산 최다골(종전 샤샤·104골)도 경신했다. 몰리나는 도움주기 19개로 1996년 포항의 라데가 작성한 16개를 넘어 통산 한 시즌 최다 도움주기 신기록을 작성했다. 몰리나는 올 시즌 18골을 넣었지만 사상 첫 20골·20도움에는 2골과 1도움이 부족했다.
해외에선 리오넬 메시(25)의 골 폭풍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올 한 해 90골을 터뜨려 독일의 게르트 뮐러가 1972년 세운 85골을 넘어서 한 해 최다골 신기록을 세웠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 78골,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12골을 넣었다. 특히 최근 6경기 연속 2골을 몰아넣어 국제축구연맹(FIFA)이 그해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상 수상이 유력하다. 메시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이 상을 받았다.
미국 대학농구에서는 한 선수가 무려 138점을 몰아넣는 놀라운 기록이 나왔다. 주인공은 미국 아이오와주 그리넬대의 가드 잭 테일러. 그는 11월21일(한국시각) 페이스 밥티스트 바이블과의 대학농구 3부리그(디비전Ⅲ)에서 2점슛 50점(25개 성공), 3점슛 81점(27개 성공), 자유투 7점으로 138점을 넣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키가 177cm에 불과했고, 전날까지 평균 출전 시간이 고작 13분5초였다는 것.
올해 프로야구 최고의 명승부는 6월15일 KIA와 LG의 전북 군산 경기. 4시간52분의 혈투 끝에 연장 12회까지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명승부는 핸드볼에서 나왔다. 10월15일 밤 대구 경산체육관에서 열린 제93회 전국체육대회 핸드볼 남자 일반부 8강전에서 경남 대표 웰컴론코로사가 충남 대표 충남체육회와 26-26으로 비긴 뒤 승부던지기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32-31로 이겼다. 충남체육회는 종료 2분여를 남기고 3골을 만회하는 저력을 보였지만 끝내 고개를 떨궜다. 경기 뒤 김성헌 웰컴론코로사 총감독은 “45년 핸드볼 인생에서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고 말할 정도였다.
해외에선 공교롭게도 12월9일(한국시각)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프로복싱과 프로축구에서 올 시즌 최고의 명승부가 나왔다. 프로복싱에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복싱기구(WBO) 논타이틀 웰터급 라이벌전에서 8체급 석권에 빛나는 필리핀의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34)가 후안 마누엘 마르케스(39·멕시코)에게 충격적인 역전 KO패를 당했다. 두 선수는 3라운드와 5라운드에서 한 차례씩 다운을 빼앗았고, 마지막 6라운드에서는 난타전 끝에 마르케스가 코피를 흘리며 무너져갔다. 하지만 종료 5초를 남기고 마르케스가 날린 오른손 펀치가 파퀴아오의 안면에 적중했고, 파퀴아오는 끝내 일어서지 못했다. 파퀴아오로서는 개인 통산 세 번째이자 13년 만의 KO패였다. 마르케스는 파퀴아오와의 네 번째 대결 끝에 승리를 거두며 통산 1승1무2패를 기록했다.
이미 전설이 된 ‘맨체스터 더비’이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의 ‘맨체스터 더비’는 단연 올 시즌 최고 명승부였다. 맨유는 전반 2-0으로 앞서갔다. 그러나 후반 14분 애슐리 영의 골이 부심의 오프사이드 선언 오심으로 노골 판정을 받았다. 맨시티는 1분 뒤 만회골을 넣었고, 후반 41분에는 파블로 사발레타가 동점골을 만들었다. 그러나 맨유는 후반 추가 시간 때 판 페르시가 극적인 결승골을 넣어 팀에 3-2 승리를 안겼다. 맨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경기 뒤 “눈을 뗄 수 없는 환상적인 경기였다”며 기뻐했다. 2013년 계사년에는 어떤 진기록과 명승부가 스포츠 팬들을 열광시킬지 궁금하다.
김동훈 기자 한겨레 스포츠부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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