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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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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 예고, 스페인 vs 독일

역대 우승팀 모두 참가한 유로 2012, 스페인과 독일 강력한 우승 후보 꼽혀 …
스페인은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선수 갈등이 지뢰, 주최국 폴란드 등 ‘복병의 전통’ 살리나
등록 2012-06-13 20:34 수정 2020-05-03 04:26

전세계 축구팬들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시작됐다. 월드컵에 버금가는 2012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가 6월9일 새벽(한국시각) 폴란드와 그리스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7월2일까지 24일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코파아메리카컵(남미), 골드컵(북중미), 네이션스컵(아프리카), 아시안컵(아시아) 등 대륙마다 축구선수권대회가 있지만 축구 강국이 즐비한 유럽축구선수권대회는 단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승 상금도 3300만달러(386억여원)로 월드컵의 3100만달러(362억여원)를 능가한다.

예선 최다골 네덜란드 주목하라

예선부터 치열했다. 2010년 2월7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본선에 직행하는 공동개최국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를 뺀 유럽축구연맹(UEFA) 소속 51개국을 5~6개국씩 9개 조로 나누는 조 추첨을 시작으로 1년 넘게 예선을 치렀다. 약체로 평가되는 러시아(1960·옛 소련), 체코(1976), 덴마크(1992)를 포함해 역대 우승국이 한 팀도 빠짐없이 본선에 올랐다.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는 스페인과 독일이다. 4년 전 유로 2008 결승과 2010 남아공월드컵 준결승에서 만나 스페인이 연거푸 1-0으로 이겼다. 스페인이 내친김에 이번 대회 정상에도 오르면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과 함께 이 대회 최초의 2연패, 그리고 독일이 가지고 있는 통산 3회 우승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스페인은 남아공월드컵 당시 공수의 핵으로 활약한 다비드 비야(31)와 카를레스 푸욜(34·이상 바르셀로나)이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지만 간판 골잡이 페르난도 토레스(28·첼시)와 페드로 로드리게스(25·바르셀로나)가 건재하다. 또 사비 에르난데스(32)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28)의 창의적인 패스도 일품이고, 후안 마타(24·첼시), 산티 카소를라(28·말라가) 등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예선 8경기에서 26득점으로 경기당 평균 3골 이상을 넣으며 8전 전승으로 본선에 올랐다. 다만 철천지 ‘앙숙’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선수 간의 갈등은 언제든 밟으면 터지는 지뢰다.
‘전차군단’ 독일은 스페인에 설욕을 다짐하며 1996년 잉글랜드 대회 이후 16년 만에 유로 정상을 노리고 있다. 독일은 예선 A조에서 터키·벨기에·오스트리아 등 만만찮은 팀들을 상대로 10전 전승을 거뒀다. 우선 2년 전 남아공월드컵에서 루카스 포돌스키(27·아스놀), 메수트 외질(24·레알 마드리드),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28·바이에른 뮌헨)로 이어지는 탄탄한 미드필드 라인이 여전하다. 골잡이 미로슬라프 클로제(34·라치오)와 마리오 고메즈(27·바이에른 뮌헨)는 독일이 예선에서 34골로 네덜란드(37골)에 이어 득점 2위를 차지하는 데 선봉에 섰다.
B조의 독일과 C조의 스페인은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할 경우 결승에서나 만난다. 6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스페인이 1위, 독일이 3위다. 영국 샐퍼드대학의 이언 맥헤일 박사는 1만1천 회에 이르는 국제대회 결과 등을 바탕으로 100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쳐 스페인과 독일이 나란히 결승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페인과 독일 양강 체제에 도전장을 던진 팀은 FIFA 랭킹 4위이자 남아공월드컵 준우승팀 네덜란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30골) 로빈 판 페르시(29·아스널)와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29골) 클라스 얀 훈텔라르(29·샬케04), 남아공월드컵에서 맹활약한 아르연 로번(28·바이에른 뮌헨)을 앞세운 공격력은 예선에서 37골로 전체 1위를 차지할 만큼 폭발적이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FIFA 랭킹 9위 덴마크, 10위 포르투갈과 ‘죽음의 B조’에 속해 있다. B조에서 1위를 차지하는 팀이 결승까지 직행할 가능성이 높다.

페르시 vs 호날두, 득점왕 경쟁
그러나 공은 둥글다. 과거에도 이변은 많았다. 유로 1992에서는 예선에서 조 2위로 탈락했던 덴마크가 내전 중이던 조 1위 유고슬라비아 대신 참가했다가 우승하는 파란을 일으켰고, 유로 2004에서는 그리스가 프랑스·체코·포르투갈을 차례로 물리치고 정상에 오르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개최국 폴란드가 최근 전력이 급상승한데다 그리스·러시아·체코 등 비교적 약체들과 조별리그 A조에 속해 다크호스로 꼽힌다.
최고 스타에 누가 등극할지도 관심사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판 페르시(네덜란드),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46골로 리오넬 메시(50골·아르헨티나)에 이어 득점 2위에 오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포르투갈), 스웨덴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1·AC밀란), 독일의 고메즈, 스페인의 비야 등이 강력한 후보군이다.
과연 유로 우승컵 ‘앙리 들로네’는 어느 나라 품에 안기고,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는 누가 차지할지 7월2일 새벽에 그 주인공을 만난다.
김동훈 기자 한겨레 스포츠부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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