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버’하지 말자
장마가 거짓말쟁이를 만든다. 지난번 이 코너 ‘꿈의 구장, 무조건 달린다’(819호)에서 생애 첫 ‘인(in) 서울의 정식 구장, 오후 경기’에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손목이 꺾일 정도가 아니면 무조건 간다”고 썼다. 손목이 꺾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큰비에 경기가 취소됐다. 이놈의 장마는 주말에만 7주 연속 비를 쏟아붓고 있다.
‘즐겨찾기’에 기상청을 추가했다. 한겨레신문사 야구단인 ‘야구하니’와 사회인 야구팀 ‘비비언스’ 두 팀에서 뛰다 보니 주말에 최소 한 경기 이상은 예정돼 있다. 양팀 감독의 문자를 받고 나면 우선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지역별 날씨를 살펴보는 게 습관이 됐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야구하니는 아침 7시 경기도 여주, 비비언스는 아침 9시 파주 경기였다. 장마전선은 북상 중이었다. 경기 시각 두 지역의 강수 확률은 여주가 60%, 파주가 30%. 위도상의 차이인지 지역별 특성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야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파주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고민 끝에 여주를 향해 떠났다. 100km를 달려 여주에 도착할 즈음 비가 흩뿌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말았고 오후에는 해가 나왔다. 하지만 차 유리창에 빗방물이 떨어지던 순간엔 파주로 차를 돌릴까 고민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의 사랑과 구단의 돈을 먹고 사는 프로야구 선수들은 웬만한 비에도 플레이를 한다. 사회인 야구는 웬만하면 안 한다. 다치면 끝장이다. 생업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물론 야구 인생을 종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인 야구인의 첫 번째 철칙은 ‘다치지 않는 야구’다. 텔레비전에서 봤던 멋진 플레이를 선보이겠다고 욕심내다가는 다친다. 파인 플레이는 개인의 피나는 노력과 행운이 만날 때 비로소 이뤄지는 것이지 의도적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꼭 명심하라고 충고한다. 공을 아직 잡지 못한 상태에서 다음 플레이를 신경 쓰다가 다친 뒤에는 ‘일단, 공부터 잡고’를 반복한다.
그런데 사회인 야구인을 위한 조언에는 ‘오버’를 부추기는 항목도 있다. 예를 들면 ‘투지를 불태우라’ ‘소리를 지르라’고 한다. “목소리가 작은 사람은 야구 선수의 자격이 없다”는 말까지 있다. 고함은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주의를 환기시키는 효과도 있으니까.
고함은 종종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구력이 오래된 팀은 플레이 향상을 위해 비디오 촬영을 하는데, 사회인 야구인들 사이에 ‘대박’난 동영상(‘오늘의 유머’(todayhumor.co.kr)에서 ‘po슬라이딩’으로 검색 가능) 한 편을 소개한다. 주자가 3루를 돌아 홈으로 달려든다. 감독이나 주루코치로 추정되는 이가 “슬라이딩! 슬라이딩!”을 외친다. 마음이 급한 주자의 발이 엉킨다. 데구루루 구른다. 그래도 아직 볼은 오지 않았다. 머쓱한 표정으로 엉금엉금 기어서 홈에 들어온다.
야구하니는, 큰 웃음을 선사한 그 선수에게 고마워하면서도 “우리 팀은 저러지 말자”고 다짐했다. 한 선수는 “나인 줄 알았다”고 고백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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