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는 크게 둘로 나뉩니다. 대통령 당선자가 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유권자와 낙선자에게 투표하는 유권자로 말입니다. 선거가 끝난 뒤 본인이 투표한 후보가 당선됐다면 지인들과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너스레를 떨고, 떨어졌다면 푸념을 늘어놓기 마련이죠. 그렇다면 대통령을 결정하는 건 어떤 집단일까요? 이번 글에선 어떤 집단의 선택이 한 번도 틀림없이 최종 당선자를 선택한 ‘대통령 제조기’였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우리는 이런 집단을 ‘대세 유권자’라고 표현합니다. 1997년부터 2012년까지 네 차례 대통령선거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자영업, 인천·경기·충청이 ‘대세 유권자’우선, 성별에 따른 집단을 확인해보겠습니다. 더 많은 남성이 선택한 후보가 더 자주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남성의 선택이 모두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남성이란 성별을 ‘대세 유권자’에 올릴 수는 없습니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 2002년 노무현 대통령, 2007년 이명박 대통령에겐 더 많은 수의 남성이 투표했습니다. 하지만 2012년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의 대결에선 남-녀의 성별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여성의 경우 일관되게 보수정당 후보에게 더 많이 투표했다는 사실이 눈에 띕니다. 이전에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것을 보면 여성도 대세 유권자가 되기 어렵겠죠?
연령대에 따른 집단에서도 대세 유권자는 없었습니다. 그간 선거를 보면, 50대 이상 유권자는 보수정당 후보에게 지속적으로 더 많은 표를 주었습니다. 그렇다고 젊은 유권자가 항상 진보정당 후보를 지지한 것은 아닙니다. 2007년 대선에서 20∼30대는 보수정당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주었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진보와 보수 성향 후보가 절반 정도 집권한 것을 보면, 특정 연령대 집단도 대세 유권자가 되기 어렵습니다.
이번에는 직업군을 살펴보겠습니다. 자영업자가 확실한 대세 유권자로 보입니다. 1997년과 2002년은 진보정당 후보에게, 2007년과 2012년은 보수정당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주었습니다. 대선을 앞둔 현재 시점에선 승패 예측을 위해 자영업자의 표심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화이트칼라 직업군은 3승1패(2012년 문재인), 블루칼라는 2승(노무현·이명박)2패(이회창·문재인)를 기록합니다. 블루칼라에게 2승을 안겨준 두 대통령의 공통점은 각 정당 내에서 다수파·주류가 아니었습니다. 주류층들은 보수정당 후보에게 지속적으로 더 많은 표를 줘왔습니다.
지역은 특별히 더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하는 역대 대선 결과(1997년 이후 현재까지)를 살펴보면 인천·경기도·충청도 유권자의 선택이 대통령 당선과 직결됐습니다. 이들이 확실한 ‘대세 유권자’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해온 지역 구도 속에서 호남 유권자는 진보정당 후보에게, 영남 유권자는 보수정당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져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번에는 어떨까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4월 첫쨋주 여론조사 결과, 현재 대세 유권자인 인천·경기 거주자는 문재인 후보를, 역시 대세 유권자인 자영업자와 대전·충청·세종 거주자는 안철수 후보를 더 많이 지지하고 있습니다. 팽팽합니다. 4월17일(월)부터 법정 선거운동이 시작됐습니다. 대세 유권자는 어느 후보로 쏠릴까요. 다자 구도 속에 2강 체제로 시행되는 19대 대선에선 대세 유권자의 판단이 엇갈려 결과를 예측하기 극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세 유권자는 능력, 즉 어느 정당의 후보가 대통령직을 감당해낼 힘이 있는지를 보고 판단할 겁니다. 이에 견줘 진보 혹은 보수 정당의 후보를 일관되게 지지해온 유권자는 ‘굳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후보,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이상에 가까운 후보, 신뢰도가 높은 정당의 후보를 지지해왔을 겁니다. 능력이 오랜 시간 검증을 거치면 신뢰가 되고,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히 한 방향의 정책을 추진하면 그것이 곧 능력이 됩니다. 무엇이 좋고 나쁨은 없을 듯합니다. 다만 대통령을 선택하는 유권자들의 정치 행위가 당선자로부터 배신당하지 않아야 합니다.
유권자가 배신당하지 않으려면유권자가 후보에게 보내는 사랑이 짝사랑이 되지 않기 위해, 거꾸로 후보 입장에선 유권자들로부터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는 슬픈 통보를 받지 않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의리를 생각해야 합니다. 첫째, ‘정당에 대한 의리’입니다. 국정운영은 대통령 또는 대통령 측근 몇 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정당이 대통령과 함께할 때 책임 있는 국정운영이 가능합니다. 둘째, ‘정치철학에 대한 의리’입니다. 대통령은 자신의 소신과 가치에 충실해야 합니다. 당장의 유불리를 떠나 의견과 태도를 굳건히 지킬 수 있을 때 예측 가능한 국정운영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이 가장 중요합니다. 바로 ‘국민에 대한 의리’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이 국민과의 의리를 저버린 가장 극단적 사례일 겁니다. 대통령은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자주 얼굴을 마주해야 사랑이 유지되죠. 적어도 1년에 한두 차례 서울 광화문광장에 나와 국정 과제를 놓고 시민과 토론하는 대통령이 필요합니다. 누가 이런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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