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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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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후보–나쁜 후보 감별법

SNS ‘촛불·태극기·안정·개혁’ 여론에 2017 대선 후보들은 어떻게 대응했나
등록 2017-03-08 08:14 수정 2020-05-03 04:28

지구 북반부가 1년에 한 번씩 내쉬는 호흡. 그 날숨 끝에 찾아오는 꽃샘추위. 2017년 3월의 한반도는 비껴갈 것 같습니다. 국민 다수의 예상대로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주 후반 헌법재판소에서 탄핵됩니다. 광장에 선 촛불과 태극기는 2라운드에 들어갑니다. 조기 대선에서 상대가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합니다. 대선 후보는 탄핵 이후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그에 따라 선거 전략과 지지율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죠. 국민은 이중고입니다. 둘로 갈라진 국론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국가 시스템 사이에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위기입니다. 어지러운 세상에 국가 리더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어떤 후보가 좋은 후보이고 나쁜 후보일까요. 후보는 촛불과 태극기, 안정과 개혁을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할까요. 선거운동은 어떻게 펼쳐야 할까요. 국민이 후보를 검증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국민과 후보,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은 없을까요. 2017년 조기 대선에서 좋은 후보와 나쁜 후보를 구별하는 기준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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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에 대한 시선

소셜메트릭스에서 제공하는 트위터 및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석을 통해 ‘촛불’ 여론을 살펴보았습니다. 연관어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국정 농단’ ‘촉구하다’ ‘분노’ ‘범죄’ ‘힘 모으다’ ‘새롭다’ 등이었습니다. 대선 후보는 이런 여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진영의 이익을 위해 대중의 분노를 조장하는 후보는 나쁜 후보입니다. 반면 분노의 에너지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동력으로 삼기 위해 이성에 호소하고 토론을 조직하는 후보는 좋은 후보일 겁니다. ‘촛불’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동력으로 인정하는 보수 후보가 있으면 이 또한 좋은 후보일 겁니다. 이러한 판단 기준에 좌우보다 공공의 이익이 우선되기 때문입니다.

‘태극기’에 대한 시선

‘태극기’ 여론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분석했습니다. 주로 언급된 단어는 ‘빨갱이’ ‘폭행’ ‘가짜’ ‘범죄’ ‘분노’ ‘불법’ 등이었습니다. 촛불과 태극기 여론에서 동시에 언급된 연관어는 ‘분노’와 ‘범죄’였습니다. 서로를 대하는 감정과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입니다. 보수 진영의 나쁜 후보는 이러한 여론을 부추겨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악용하고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빨갱이’로 매도할 것입니다. 진보 진영의 나쁜 후보는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을 구태로 몰아세우는 데 많은 공을 들일 것입니다.

진보 진영의 좋은 후보는 태극기집회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느끼고 있을 사회적 박탈감과 삶의 과정이 부정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민주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어두운 그림자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수 진영의 좋은 후보는 불리하다고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을 부정하기보다 새로운 보수의 길을 개척하며 함께하려는 후보일 겁니다. 안타깝게도 ‘촛불’과 ‘태극기’ 여론엔 아직까지 긍정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후보와 국민 모두의 숙제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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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안정’의 길

‘안정’은 ‘안전’ ‘새로운’ ‘적폐’ ‘평화’ 등의 단어가 연관어로 언급되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탄핵 정국에서 불안을 느낀 국민이 ‘사회 안정’을 우선 과제로 선택했을 수 있습니다. 진보 진영의 후보가 이러한 여론을 반개혁적이라고 주장하거나, 보수 진영의 후보가 기득권 유지에 이용한다면 나쁜 후보의 정형을 보여주는 모습일 겁니다. 좋은 후보는 사회 안정을 원하는 국민과 함께 통합의 길을 열고 안정 속에 개혁으로 인도해야 합니다.

‘사회 개혁’의 길

‘개혁’이라는 주제어는 ‘힘들다’ ‘인정받다’ ‘압수수색’ ‘새로운’ ‘정치적’ ‘난동’ ‘좋은’ 등의 단어와 짝을 이루었습니다. 좋은 후보는 소속 정당과 팀워크를 맞춰 실현 가능한 개혁을 주장하는 후보일 겁니다. 개혁 대상을 인적 쇄신에 집중하기보다 국가 시스템 개혁에 목표를 두는 후보가 좋은 후보일 겁니다. 반면 자기 개혁에는 소홀하면서 상대 후보의 문제점만 지적하는 후보는 나쁜 후보일 겁니다. ‘안정’과 ‘개혁’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연관어는 ‘새로운’ ‘좋은’이었습니다. 좋은 개혁과 새로운 안정 또는 새로운 개혁과 좋은 안정의 메시지를 담는 후보를 기대해봅니다.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에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이룩했습니다. 그 과정엔, 지금 광장에서 태극기집회 참가자의 산업화 업적과 촛불집회 참가자의 민주화 업적이 기록돼 있습니다. 우리는 ‘안정 속 개혁’을 통해 시장경제 시스템을 만들었고, ‘개혁 속 안정’을 도모하며 민주주의를 정착시켰습니다. 태극기집회와 촛불집회 양극단의 본질적 갈등은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 겁니다. 서로가 서로를 좀더 이해하고 인정했다면 야누스의 얼굴은 드러내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는 극단적 개혁 또는 극단적 안정의 길만을 선택한 적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지혜롭고 창조적이며 이타적인 나라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공공의 이익을 지키는 후보가 누구인지, 진영 논리를 앞세워 야누스를 불러내는 후보가 누구인지 감별하기 위해선 주권자로서의 권한과 의무에 관심을 높여야 합니다.

최정묵 공공의창 간사*은 조기 대선 국면을 맞아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인 ‘공공의창’ 최정묵 간사의 ‘최정묵의 여론읽기’를 연재합니다. 주요 대선 주자의 지지율을 비롯해 주요 공약과 사회 의제 등에 대한 여론의 흐름을 꼼꼼히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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