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20%. 지난해 말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민주당 지지도는 가파르게 상승했고 두 배 이상 뛰었습니다. 등락폭이 적은 박스권을 형성하며 높은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45%. 민주당 후보가 대선 후보 지지도 순위에서 1위와 2위를 차지. 요즘 같으면 민주당 후보가 2007년 대선에서 보인 이명박 후보(48.7%)와 정동영 후보(26.1%)의 격차(22.6%)만큼 벌리며 타당 후보에게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한 달 뒤, 5당 후보의 경쟁. 유권자가 1강 4약 구도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다 차선책으로 지지할 다른 정당 후보를 찾는 일이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에겐 아킬레스건이 있습니다. 바로 지지 강도입니다. 민주당의 소극 지지자, 즉 민주당을 지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지자는 후보 자질, 정당 행태, 정책 내용 중 한두 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지를 철회하거나 투표장에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순간 만들어진 높은 지지도, 동전의 양면이죠.
TV토론 반전 불가능현재 당내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에 돌입한 정당은 민주당밖에 없습니다. 민주당 경선 참여 신청은 160만 명(3월9일 기준)을 넘어섰고, 여러분이 이 글을 읽을 즈음엔 200만 명에 육박해 있을지 모릅니다.
문재인 후보가 결선투표 없이 압도적 득표율로 승리할지, 안희정·이재명 두 후보 중 한 명이 결선에서 문 후보와 맞붙을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 민주당 경선에서 후보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선거운동이 TV토론이고, 선거인단 역시 지지 후보를 선택하는 데 TV토론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임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그 과정에서 후보는 각각 굳히기와 반전을 노리겠죠. 야구로 치면, 후보(타자)는 남은 이닝에서 추가 득점을 올려야 하는 셈이죠. 어떤 선수는 단타만 쳐도 되지만, 또 어떤 선수는 반드시 홈런을 쳐야 승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TV토론이 득점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까지는 득점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 후보 TV토론은 1997년 대선을 한 달 앞두고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법적으로 의무화됐습니다. 본격적인 미디어 선거가 시작된 거죠. 당시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는 법정 선거운동 기간 TV에 나와 세 차례 토론을 했습니다. 유권자는 TV토론으로 후보 간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습니다. 김대중 후보의 지지도는 1차 -0.2%, 2차 +1.0%, 3차 -0.9% 등락했고,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는 1차 -3.0%, 2차 -0.7%, 3차 -1.0% 등락했습니다. 오차범위 내에서 미미한 변화를 보였습니다.
2002년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TV토론, 2012년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TV토론도 비슷한 결과를 보입니다. 특히 2012년 12월4일 진행된 TV토론 시청률이 35%로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 박근혜 후보는 1.0% 올랐고, 문재인 후보는 제자리였습니다. 후보가 제한된 시간에 가장 많은 유권자에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TV토론이 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걸까요.
세 가지를 짚어볼 수 있습니다. 첫째, 시청률을 지탱하는 시청자가 대부분 지지 후보를 결정해놓은 적극 지지자입니다. ‘콘크리트 지지자’라고도 합니다. 그러니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실수해도 예쁠 수밖에요. 둘째, TV 채널이 많아져 채널선택권이 넓어졌습니다. 동 시간대에 재미없는 프로그램보다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보겠죠. 마지막 이유가 가장 중요한데요. 토론 방식이 문제입니다. TV토론의 상당 시간이 정책의 나열과 네거티브로 채워집니다. 후보에겐 공약과 정책의 뿌리가 되는 가치관과 정치철학, 개인의 품성과 성격의 배경이 되는 삶의 스토리가 있습니다. 이것들이 하나로 모아져 지지를 선택하는 기준이 됩니다. TV토론이 이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는 겁니다.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를 제공하는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유권자는 장시간의 노동시간에 고단하고, 쪼들리는 살림살이에 고단합니다. 그렇다보니 정치에 관심 갖는 것이 고단합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의 문제는 현실에서 실익이 없을 수 있습니다. 정치인이 정치를 잘해야 하지만, 유권자도 정치를 잘해야 합니다. 우리는 정치가 곧 경제임을 이해하고, 정치가 우리의 노동과 삶을 결정한다는 것을 더 깊게 이해해야 할지 모릅니다. TV토론은 후보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보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기회를 잘 살리려면 후보와 유권자의 수고가 필요합니다.
법정 선거운동 기간에 진행되는 TV토론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횟수도 늘리고요. 3~5명의 120분간 토론을 본 유권자가 후보를 종합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끝장토론은 어떨까요. 유권자가 생각하는 주요 의제에 대해 며칠에 걸쳐 반나절씩 토론하는 겁니다. 시민원탁회의는 또 어떨까요. 후보의 주요 캠페인은 방문과 유세입니다. 이제부터는 방문할 곳이 의미하는 주제와 연설에 담길 내용을 시민과 함께 광장에서 정책으로 토론하는 겁니다. 누가 어떤 이유로 우리의 삶을 결정하려 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합니다. 우리가 정치에 관심을 가질수록 우리 삶은 조금씩 개선될 것입니다.
며칠에 걸친 주요 의제 끝장토론끝장토론과 시민원탁회의가 후보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타격-메커니즘(선거운동 기조)을 유지해줄 것입니다. 감성에 호소하는 여론전보다 이성적 판단에 기초한 정책 준비에 만전을 기할 수 있습니다. 다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철학도 펼칠 수 있습니다. 타자(후보)가 홈런을 치기 위해 갑자기 스윙 폼을 바꿔 다치는 일이 없습니다. 선수 수명을 줄이는 큰 부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선수(후보)는 우리가 아껴야 하는 공공재입니다. 다치지 않고 좋은 선수로 오래 남아 주권자에게 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조기 대선이 좋은 대통령 1명과 좋은 국가 지도자 10여 명이 탄생하는 축제가 되려면, 후보와 유권자의 추가적 수고가 필요합니다.
최정묵 공공의창 간사▶http://bit.ly/2neDM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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