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운영 지지도는 사회의 공공성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정당 지지도 역시 주권자가 합의 가능한 의제가 무엇이고 그 성격과 방향, 크기는 어떤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죠. 정당은 이 과정을 수백 번 거치면서 정체성을 형성해갑니다. 정치 선진국에 비해 짧은 민주주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정당은 자신의 정체성으로 지지도를 올리는 지난한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의제 다루기에 실패하면서 소멸과 생성을 거듭했습니다.
야구선수가 2할5푼 타율이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죠. 야구선수에게 겨울훈련이 중요한 이유는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함보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2할5푼을 유지하는 정신과 체력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우리나라 정당은 1할5푼의 저조한 타율을 보이다가 어떤 상황에선 3할5푼도 칩니다. 사회의 공공성이 유지되거나 강화되려면 예측 가능한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느닷없는 ‘지지도 5할’ 등극</font></font>최근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5할의 고타율(리얼미터·3월 하순)을 보였습니다. 대단히 높은 지지도입니다. 1987년 대통령 국민직선제 시행 이후 가장 높은 지지도일 겁니다. 어쩌면 다시는 이 지지도가 형성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정당 지지도가 높은 게 잘못이냐고요. 그런 말씀을 드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높은 정당 지지도’가 ‘높은 사회적 공공성’으로 연결되는가입니다.
지금의 민주당 지지도는 평가지표가 아니라 기대지표입니다. 주권자가 민주당이 잘해서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잘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지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민주당이 자칫 한순간에 큰 폭으로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민주당 지지도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했습니다. 1988년 6월부터 정당 조사 결과가 있네요. 노태우 정부(1988~93년) 5년간 평민당의 평균지지도는 18%였습니다. 가장 높을 때는 22%, 가장 낮을 때는 18%입니다. 겨울훈련을 잘했나봅니다. 타율은 높지 않지만 등락폭이 작아 정신력과 체력은 괜찮아 보입니다. 정신력과 체력이 좋으면 타율은 언제든 높일 수 있죠. 지지도가 가장 높을 때는 1988년 총선에서 평민당이 2위를 차지하고 대선에서 3위를 했던 김대중이 다시 등장하면서네요.
김영삼 정부(1993~98년) 동안 새정치국민회의의 평균지지도는 21%였습니다. 노태우 정부 때보다 조금 올랐네요. 가장 높을 때는 31%, 가장 낮을 때는 12%였습니다. 이번엔 반대로 1995년 11월 민주당에서 새정치국민회의로 재창당하고 김대중이 복귀하면서 가장 낮아졌습니다.
김대중 정부(1998~2003년) 동안 새천년민주당의 평균지지도는 26%였습니다. 가장 높을 때는 33%, 가장 낮을 때는 20%였습니다. 2000년 8월 남북 정상회담 직후가 가장 높았습니다. 같은 해 1월 24%, 12월 22%였으니까, 등락이 좀 심했네요. 2002년 대통령 친·인척 비리 의혹으로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며 가장 낮아졌습니다.
노무현 정부(2003~2008년) 시절 열린우리당의 평균지지도는 21%였습니다. 가장 높을 때는 47%로, 2004년 4월 총선 과정에서 탄핵 정국이 영향을 주었습니다. 가장 낮을 때는 9%로, 열린우리당이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합당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지지도 등락이 가장 클 때입니다.
이명박 정부(2008~2012년) 시절 민주통합당의 평균지지도는 25%였습니다. 가장 높을 때는 31%로, 2011년 말 탈당한 손학규 전 대표와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이 합세하면서 나타났습니다. 가장 낮을 때는 2007년 대선에서 완패한 다음, 즉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3월이었습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불안한 ‘롤러코스터 지지도’</font></font>박근혜 정부(2013~2017년) 시기엔 어땠을까요. 민주당을 약 10%의 등간별로 살펴보겠습니다. 어떨 때 지지도가 올라갔고 어떤 계층이 주도했을까요. 민주당 지지도(한국갤럽)는 2014년 1월 4주 20%를 시작으로 1차 2016년 11월 3주 31%, 2차 12월 3주 40%, 3차 2017년 3월 2주 46%를 기록했습니다. 민주당 지지도 변화 시기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로 몰려 있네요.
1차 시점. 국정 농단이 밝혀지는 시기로 서울 및 부산·울산·경남 거주자, 30~40대, 자영업 및 학생, 소득수준 상층 및 중상층이 민주당을 추가로 지지합니다. 이들은 성장, 안전, 교육, 비전 등에 관심이 많은 박근혜 대통령의 소극 지지자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시기 새누리당 지지도가 10% 하락합니다. 배신감과 분노로 이탈한 ‘안티(새누리당 소극 지지층) 지지층’으로 추정됩니다.
2차 시점. 국회에서 대통령이 탄핵되고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남은 시기로 호남 거주자, 남성, 20~30대, 블루칼라 및 학생, 소득수준 중층 및 중하층, 이념적으로 중도 및 진보층이 추가로 가세합니다. 이들은 부정 축재, 사회적 부조리, 경제 불공정에 민감하고 경기 변동에 주의를 기울이는 층으로 보입니다. 당시에 정의당 지지도가 7%에서 3%로 하락합니다. 전통적인 진보 야당 ‘적극 지지층’이 결집한 것 같습니다.
3차 시점은 대통령 탄핵 이후입니다. 인천·경기와 충청, 부산·울산·경남 거주자, 남성, 50대, 화이트칼라 및 학생, 소득수준 상층 및 중상층, 이념적으로 중도 및 진보층이 합세하며 대미를 장식합니다. 이들은 탄핵 정국 이후 대선을 바라보며 전략적 지지를 선택한 층으로 능력과 신뢰를 중시합니다. 정치 구도에 민감한 ‘전략 지지층’입니다. 태극기집회가 이들에게 민주당 지지의 당위성을 부추겼을지도 모릅니다.
하나 더. 이들이 앞으로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경쟁할 계층입니다.
1987년부터 2017년에 이르는 거시적 관점에서 민주당 지지도에 영향을 준 변수는 정당 구도, 리더의 역할, 이벤트 등이었습니다. 이에 견줘 당 정체성 또는 공공적 정당 행태가 지지도 변화에 영향을 준 구조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를 통해 최근 민주당으로 쏠린 높은 지지도가 안정적이지 않음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운’에 걸지 말고 ‘시스템 선거’</font></font>민주당 지지층으로 들어오는 순서는 ‘안티 지지→적극 지지→전략 지지’였지만, 나갈 때는 ‘전략 지지→안티 지지→적극 지지’일 것입니다. 운 좋게 4할을 치는 정당이 되지 않으려면, 공공성을 강화하는 한편 민주당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정당 지지도가 공공성으로 평가받으려면, 정당이 가진 시스템으로 선거를 치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주권자에게 진정성과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주권자가 감독이고 민주당이 선수라면 지금 상태의 민주당은 고액 연봉을 받는 장기 계약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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