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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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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집권, 문·안·이로 무난할까

전체 대선 후보 지지도 상위권 휩쓴 민주당 후보들의 드라마틱한 스토리
등록 2017-03-21 17:53 수정 2020-05-03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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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바람은 차지만 완연한 봄입니다. 거리의 옷차림, 식탁 위 봄나물…. 나뭇가지 마디마다 새싹 틔울 준비가 한창입니다. 아직까지 여러분 식탁 위에 변화가 오지 않았더라도 봄이 왔다는 증거는 우리 주변에 많습니다. 봄을 알리는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가 담긴 쪽지는 여기저기 붙어 있으니까요. 우리는 이 쪽지를 보고 변화를 감지합니다. 일정한 형태의 변화, 즉 패턴을 인식하죠. 패턴을 인식하는 힘은 생존 확률을 높이고 인류 문명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의 데이터 분석도 패턴을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패턴을 이해하면 예측할 수 있죠.

5월9일 대선이 한 달 반 정도 남았습니다.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5당 체제. 한국 정치 현대사에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정치 환경입니다. 1987년 대통령직선제가 실시된 이래 대선에서 나타난 패턴이 이번에도 적용될까요. 분명한 건 과거의 기록과 경험을 바탕으로 추론해 분석하고, 현재를 진단해 전망하는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전체 대선 후보 지지도 1, 2, 3위를 휩쓸고 있습니다.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광경입니다. 2016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평균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문재인 후보 1위(26%), 안희정 후보 2위(13%), 이재명 후보 3위(8%)입니다.

데이터에는 스토리가 있는데, 세 후보가 대부분의 스토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지지도 등락이 가장 큰 후보는 문재인(34%-16%=18%)과 안희정(22%-4%=18%)입니다. 그다음은 이재명(18%-2%=16%)입니다. 드라마틱한 부분은 이들의 지지도 격차가 줄어들고 늘어나기를 번복한다는 점입니다.

# 대통령의 ‘죄의식 없음’에 분노 :  이재명

이재명 후보가 드라마의 첫 장을 장식합니다. 지난해 8월 2%였던 지지도가 국회의 대통령 탄핵 직후 18%까지 치솟습니다. 대통령의 ‘죄의식 없음’에 분노하는 시민들과 함께 거리로 나섰던 이재명 후보에게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시민은 헌법재판소 이후 과정과 상관없이, 사실상 탄핵됐다고 이해했을 겁니다.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 참가 인원은 줄었고, 동시에 이재명 후보에 대한 관심도 줄었습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철회를 들고나온 이재명 후보가 사회개혁과 복지 강화로 반전을 노립니다.

대기업 재벌 처지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다면,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이 안정적으로 국정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겁니다. 안희정 후보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년배로서 국정 파트너로 함께해야 할지 모릅니다.

# ‘조기 대선 프레임’의 수혜자 :  문재인

두 번째 장은 문재인 후보가 써내려갑니다. 2016~2017년 연말연초, 문재인 후보의 지지도가 20%에서 31%로 급등합니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도 못한 시점에 ‘조기 대선 프레임’이 짜인 것 같습니다. 1위 후보가 최대 수혜자가 됩니다.

문 후보의 이미지가 지난해에는 ‘부드러움’ ‘온화함’ ‘균형감’이었다면, 지금은 ‘목표의식’ ‘꼼꼼함’ ‘카리스마’로 이어지는 듯 보입니다. 행정부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후보는 국정 경험이 있는 문 후보가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문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다면, 안희정 후보는 정당정치의 복원과 정당 시스템 정상화로 국정을 지원해야 할 겁니다. 이재명 후보는 개혁적 복지정책과 사회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할 것입니다.

# 알파와 오메가 ‘대연정’ :  안희정

마지막 장이자 현재진행형인 페이지입니다. 안희정 후보의 지지도가 유의미한 상승을 보인 시점은 2017년 1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입니다. 6%에서 22%까지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대연정 논쟁이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선의’ 발언과 ‘역대 대통령 평가’로 논쟁이 지속됐습니다. 몇 개의 이슈에 비슷한 맥락을 가진 하나의 논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짧은 민주주의 역사를 성찰하고 책임을 다하려는 직업정치인’의 고뇌라고 할까요.

대안 중심적인 안 후보의 태도로 보았을 때, 유력한 시민사회단체가 가장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안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다면,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원이 절실할 것입니다. 문재인 후보는 정책 역량을, 이재명 후보는 개혁 동력을 지원하는 게 필요할 것입니다.

# 유권자의 ‘후회 없는 선택’

각 정당은 대선에 출전시킬 대표선수를 뽑는 경선에 돌입합니다. 유권자는 정당이 실시하는 여론조사 또는 선거인단 모집을 통해 지지 정당 후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유권자는 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정책적 취향에 따라 후보를 선택할 겁니다. 이 선택은 환불이 쉽지 않습니다. 유권자의 후회 없는 선택은 가능할까요. 세 기준을 제시해봅니다.

민주정치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후보를 선출하는 정당이 어느 곳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폭넓은 참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충분한 숙의로 후보를 속속들이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제품 사용자의 후기가 좋지 않거나, 제품설명서가 충분치 않다면 구매결정(지지)을 유보해야 합니다.

책임정치 경쟁 후보에게 흠집을 내기 위해 무리한 논거를 펴거나 막말을 하는 후보가 있는 정당, 경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후보가 있는 정당은 지지 결정을 최대한 늦춰야 합니다. 국정운영은 대통령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소속 정당이 뒷받침해야 안정적 국정운영이 가능합니다. 우리는 팀워크가 좋지 않아,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미래정치 개인의 유불리에 따라 역대 대통령을 특정해 언급하고 여론을 둘로 갈라놓는 후보가 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대선은 미래 선거이고 전망 선거입니다. 누구를 심판하거나 과거를 되돌리는 선거가 아닙니다. 대선은 대한민국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고, 어떻게 갈지, 그 과정에 놓인 과제를 누가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지 후보와 유권자, 정당과 유권자가 합의하는 과정입니다.

# 더 근본적인 선택의 문제

우리가 보통 어떤 것을 결정하고 선택할 때, 가장 후회하는 것은 ‘해야 할 때 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유권자는 최선의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선택(투표) 자체도 중요합니다. 최선의 후보가 없다면 차선의 후보라도 선택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후보의 더 많은 노력과 유권자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최정묵 공공의창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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