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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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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직자에 무관심한 대선 후보에게

우리리서치 정책 조사, 무직자 82% ‘적합업종보호특별법 제정’…

일자리 정책만큼 고금리 금융 규제 시급
등록 2017-05-04 17:32 수정 2020-05-03 04:28

무직자는 정치적으로도 외롭습니다. 4월21~24일 진행된 4개 여론조사 결과*를 정리해보았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40%,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29%,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9%,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4%, 심상정 정의당 후보 4%였습니다. ‘그 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이나 ‘잘 모르겠다’는 응답을 모두 더하면 13% 정도 됩니다.
1위와 2위의 격차가 11%포인트입니다. 전문가들은 1·2위 격차가 조금 더 벌어질 수도 있다는군요. 선거 막판 투표율과 보수층 결집 여부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투표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각 후보 캠프에서는 막바지 선거 전략에 따른 캠페인 준비에 한창일 겁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구도 전략은 지역·세대·계층으로 나누어 구사될 것입니다. 지역 전략은 1990년대와 그 이전 대선부터, 세대 전략은 2002년 대선부터, 특히 계층 전략은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본격화한 2007년부터 시작된 일입니다.
‘무직자’는 정치적으로도 외롭다
각 후보 캠프의 전략팀과 여론조사팀은 계층 분석을 위해 전체 국민을 소득이 많은 순서부터 적은 순서로 분류한 ‘소득분위’ 외에 직군별 판세를 분석·예측하며 대안을 제시할 겁니다. 직군은 주로 화이트칼라·블루칼라·전업주부·자영업 등으로 나뉩니다. 여기엔 ‘무직자’가 포함되지만 각 당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 편입니다. 조사 결과의 샘플 수도 적고 사회·경제적 특성을 알 수 없기 때문이죠. 1등만 살아남는 선거에서 무직자 분석은 현실적으로 비중 있게 이뤄지지 않습니다. 선거가 치러질 때면 각 후보는 약자를 위한 정책을 내놓고, 다양한 계층의 이해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런 선거의 특성을 생각해볼 때 무직자는 더욱 외롭습니다.
그렇다면 무직자들은 정부의 복지·경제 정책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요.
4월12일 참여연대·공공의창이 기획하고 우리리서치가 설문에 나선 정책 조사(전국 성인 남녀 1003명 무선전화 무작위 추출 자동응답전화조사) 결과 중 무직자들의 응답만 따로 떼어보았습니다.

이 결과를 보면, 무직자는 대체로 ‘결과의 평등’보다 ‘과정의 평등’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개 사회·경제적 질문에서 ‘미취업 청년 대상 수당 지급’(44%)과 ‘기초노령연금 인상’(33%) 등 정부의 직접 지원에 찬성한 응답률은 낮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재벌·대기업 법인세 인상’(76%)과 ‘중소기업 적합업종보호특별법 제정’(82%)에 찬성한 응답률은 높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정부의 직접 지원에 대한 찬성 비율이 낮다는 점입니다. 정부 지원이 너무 낮은 수준이라 기대와 희망을 걸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원이 ‘근본적 대안’이 될 순 없다는 거죠. 이런 결과를 보면, 오히려 약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이번 대선에 나서는 후보마다 일자리 정책 경쟁이 치열합니다. 거의 모든 후보에게 일자리 문제는 공약의 맨 윗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래프를 보면 무직자는 문재인 후보보다 안철수 후보를 더 많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공공 일자리를, 안철수 후보는 민간 일자리를 더 많이 강조한 것이 이같은 차이의 원인일 것입니다. 한국 사회의 높은 불평등 수준을 보면, 당장 공공 일자리도 필요하고 확대재생산이 가능한 민간 일자리도 필요합니다.

연관 키워드 ‘신용’ ‘불량’ ‘할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석 사이트 소셜메트릭스를 통해 ‘무직자’를 검색(3월26일~4월26일)해보았습니다. 연관 키워드, 감성 키워드, 주간 급증 키워드로 제시된 단어의 상관성을 살펴보았습니다. ‘여성’ ‘대출’ ‘신용’ ‘불량’ ‘할부’ 등의 단어가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무직자에게 일자리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금융대출도 고통임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후보와 정당은 일자리 정책만큼이나 무직자가 겪는 살인적인 고금리 대출 압박에도 응답해야 합니다. 금융논리를 넘어서는 규제가 필요할지 모릅니다. 무직자 정책 조사에서 가장 높은 찬성이 나온 ‘중소기업 적합업종보호특별법 제정’처럼 말이죠.

후보는 선거에서 이기거나 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권자는 질 수 없죠. 선거가 책임정치에 가까워지고 ‘민주주의의 꽃’이 되려면 구체적인 구상과 이상적인 행동이 동반돼야 합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후보와 정당은 승패에 연연해하지 말고 정책적 고려 대상에서 빠진 소외 계층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앙일보 4월23~24일(2천 명 중 무직자 180명). 칸타퍼블릭 4월21~22일(1030명 중 무직자 109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4월21~22일(1천 명 중 무직자 112명). 리서치앤리서치 4월21~22일(1500명 중 무직자 123명) 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nesdc.go.kr) 참조최정묵 공공의창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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