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증원’ 요청이 ‘국회 차단’ 아니었다는 계엄사령관

전 계엄사령관 박안수가 2026년 5월15일 경기도 과천에 마련된 권창영 특별검사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체적으로 증언을 거부하겠습니다.”
법정에 들어와 선서를 마친 전직 경찰청장 조지호가 증인석에 앉자마자 입을 꾹 다물기로 했다.
검사 “피고인 박안수는 2024년 12월3일 22시27분경(‘23시23분경’의 잘못) 포고령 제1호를 발령하였는데, 증인은 위 포고령 발령 사실을 누구로부터 처음 듣게 되셨습니까?”
조지호 “같은 취지입니다.”
검사 “증인은 2024년 12월3일 위 포고령 발령 이후 피고인 박안수와 세 차례 통화한 사실이 있으시죠?”
조지호 “같은 취지입니다.”
전 계엄사령관 박안수(위 사진)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사건 공판이 2026년 6월30일 서울중앙지법 418호 법정에서 열렸다. 원래 박안수 사건 재판에서 조지호의 증인신문 기일은 이 사건 재판이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진행될 때인 2025년 9월30일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에서 진행한 그의 탄핵심판 사건 변론 출석과 그의 건강 문제로 인해 차일피일 연기되다가 이날 돼서야 겨우 열렸다.
현재 박안수 사건을 심리하는 형사합의26부의 이현경 재판장은 조지호에게 “박안수 피고인이 본인 사건과 관련된 일부 부분에 대해서 증인의 진술을 좀 더 확인하고 싶다고 해서 오늘 증인신문 기일은 어렵게 마련한 자리”라며 “나중에 변호인 신문사항 들어보시고, 그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지호는 검사의 신문(주신문)에 이어 박안수 변호인의 신문(반대신문) 시간에도 증언을 모두 거부했다.
박안수의 변호인 “증인은 대통령으로부터 5차례 전화를 받은 후에 (2024년 12월3일 밤 11시36분께) 국회 전면 통제를 지시했는데, 계엄사령관의 요청이 아니라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서 국회 전면 통제를 지시했던 것 아닙니까?”
조지호 “같은 취지입니다.”

전 경찰청장 조지호가 2026년 5월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이날 쟁점이 된 박안수의 범죄사실은 2024년 12·3 내란 때 당시 경찰청장 조지호에게 ‘국회에 경력을 증원해서 국회의 출입 차단을 요구했다’는 혐의다. 비록 이날 검사와 변호인의 질문에 대해 모두 답변을 거부했지만, 조지호는 수사기관과 다른 내란 사건 법정에서 ‘박안수가 국방부 장관 김용현의 비화폰을 사용해 전화를 걸어 정치 활동을 금한다는 포고령 내용을 이야기하며 국회 출입을 차단·통제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했다. 조지호는 2024년 12월3일 밤 11시22분께 박안수가 전화로 한 말을 다음과 같이 기억하고 있다.
검사 “피의자는 포고령 발령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요.”
조지호 “박안수 대장으로부터 첫 번째 전화가 와서 국회를 완전히 ‘셧’(Shut) 해달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근거가 없어서 안 된다고 했습니다. (…) 이후 박안수로부터 다시 전화가 와서 ‘포고령이 내려갈 것’이라고 하면서 ‘국회를 차단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2024년 12월24일 검사 작성 조지호의 피의자 신문조서)
아래는 조지호가 2025년 12월24일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공판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의 일이다.
검사 “박안수 계엄사령관이 포고령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조지호 “포고령이 발령이 됐는데 국회 활동이 금지가 됐으니까 국회를 통제해 달라 이런 취지로 이야기를 했고, 저는 포고령 이야기를 처음 들어가지고 ‘제가 (포고령을) 보고 판단하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던 겁니다.”
검사 “국회를 통제해 달라는 말은 국회 출입을 통제해 달라는 말인가요? 어떤 의미인가요?”
조지호 “저는 그렇게(국회 출입 통제) 받아들였습니다.”
박안수의 주장은 다르다. 박안수는 2024년 12월 당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때 ‘김용현 지시에 따라 조지호에게 경찰 증원을 요청한 것은 맞지만, 어디로의 증원을 요청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국회’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증인으로 나온 2025년 12월22일 열린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공판에서도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검사 “그러면 김용현 장관이 국회에 경력을 증원하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했습니까?”
박안수 “제가 국회에 나가서 ‘국회’라는 단어가 (제 입에서) 나왔었는데, 나중에 정말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국회’라는 생각이 그때(조지호에게 전화했을 때)는 안 들었고요. (김용현이) 그냥 ‘경찰 증원해라’ 말씀하시는데 제가 직접 어떤 (머릿속 사고) 과정 속에서 생산한 게 아니라 (김용현이) 말씀하신 것을 전달했었습니다.”
그런데 박안수는 특수본에서 피의자로 조사받기 전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을 때, 자신의 경력 증원 요청을 조지호가 국회를 통제해 달라는 취지의 말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한 적이 있다.
검사 “포고령 1호는 국회의원들과 정당의 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인데, 포고령 1호가 발령되었다고 설명하면서 경찰 경력 증원을 요청한다고 하면 조지호 경찰청장 입장에서는 경찰 경력으로 국회를 통제해 달라는 취지로 받아들이지 않겠는가요.”
박안수 “말씀하시면 그런데, 저는 장관님(김용현) 말씀을 전달한 것일 뿐입니다. 머리에서 생산한 말이 아니라 장관님 말씀을 따라 하듯이 전달한 것입니다.”
(2024년 12월14일 검사 작성 박안수의 진술조서)
이와 함께,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게 1심 재판 때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박안수는 (2024년 12월3일) 23:22경 피고인 김용현의 경호처 비화폰을 이용해 피고인 조지호에게 전화하여 이 사건 포고령의 내용을 설명한 후 ‘국회에 경찰을 증원해 주고, 포고령에 따라 국회 출입을 차단해 달라’는 요청을 전달하였다”고 밝히며 이를 사실로 인정했다. 물론 이것은 윤석열 사건 재판부의 판단일 뿐이다. 형사재판은 사건별로 별도로 진행되고 재판부마다 증거를 독자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같은 사실관계라도 박안수 사건 재판부가 반드시 같은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위법성의 인식은 자신이 행하는 작위(의식적으로 하는 행위) 또는 부작위(마땅히 할 일을 일부러 안 함)의 행위가 공익을 해치고, 공동생활 유지에 필수불가결하게 요구되는 전체 법질서를 침해하는 것임을 구체적으로 행위자가 인식하는 것이다.(신동운, ‘형법총론 제17판’, 법문사, 2025) 혐의를 부인하는 박안수는 ‘비상계엄 상황에서 포고령의 내용을 정확히 인식할 수 없었고, 그것의 위법성을 판단할 능력도 없었다.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한 것으로 인식했다’는 입장이다. 이는 자신의 행위가 법질서에 의해 금지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위법성의 인식 결여를 주장하는 것이다.

전 계엄사령관 박안수가 2024년 12월5일 국회 국방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현행 형법 제16조는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해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해’ 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이때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행위자가 자기 행위의 위법 여부를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했더라면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05도3717 판결 등) 즉, 행위자가 위법성의 인식 결여를 회피할 수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만일 위법성을 인식할 가능성이 행위자에게 전혀 없었다면, 그 인식 결여를 회피할 가능성이 전무하므로 자신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 된다. 반면 위법성을 인식할 가능성이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기 행위의 위법성 여부를 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도 그런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면 그 오인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어 처벌 대상이 된다.
박안수는 후자, 즉 자신의 포고령 발령 행위가 죄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는 포고령을 보고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검사 “헌법 또는 계엄법은 대통령이나 계엄사령관에게 정치활동 자체를 금지하는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 등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은 위헌 아닌가요.”
박안수 “포고령을 보고 솔직히 답답했습니다. 누군가 법적으로 검토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옆에 있는 합참(합동참모본부) 차장 등과도 돌려보면서 ‘이게 맞냐, 맞냐’ 하면서 머뭇거렸던 것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포고령 내용을 법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2024년 12월8일 검사 작성 박안수의 진술조서)
포고령에 적힌 ‘처단’이라는 글자도 박안수의 의구심을 자아냈다. 당시 포고령에는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9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에 의하여 처단한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재판장 “증인이 장관으로부터 포고령 내용을 받아 봤잖습니까. 내용을 봤을 때 ‘처단’이라는 단어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하셨는데, 그 포고령 내용에 대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봤을 때 포고령 내용에 대해 특별히 이상하다거나, 의문이 있다거나, 특이하다고 한 사람은 없었습니까?”
박안수 “당황했는지 전혀 그런 말씀들을 안 하셨고, 포고령(포고령 문서)을 보기만 했지 저에게 뭐라고 탁 이야기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만 ‘처단’이라는 단어는 이상하다는 느낌은 들었습니다.”
(2025년 5월8일 중앙지역군사법원 증인신문 당시)
그러면서도 박안수는 김용현의 말만 믿고 추가 확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검사 “(포고령) 1호는 계엄군이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의미인데, 이런 내용이 기재된 포고령에 서명할 생각을 할 수 있는가요.”
박안수 “대통령이 선포한 것이고 장관님(김용현)은 법적인 검토를 마쳤다고 하셔서 내키지는 않았지만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2024년 12월8일 검사 작성 박안수의 진술조서)
그 뒤로 박안수는 멈춤 또는 머뭇거림 없이 계엄사령부 상황실 구성을 이어갔다. 계엄사령부 상황실 구성은 12·3 내란 실행 행위인 ‘폭동’(다수가 결합해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하는 폭행·협박 행사)을 구성하는 범죄사실 중 하나다. 생도 시절을 포함해 군 복무 기간만 약 39년에 달하는 4성 장군이었던 그는 법정에서 자신의 행위를 이렇게 주장했다. “당시 위법한 명령이라고 판단할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시간도 촉박했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조력을 받지 못했습니다. (12·3 비상계엄과 포고령이) 위헌이다, 합법적이지 않다는 것을 정확히 따질 상황이 아니었습니다.”(2025년 5월8일 중앙지역군사법원 증인신문 당시)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 ‘법정에서 규명하는 12·3 내란’ 연재 기사 읽기
https://h21.hani.co.kr/arti/SERIES/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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