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가 2025년 1월14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내란 때 우두머리 윤석열과 2인자 김용현의 지시로 군병력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투입한 사령관들의 재판은 아직 1심 단계에 머물러 있다.(제1605호 참조) 그러나 전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와 그의 변호인은 다르게 느낀다.
“지금 본의 아니게 저희는 2심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지역 군사법원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이송된 사령관들 사건의 첫 공판이 열린 2026년 3월16일, 이진우의 변호인이 법정에서 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2월19일 윤석열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된 사건 판결문(윤석열 내란 판결문)에는 이진우에게 불리한 내용이 빼곡히 담겨 있다. 비록 이진우가 윤석열 내란 판결문에 등장하는 피고인(제1602호 참조)은 아니지만, 다수인이 폭동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범죄인 내란죄의 특성상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사령관들 사건의 증거기록은 사실상 동일하다. 이진우 쪽이 ‘우린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셈’이라고 여기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현재 민간인인 이진우는 앞서 군인일 때 군사법원에서 재판받는 동안 ‘국회로 출동한 병력에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 국회 안에 있는 인원을 끌어내라고 했고, 그것은 외부의 위협 세력을 가리킨 것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윤석열 내란 판결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실제로 이진우는 2024년 12월4일 00시42분경 조성현(전 수방사 제1경비단장)에게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하여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확인된다.”
이진우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재판에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것이 그에게 가장 불리한 말을 한 조성현 전 단장(대령)의 진술에서도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조 전 단장의 수사기관 진술과 법정 증언을 확인된 시간 순서에 맞게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2024년 12월4일 0시42분께 사령관이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하여 국회의원을 외부로 끌어내라고 지시해서 일단 알겠다고 했다. 그러나 0시43분께 사령관에게 전화해서 우리가 단독으로 할 수 없는 일이므로 육군특수전사령관(곽종근)과 소통을 해보시라고 말했고, 0시56분께 특전사가 이미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해 있으니 너희는 외부에서 지원하라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사령관이 철회했다. 이후 오전 1시4분께 국회 인근인 서강대교 북단에 도착해 임무가 무엇인지를 물은 예하 부대 지휘관 윤덕규 소령에게 제가 국회 안에 있는 인원을 다 끌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가 윤 소령에게 의원이라고 했는지 인원이라고 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 맥락은 국회의원이었다.’
이진우의 변호인은 “(공소장에 있는)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하여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는 0시56분경 이미 취소됐다. 그런데 조성현 전 단장이 취소된 명령을 오전 1시4분경 (부하에게) 또 내리고 있다. 이건 할 수가 없는 행동”이라며 “그건 뭘 뜻하냐면 사령관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처음부터 없었는데 조 전 단장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부하에게 전달한 것이라는 주장, 한마디로 조 전 단장이 없는 말을 지어냈다는 뜻이다.
하지만 조 전 단장 말을 앞뒤가 안 맞는다고 볼 수만은 없다. 이진우가 0시56분께 한 ‘외부 지원’ 지시로 수방사의 구체적인 역할이 직접 국회의원을 끌어내는 것에서 국회의원을 끌어내는 특전사를 외부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 즉 역할만 달라졌을 뿐 국회의원을 끌어내는 임무는 그대로 유지됐다고 볼 수 있다. 이진우가 조 전 단장에게 2024년 12월3일 밤 11시51분께 ‘국회 본청에 출입하는 인원을 통제하라’고 지시한 뒤 누구를 출입시킬지 말지, 즉 통제 수준과 범위를 정해주지 않은 점, 그래서 조 전 단장 입장에서는 임무가 계속되고 있다고 여길 수 있는 점, 이진우가 국회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12월4일 오전 1시3분께)되기 전에 임무 중지 또는 병력 철수 지시를 하지 않은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사정은 다른 증인의 증언으로도 확인된다. 12·3 내란 당시 이진우의 지시로 국회에 출동한 수방사 군사경찰단장 김창학이 2026년 4월6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2024년 12월4일 0시2분께 이진우로부터 “(국회) 본청에서 어디 하나 게이트(출입문) 맡아서 못 들어오게 막는 것만 해”라는 지시를 받은 인물이다.
‘이진우가 출입문으로 오는 사람들 신원을 확인해서 누구는 들여보내고 누구는 들여보내지 말라는 지시를 한 적이 있느냐’는 조은석 특별검사(특검) 쪽 질문에 김창학은 “그렇게 구체적으로 지시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특검 검사가 ‘국회의원 또는 국회 직원은 들여보내라는 지시가 있었느냐’라고 묻자 “그런 단어 자체를 안 쓰셨다”고 말했다. 이진우가 임무를 멈추라는 지시를 한 적이 있는지를 물은 이어진 질문에는 “그런 전화가 그 이후(0시2분께)에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군사경찰단 선발대로서 2024년 12월4일 0시4분께 국회 인근에 도착한 이아무개 대위도 4월13일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이진우의 변호인은 그에게 ‘사령관이 김창학에게 국회 본청 출입문을 맡으라고 지시할 때 본청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야 할 대상을 따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통상적인 대테러 훈련 때처럼 국회 같은 국가 중요시설에 위협 세력, 적대 세력이 못 들어오게 하는 조치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어떤 특정인을 못 들어오게 막고 싶다면 그 대상을 지정하는 것이 맞다며 국회의원을 꼬집어 말하지 않았으니 국회의원을 막으라는 지시가 아니었다는 주장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 대위는 “대상이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다면 모든 인원을 막는 게 맞다”고 답했다. 그 ‘인원’에서 국회의원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증언이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보자. 누군가가 자신의 집을 방문한 손님에게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 다 드셔도 된다”고 말했다. 음식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 손님은 그 말을 듣고 냉장고 안에 있는 케이크를 먹었다. 그런데 집주인이 손님에게 뒤늦게 “케이크를 먹으라고 한 게 아니다. 저는 케이크를 말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과연 재판부는 이진우가 말한 ‘인원’ 속에 ‘의원’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 ‘법정에서 규명하는 12·3 내란’ 연재 기사 읽기
https://h21.hani.co.kr/arti/SERIES/3319
※위 기사 본문 속 관련 기사 목록: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999.html
(제1605호) <계엄이 훈련? 12·3 내란 조연들의 변명에 답한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890.html
(제1602호) <성경은 정말 읽었을까>
※이진우의 주장을 더 자세히 보고 싶으시다면: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7966.html
<“사전에 계엄 몰랐다” 주장하는 수방사령관, 쟁점 셋은 다른 말을 한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471.html
<‘피의자 이진우’와 ‘피고인 이진우’는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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