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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종근-윤석열 진실게임… ‘의원들 끄집어내라’ 말한 시각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피고인 곽종근 군사법원 10월28일 재판 중계
등록 2025-11-03 11:55 수정 2025-11-23 13:18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곽종근(앞줄 왼쪽)이 2024년 12월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단상에 서서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곽종근(앞줄 왼쪽)이 2024년 12월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단상에 서서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곽종근은 그동안 12·3 내란 진상규명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와 헌법재판소가 심리한 ‘윤석열 탄핵 사건’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비상계엄 당시 비화폰을 통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했다고 증언해왔다.

윤석열은 국회의원 상당수가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 모이던 때인 2024년 12월4일 오전 0시20분께 곽종근에게 전화해서 ‘아직 국회 내에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공소장에 적혀 있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을 가결한 때는 12월4일 오전 1시3분께다.

곽종근은 윤석열을 대면한 자리에서도 같은 증언을 했다. 2025년 10월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사건 공판 때의 일이다. 그는 윤석열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이른바 ‘내란 특검’ 검사의 질문에 울컥하기도 했다.

“(윤석열이 비화폰으로) ‘의결정족수’를 얘기할 때 (특전사 지휘통제실에서) 와이티엔(YTN) 화면을 같이 봤습니다. 국회의사당 의원들 모습을 그때 같이 봤습니다. 그걸(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 제가 어떻게 잊습니까. ‘문을 부수고’라는 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게 시간이 지나간다고 잊히는 게 아닙니다.”

이처럼 곽종근은 여러 차례 증인으로 출석해 윤석열의 내란 범죄를 입증할 핵심 증거를 제시한 인물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로 인해 곽종근을 사면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곽종근은 윤석열이 최고 지휘자로서 일으킨 내란 사태에서 병력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보내는 등 주요 역할을 담당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기도 하다. 곽종근이 증인이 아닌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에 출석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를 2025년 10월28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 군사법원에서 볼 수 있었다. 곽종근이 피고인 신분으로 3월26일(첫 공판) 이후 7개월 만에 받는 재판이었다.

전 육군특수전사령부 제1공수여단장 이상현이 2024년 12월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방송 유튜브 방송 갈무리

전 육군특수전사령부 제1공수여단장 이상현이 2024년 12월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방송 유튜브 방송 갈무리


곽종근 지시로 무장 군인 403명 국회와 더불어민주당사로 

특전사 제1공수여단장이었던 이상현이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상현은 곽종근의 지시로 비상계엄 선포 후 1공수여단 소속 무장 군인 총 403명을 각각 국회와 더불어민주당사에 보내고, 군 병력을 국회 경내에 침투시켜 국회의원들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심의·의결을 저지하려고 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상현이 국회에 도착한 시각은 12월4일 오전 0시22분께. 그는 오전 0시30분께 1공수여단 1특전대대(1대대)장 김형기에게 “담 넘어 국회 본관으로 들어가서 의원들 다 끌어내”라고 지시했고, 오전 0시31분께 1공수여단 2특전대대(2대대)장 반효민한테도 “담을 넘어 국회 내부로 진입하라. 1대대와 만나서 국회의사당 내에 있는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

이상현은 ‘의원들을 끌어내라’라는 곽종근의 지시를 1대대장과 2대대장에게 그대로 하달했다고 밝혔다.

이상현 “국회 도착 전에, 최초(12월3일 밤 10시21~10시33분)에 제가 (사령관으로부터) 받은 지시는 ‘(국회의사당과 국회의원회관에 각각 1개 대대씩 투입하여) 건물 안에 있는 인원을 밖으로 내보내라’였습니다. 제가 (사령관의 최초) 지시대로 편의대(사복 차림으로 정보 수집 활동을 하는 부대)를 (국회로) 보냈는데, 편의대가 3장의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국회 담을 넘어가는 민간인을 촬영한 사진, 시민들이 경찰들과 싸우는 사진, 그리고 우리 차량이 아니고 수방사(수도방위사령부) 차량 같은데, 사람들이 수방사 차량을 밀어내는 사진을 보면서 ‘소요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렇게 인식했는데 어느 순간에 (사령관의) 지시가 ‘국회의원 끄집어내라’ 이렇게 바뀌어서, 그래서 (사령관) 지시를 받은 대로 현장 대대장들에게 지시했습니다.”

군검사 “그러니까 정리하면, 피고인(곽종근)의 지시가 있어서 대대장들에게 그렇게 지시했다는 것인가요?”

이상현그렇습니다.”

곽종근은 이상현에게 ‘국회 현장에 도착하면 수방사령관(이진우)과 연락하라’고 했다. 이상현은 국회에 도착하고 약 6분 뒤인 12월4일 오전 0시28분께 이진우와 통화했다. 이진우는 이상현에게 전화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 아래는 이진우가 12월30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서 한 진술이다.

군검사 “12월3일 23시부터 12월4일 00시 어간까지 곽종근과 무슨 내용의 통화를 하였는가요.

이진우 “하나는 ‘헬기(특전사 제707특수임무단 대원들이 탑승한 헬기)가 들어가야 하는데 너희(수방사)가 통제하고 있다’고 해서, ‘제가 몰랐다. 들은 적이 없다’ 하니까 ‘통과시켜 달라’고 하셔서 알겠다고 하는 통화였고요. (다른) 하나는 1공수여단이 들어가니 안내를 해달라는 전화를 하셔서 알겠다고 했습니다. 이후 1공수여단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 외에는 없었습니다.”

이상현은 이진우가 ‘현장에 민간인과 경찰이 혼재되어 있어 국회 정문으로 진입이 어려우니 담을 넘어 병력을 투입하라’는 의견을 줬다고 말했다. 이진우의 진술 내용도 일치한다. 특수본에서 “걔들(특전사 1공수여단)은 들어가야 하는 애들이니까 경찰에 부탁해서라도 담을 타고 들어가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10월28일 재판 증인신문 과정에서 언급된 각 인물 간 주요 통화 시각을 중심으로 대화자와 통화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통화 내용은 공소장과 특수본이 피의자, 참고인들을 조사하고 작성한 진술조서, 특수본에 제출된 녹취서 등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인포그래픽 제작 장광석

인포그래픽 제작 장광석


곽종근의 변호인은 이상현의 진술이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의문을 제기했다. 윤석열로부터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시각은 공소장에 적혀 있는 시각(12월4일 오전 0시20분께)과 달리 12월4일 오전 0시30분께 내지 31분께고, 그 지시를 이상현에게 하달한 시각은 오전 0시34분께라는 것이 곽종근 쪽 주장이다.

곽종근의 변호인 “통화 기록을 보면, 증인과 사령관은 (12월3일) 22시21분경 이후부터 (12월4일·이하 동일) 00시00분 언저리까지는 통화한 게 없습니다. 그러다가 증인이 전화해서 사령관이 전화를 받은 게 00시34분이고요. 그 이후에 두 차례 통화를 합니다. 증인과 특전사 참모장(곽종근과 함께 비상계엄 때 특전사 지휘통제실에 있던 인물)이 통화한 시각은 00시24분경입니다. 사령관은 윤석열과 00시31분경에 통화했습니다. 따라서 증인과 사령관이 00시05분경 통화하고 그다음에 00시34분경 통화하기 전까지 ‘담을 넘어가라’ ‘의원들을 끌어내라’와 같은 지시는 수방사령관과의 통화 또는 특전사 참모장과의 통화 두 가지밖에 안 남습니다. 어떤가요?”

이상현 “제가 지시를 받은 것은 사령관과 참모장으로(부터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곽종근의 변호인 “수방사령관이 증인과 통화하기 전인 00시25분경 수방사령관이 이미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윤석열로부터 받습니다. 윤석열의 지시를 받은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그 지시사항을 전달받아서 1대대장 등에게 전파한 게 맞습니까?”

이상현 “수방사령관이 대통령과 어떻게 통화했고 그런 건 모릅니다. 저는 수방사령관의 지시를 받지 않았습니다.”

이상현은 이진우와 통화하기 전인 12월4일 오전 0시24분께 곽종근으로부터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군검사 “00시24분경 피고인으로부터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고, 00시28분경 수방사령관과 통화한 이후에, (오전 0시30분께와 31분께) 김형기와 반효민에게 피고인의 지시 사항을 전달한 것인가요?”

이상현 “네,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 (…) 사령관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을 때 특전사 참모장이 (통화 상대방으로) 등장할 때도 있고, 특전사 참모장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 사령관이 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특전사 참모장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을 때 참모장이 ‘잠깐 기다려봐. 사령관님 바꿔줄게’라고 말을 하거나, 사령관님 전화를 받았을 때 특전사 참모장이 말한 적도 있습니다.”

10월28일 재판에 출석한 다른 증인인 특전사 참모장 박정환은, 곽종근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처음 한 시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박정환은 비상계엄 당시 특전사 지휘통제실에서 곽종근의 오른쪽 옆자리에 앉아 곽종근이 전화로 현장 지휘관들에게 내리는 지시 내용 일부를 들을 수 있었다.

군검사 “피고인이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처음 한 시점은 언제인가요?”

박정환 “그게…. 국회 본청 내에 특전사 병력이 들어갔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군검사 “피고인이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했을 때가 특전사가 국회 본청 내부로 들어가던 상황이었을 때라고 추정하는 것인가요?”

박정환 “네, 그렇습니다.”

이때 본청 내부로 들어간 특전사는 1공수여단이 아닌 707특수임무단 대원들을 가리킨다. 707특수임무단 대원들이 국회의사당 우측 유리창 2개를 깨뜨리고 의사당 내부로 침투한 시각은 12월4일 오전 0시34분께로 공소장에 기재돼 있다.

곽종근은 왜 지시 하달 시각 다투나

이처럼 곽종근은 이상현에게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시각을 다투고 있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이 일부 존재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부하들에게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 사실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 인물의 진술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먼저 박정환이 12월24일 특수본 조사에서 한 진술이다.

검사곽종근 사령관은상부로부터 국회의원을 밖으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기는 했지만, 그 후에 어떻게 하지 고민이라는 취지로 얘기한 것일 뿐, 국회의원을 밖으로 끌어내라는 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는데, 곽종근 사령관이 지휘통제실에 있는 인원들에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는 것에 관해 상의한 적이 있나요.”

박정환 “아니요. 전혀 상의한 적 없고, 전화를 받자마자 전화로 지시하고 그 사이사이에 상황을 파악하는 형태였지, (상부로부터) 어떠한 지시를 받은 후 그 지시를 이행할지 여부에 관해 저희와 상의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마치 단거리 달리기 전력 질주하듯이 지시를 밀어붙였지, 참모들과 상의를 하거나 조언을 구하는 모습은 전혀 없었습니다.”

특전사 1공수여단 작전참모 안효영도 12월23일 특수본 조사에서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군검사 “진술인은 2024년 12월4일 01:00어간에 1공수여단장 이상현이 곽종근 특전사령관과 비화폰으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대통령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다’는 것을 복명복창하는 것을 들은 사실이 있나요.

안효영 “복명복창하셨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대통령님’이라는 워딩(언어 표현)은 잘 기억이 안 납니다. 그때 스피커폰으로 하셨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옆에서 통화하는 내용이 들려서 듣기로는, 사령관님께서 ‘국회의원 다 끄집어내라는데’라는 석연치 않은데 (상부로부터) 지시를 받아서 말씀하시는 뉘앙스로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일에 야간근무를 했던 특전사 위관급 장교는 12월23일 특수본 조사 때 “당시 티브이(TV)에서는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투표장에 나오고 있었는데 사령관님이 혼잣말로 ‘저것들 다 끄집어내야 해. 못하게 막아야 해’ 이런 뉘앙스로 말씀하신 것을 들었다. 그러고 나서 결국 계엄 해제 의결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곽종근의 주장대로 설령 이상현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말을 이진우한테 처음 듣고 이를 이행하려고 했다고 하더라도, 곽종근이 부하들에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해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의결 방해를 시도했다는 혐의를 벗기는 어려워 보인다. 곽종근은 3월26일 첫 재판 때 ‘피고인은 국헌문란 목적과 일련의 폭동 행위들을 다 인정하는지’를 묻는 재판장 질문에 “예, 그렇습니다”라고 답하며 혐의를 인정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단 곽종근은 윤석열과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이진우, 여인형(전 국군방첩사령관)과 사전에 비상계엄 선포를 모의했다는 공소사실만큼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이 2025년 9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이 2025년 9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렇다면 곽종근은 왜 이처럼 시각을 집요하게 다투는 걸까. 이는 형량(형벌의 정도)과 관련이 있다. 정리하면, 곽종근의 변호인은 이상현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실행에 옮기려고 한 결정적인 원인이 곽종근의 지시가 아니라 이진우의 지시 때문이고, 곽종근은 이미 범행의 실행을 결심한 이상현에게 같은 내용의 지시를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증인신문을 했다. 곽종근의 지시가 국회 의결 방해 시도의 결정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취지다.

이러한 변론에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있어 곽종근이 자신의 역할과 기여도를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즉, 곽종근이 특전사 병력의 국회의사당 침투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의결 방해의 주도자가 아니고, 자신이 지시하기 전부터 이미 그런 방해 시도가 전개되고 있었다는 것을 부각해 형량을 낮추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거나, 곽종근처럼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양형(형벌의 정도를 정하는 일)에 유리한 방향으로 증거를 제시하거나 기존 증거의 신빙성을 다투는 것은 방어권 행사에 해당한다.

곽종근은 그동안 윤석열 사건의 증인으로만 출석했다. 그러나 윤석열이 거꾸로 곽종근뿐만 아니라 이진우, 여인형, 그리고 문상호(전 정보사령관)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할 날이 지정됐다. 중앙지역 군사법원은 2025년 11월25일 윤석열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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