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도시 정책과 관련해 대표적인 책 중 하나가 ‘꿈의 도시 꾸리찌바’다. 브라질 쿠리치바의 도시, 교통 정책을 다룬 이 책은 2000년 처음 발간됐고, 3개 판, 수십 쇄를 찍었으며, 지금도 꾸준히 팔린다. 특히 이 책에 담긴 비알티(BRT, 간선급행버스) 시스템은 한국에도 도입돼 버스 혁신을 가져왔다. 최근 이 책의 지은이인 박용남(71)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이 25년 만에 속편 ‘행복도시 꾸리찌바’(더블북)를 펴냈다. 세종시에서 살며 활동하는 박 소장을 전화로 만났다.
—25년 만의 속편, 어떻게 내게 됐나.
“도시 관련 연구자, 활동가들이 이 책에서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강연 다니다보면 최근 쿠리치바의 상황이 어떤지 궁금하다는 사람이 많더라. 그동안의 변화를 업데이트해줄 필요가 있어서 속편을 내게 됐다.”
—그동안 쿠리치바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쿠리치바는 1970년대 자이미 레르네르라는 좋은 시장을 만나서 변화를 시작했다. 그 뒤에도 같은 철학을 가진 후임 시장들이 꾸준히 집권해 변화를 지속해왔다. 2024년까지 시장을 지낸 하파엘 그레카도 레르네르의 동료로서 3선 시장을 지냈다. 그는 문화와 기후위기 대응, 스마트시티 차원에서 쿠리치바에 새로운 색깔을 더했다. 예를 들어 쓰레기 매립장을 태양광 발전소로 전환했고, 도시의 식량권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을 폈다.”
—이 책에 소개된 쿠리치바의 비알티가 한국에도 보급돼 교통 혁신을 이뤄냈다.
“이 책이 나온 뒤 200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서울에 비알티가 도입됐다. 높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중앙차로와 무료 환승 등으로 대중교통 변화를 이끌었다. 세종, 부산, 창원 등지에서도 비알티가 보급됐다. 아쉬운 것은 한국에선 쿠리치바처럼 높은 수준의 비알티가 도입되지 못한 것이다. 세종이 그중 나은 편인데, 아직 사전 요금 지불 시스템도 갖추지 못했다.”
—한국의 도시에서 반드시 고쳐야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
“한국에선 특색 없는 대형 사업을 너무 많이 한다. 쿠리치바에선 교통 인프라나 스포츠센터 정도 외엔 대형 사업을 하지 않는다. 쿠리치바의 사업 원칙은 속도, 저비용, 단순함이다. 내가 도시의 침술이라고 표현한 작은 사업들을 필요한 곳에 해서 그 지역에 자극을 준다. 예를 들어 ‘지혜의 등대’라는 이름의 작은 도서관을 많이 공급했는데, 이것이 빈민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도서관이 커뮤니티 센터가 됐고, 지금은 도서관에 3D프린터까지 공급한다.”
—왜 한국에선 레르네르나 그레카 같은 혁신적인 시장이 안 나오나.
“한국에도 좋은 시장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도시에 대한 철학이나 감각, 활동 경험이 있는 시장이 거의 없다. 쿠리치바에선 도시 관련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시장이 되고 시 간부가 된다. 또 시 산하 쿠리치바도시계획연구소의 연구 성과와 아이디어가 도시 정책으로 적극 채택된다.”
—한겨레21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
“지난 수십년 동안 쿠리치바에선 자동차 공간을 줄이고 보행자, 녹지 공간을 꾸준히 늘려왔다. 그런데 한국에선 최근 서울 연세로의 대중교통 전용 지구를 없애고 다시 자동차를 통행시켰다. 진보적인 한겨레21에서 이런 도시와 교통, 환경 이슈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