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에는 수영을 배우고 싶다고 했더니 수영은 쉽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수영이 어렵다고 한 적은 없는데 무슨 동문서답인가 싶어 잠자코 들어보니 자랑이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본인은 유튜브를 보며 자유형을 독학했다면서 갑자기 훈수를 두기 시작한다. 조금 어리둥절한 기분이 됐다.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 폼은 엉망이지만 나 역시 25m 레인 정도는 쉬지 않고 헤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도움을 주고 싶다면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상태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게 순서다. 서로의 수준에 대한 정보도 없으면서 당연히 자신이 더 나을 거라는 판단으로 가르치려 드는 태도는 2025년으로 비건 7년차가 된 내겐 몹시 익숙하다.
비건이라고 밝히면 ‘조금 알면서 많이 설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실컷 구경할 수 있다. 직접 체험해온 사람 앞에서 자신의 추측을 지식처럼 떠드는 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들이다. ‘일석이조’나 ‘물고기’ 같은 종차별적 언어도 사용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이에게 비건은 동물을 좋아하고 감정적인 사람들이나 하는 것 같다는 발언을 망설임 없이 한다. 비건들을 비이성적이거나 모자란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이 결국엔 자기변호를 위한 방어기제임을 모른다. 어떤 주제든 비슷한 경향이 있긴 하지만, 경험에 따르면 비건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도가 없을수록 본인의 견해를 강한 어조로 드러냈다.
논비건이 비건에게 비건에 대해 설명하는 건, 뭍에서만 사는 자가 뭍과 물을 오가며 살아가는 이에게 수영을 알려주는 것과 같다. 이미 스스로 헤엄치는 사람 앞에서 얄팍한 지식을 입으로만 떠드는 게 얼마나 민망한 일인 줄도 모르고.
수영에 대해 백 마디 말을 하기보다 제대로 한 번 보여주는 편이 낫다. 비건도 마찬가지다. 비건을 실천해야 할 백 가지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비건으로서 잘 살아가는 모습 한 번 보여주는 쪽이 낫다. 사람들이 옳은 말인 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 ‘주장’만으로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뿐이다. 말로만 타인을 설득하려 들거나 인정받으려는 행위가 얼마나 무의한지, 나도 예전엔 몰랐다.
며칠 뒤, 마침내 서로 수영하는 모습을 볼 기회가 생겼다. 누가 누구를 가르칠 처지가 아닌 고만고만한 수준이었다. 지난 일을 기억한다면 부끄러울 테고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교육하려 들진 않을 것이다.
100분간의 자유수영을 마치고 비건 라볶이를 만들어 먹었다. 큼직하게 썬 대파와 떡국떡, 비건 라면, 쫄깃한 유부를 넣고 매콤달콤한 양념 국물을 자작하게 끓였다. 어묵을 넣지 않아도 맛있다며 떠들 시간에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 왜 물고기를 물살이라 부르는지 설명하기보다 자유로이 헤엄치는 그들의 아름다움을 함께 발견하고 싶다. 멀게만 느껴지는 바람에 끼니만큼 다가가본다.
초식마녀 비건 유튜버
*비건 유튜버 초식마녀가 ‘남을 살리는 밥상으로 나를 살리는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4주마다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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