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된 카페 알바를 위로하는 음식은?2025년 5월부터 일주일에 사흘은 출근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문학의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전국의 서점과 도서관 등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문화상주작가 지원사업’ 덕분에 경남 진주의 한 서점에서 재택근무 2일, 상주근무 3일 조건으로 일하게 되었다. 불지옥과 물...2025-07-27 17:11
내가 김치볶음밥을 ‘혼밥’하는 이유얼마 전 외식으로 김치볶음밥을 먹었다. 비건식당은 아니고 요청하면 비건식으로 만들어주는 곳이었다.달걀프라이 대신 구운 템페(콩을 발효시켜 만든 인도네시아 음식)가 올라간 김치볶음밥. 그저 동물성 재료를 빼기만 한 게 아니라 비슷한 영양을 가진 식물성 재료로 채웠다. 고...2025-06-30 16:08
순대 없는 순대볶음처럼“백두산 폭발 기원하고 있어.”연인과 헤어지고부터 은밀한 소망을 입 밖으로 꺼내기 시작했다. 매일 그의 미래를 생각했다. 그의 불행이 실현되는 미래. 그 생각이 나를 못살게 굴었다. 울게 만들었다. 그냥 다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 지구의 온도를 바꾸며 자멸하고 있음에도...2025-06-05 07:12
폭력에서 자유로운, 채식이라는 작은 정치“같이 가자. 이 아가씨야.”엄마는 이혼 경력자이자 불혹을 앞둔 나를 여전히 아가씨라고 부른다. 한참 어린 스태프들 앞에서 ‘아가씨’ 호칭을 듣자니 유독 머쓱하다. 자식을 보는 시계가 아가씨 시절에 멈춰버린 엄마와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늙어가는 나는, 사라져가는 집밥 ...2025-05-08 11:59
잃고 싶지 않은 맛, 시금치 커리를 끓이며처음 보는 하늘이었다. 황토색 구름 뒤로 시뻘겋게 빛나는 태양이 붉은 신호등처럼 매달려 있었다. 지붕을 덮을 것처럼 낮게 흐르는 누런 구름의 틈 사이로 맑은 하늘이 비치는 기묘한 풍경이었다. 미세먼지와는 달랐다. 설마 여기까지 날아온 걸까.두껍게 하늘을 가로지르는 저것...2025-04-10 15:20
냉이만 넣은 김밥 맛에 속다거의 20년 동안 혼자 사는 집에 티브이(TV)를 두지 않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외부 자극에 몹시 예민한 사람이다. 집만큼은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했다. 세상의 소음을 차단한 채, 침묵 속에서 쉬는 순간에야 비로소 내 몸의 모든 세포가 해방되는 듯...2025-03-09 10:38
‘나는 솔로’ 빌런, 남 일 같을 땐 웃었지10년 넘게 티브이(TV) 없이 살아왔다. 생방송을 볼 수 없기에 실제 방영일보다 하루 늦은 목요일 저녁마다 푸짐한 음식을 차려놓고 ‘나는 솔로’ 프로그램을 챙겨 본다. 피 흘리지 않은 재료로 만든 채식 요리를 먹으며 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이 ...2025-02-12 16:04
논비건이 비건에게 비건을 가르치는 일새해에는 수영을 배우고 싶다고 했더니 수영은 쉽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수영이 어렵다고 한 적은 없는데 무슨 동문서답인가 싶어 잠자코 들어보니 자랑이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본인은 유튜브를 보며 자유형을 독학했다면서 갑자기 훈수를 두기 시작한다. 조금 어리둥절한 기분이 ...2025-01-16 20:27
‘밀린 월세 입금해주세요’ 어떻게 버무려야 생채기 덜 낼까‘밀린 월세 입금해주세요.’어떻게 말해도 불편한 감정을 유발할 이 말을 어떻게 하면 덜 기분 나쁘게 할 수 있을까. 임차인의 두 번째 월세 미납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2022년, 전국적인 부동산 하락을 앞두고 전 재산을 털어 인천에 작은 연립주택을 하나 샀다. 기가 막...2024-12-13 17:19
캐슈너트 빠진 감자수프, 오히려 좋아6년째 비건 레시피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고 있지만 쿠킹클래스 제안이 들어오면 정중히 거절했다. 아니, 했었다. 나는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는’ 사람이니까.하지만 들어오는 일이 채식 요리 클래스밖에 없는 시기라면어떨까? 선택해야 한다. 대출 상환을 제때 ...2024-11-14 17:03
무화과의 과육은 폭죽을 닮았다지추석 연휴가 지나도록 이어지던 무더위가 드디어 물러갔다. 사계절 내내 미지근한 물을 고집하는 내가 얼음물을 들이켜게 한, 길고 뜨거운 여름이었다. 폭우 이후 갑자기 찾아온 가을을 만끽할 여유도 없이 축제의 달이다. 4년째 사는 중인 경남 진주에서는 매년 10월이면 ‘진...2024-10-13 17:07
무사히 노인 되어 열무비빔밥 먹고파불볕더위에 입맛을 잃었다가 템플스테이에 다녀온 뒤로 입이 터졌다. 여름 끝자락, 대한민국 3대 사찰 중 하나인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2박3일을 머물렀다. 평일에만 신청 가능한 휴식형 템플스테이로 2인실 기준 하루 7만원이면 삼시 세끼 먹여주고 재워준다. 그림 같은 가야...2024-09-18 09:39
내 장례식엔 고통받은 동물이 없기를늘어가는 주름처럼 가야 할 장례식이 늘어난다. 결혼 소식보다 부고를 더 자주 듣는 시기가 왔다. 생애 주기가 이렇게 짧았던가. 아쉽게도 이번 생에 번식은 실패했지만 익어갈 열매가 없어도 나이테는 늘어나는 법이다. 차가운 편육과 홍어무침, 떡과 과일이 밥과 함께 빠르게 ...2024-08-20 17:11
물까치 가족 위해 에어컨은 쉽니다봄에 산 곤약의 유통기한이 끝나간다. 흔하지만 독특한 식재료인 곤약, 뿌옇고 탄력 있는 덩어리를 잘라 무알코올 맥주에 곁들일 술안주를 만든다.‘칼로리가 낮으니 밤에 먹어도 괜찮지.’비와 계절로 끈적한 밤, 더운 공기를 씻어줄 시원한 맛을 조립한다.이번 여름 아직 에어컨...2024-07-23 20:10
싱그러운 여름 오이 탕! 탕!애인의 2차 항암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진료를 앞두고 의사 집단휴진 뉴스가 들려온다. 예약된 날짜에 진료받을 수 있을지 아직 모른다. 생명의 가치, 사회적 약속이 깨어지는 한복판에서 시스템이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불안감에 무너지지 않으려 더욱 건강한 식재료로 밥을 짓...2024-06-22 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