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3일 밤 10시24분 내란이 대한민국을 덮쳤다. 내란의 우두머리인 대통령 윤석열은 충암파를 통해 계엄을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수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충암고 선배인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과 충암고 후배인 방첩사령관 여인형과 계엄 계획을 세웠다. 틈틈이 내란에 동원된 부대장들과는 안가에서 김치찌개 모임을 하면서 팀워크를 다져왔다.
12월3일 저녁에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707특임대를 태운 블랙호크 12대가 한강 상공을 지나가는 것을 당직 서던 수방사 대령이 지체시키지 않았다면, 국회 운동장이 넓어서 헬기 12대가 한꺼번에 내릴 수 있었다면, 그래서 밤 11시까지 병력이 국회를 장악했다면, 모든 일은 윤석열과 김용현이 머릿속으로 그렸던 망상대로 진행됐을지도 모르겠다.
내란이 몰고 온 쓰나미는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경제도 집어삼켰다. 내란 이전에도 한국 경제는 대통령 윤석열의 2년 반 동안의 실정으로 거의 빈사 상태에 빠져 있었다. 건전재정을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세수와 기금만 줄었고, 관리재정수지는 100조원을 넘었다. 재정운용을 서툴게 해서 재정이 경제성장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경기 침체를 가속화시켰다.
국제통화기금(IMF)의 4조 협의(Article IV Consultation)라는 것이 있다. IMF는 4조 협의에 따라 매년 회원국들의 경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정책 조언을 제공한다. 회원국들의 경제 상황에 대해 평가하고,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권고가 협의 내용에 포함된다. 2024년에도 IMF 미션단이 4조 협의를 작성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을 만나고, 국책연구소를 방문하고, 국회 등 관련 기관의 전문가들과 면담했다. 면담 결과를 정리하고, IMF가 가지고 있는 모형에 기초해 분석한 결과를 연례협의 보고서에 담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IMF는 2025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상황에 따라서 1%대로 둔화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기존의 2% 중반대에서 2.0%로 하향 전망을 했다. 경제는 잘나간다고 호언하던 윤석열의 발언과 차이가 컸다.
IMF는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이유로 두 가지 정도를 들었다. 경제 성장 동력을 끌어올릴 상방 요인이 적은 반면, 하방 위험은 많다고 판단했다. 수출, 소비, 투자 등 국내 경기를 좌우하는 성장 추세가 계속 악화하고 있었다. 수출은 2024년 8월까지 동기 대비 월별 수출액 증가율이 10%를 상회하다가 10월부터 4.6%로 반토막이 났다. 10월의 소비도 크게 감소했다. 10월의 소비는 9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건설업체의 실적을 나타내는 10월의 건설기성액(건설업체의 국내 공사 현장별 시공 실적을 금액으로 조사해 집계한 통계)은 전월 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12.1% 감소했다.
내란 이전에도 한국 경제는 이미 침체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다고 내란은 한국 경제를 불구덩이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먼저, 역외시장이 열려 있던 환율이 반응했다. 12월3일 계엄이 선포된 시간을 기점으로 환율이 치솟기 시작했다. 12월3일 계엄 이전 1403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계엄 발표 30분 뒤인 밤 11시에는 1444원으로 2.9% 치솟았다. 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이 같은 날 밤 11시40분 이른바 F4 회의를 개최했다.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은행 총재가 모여 당시 열려 있던 외환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조처를 논의했다고 한다. 자정이 넘어 ‘무제한’ 유동성 공급이라는 특단의 메시지가 나왔다. 그러고 나서야 환율은 1420원으로 진정됐다. 계엄을 돕기 위한 조처인지 아니면 단순한 시장 안정화를 위한 조처였는지는 수사가 필요할 것이다. 계엄이 정리된 이후인 12월6일에는 계엄 전 대비 1.2% 상승한 1420원에 거래됐다.
변동성이 높은 가상자산은 계엄으로 큰 영향을 받았다. 대표적인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은 계엄 이전 1.35억원에서 밤 11시를 기점으로 해서 35% 떨어진 0.88억원에 거래됐다. 한국인 지분율이 높은 리플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크게 반응했다. 계엄 이전 4025원에서 계엄 이후 밤 11시에는 60% 떨어진 1623원에 거래됐다. 리플은 계엄 이후인 12월6일에도 3276원으로 계엄 이전 가격을 회복하는 데 실패했다.
주식시장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엄 발표 시점에는 개장돼 있지 않아서 즉각적인 피해는 면할 수 있었다. 계엄 발표 다음날인 12월4일 주식시장 개장 여부에 대해서도 정부에서 논의가 있었고, 일상의 평온을 찾기 위해 개장했는데, 코스피는 12월6일 기준 계엄 전보다 2.9%, 코스닥은 4.3% 하락했다. 이른바 윤석열 디스카운트가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불법 계엄이 선포된 지 6시간 만에 계엄은 해제됐다. 한국의 민주 회복 탄력성이 주목받았다. 한국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인명 피해 없이 단시간 내에 계엄을 해제한 것에 대해 외신들도 호평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통치 능력이 결여돼 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믿음에 기초해 비합리적 결정을 한다는 사실이 전세계에 타전됐다. 포브스는 윤석열이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 킬러이며, 계엄의 경제적 대가는 국민이 할부로 치르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증시와 원화가 정치적 위기 심화에 따라 폭락했다고 지적했으며, 뉴욕타임스 역시 계엄령 선포로 인해 한국 경제가 암울한 전망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12월7일 국민의힘은 윤석열에 대한 탄핵 절차에 참여하지 않았다. 국회의 윤석열에 대한 탄핵 투표는 불성립됐다. 이에 따라 집권 여당이 이번 내란사태를 조기에 종식할 의사가 없음이 드러났다. 젊은 여성들의 응원봉 시위에 힘입어 12월14일에 윤석열 2차 탄핵안이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하기는 했지만, 헌법재판소의 6인 체제 불안정성은 계속됐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총리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국회에서 선출한 헌법재판관의 임명을 거부했다. 이미 합의해서 선출된 헌법재판관을 합의해 오라는 이상한 요구를 했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부족하지만 2명을 임명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 볼 수 있다.
국외 투자자 입장에서 봤을 때 한국의 대통령은 내란을 일으키고 내각과 집권 여당은 이를 조기에 수습할 의사가 없음이 명백해졌다. 조기에 내란이 종식되는지를 관망하던 투자자들이 불안해지면서 한국 자산 처분에 나설 것이라는 흉흉한 얘기가 돌았다. 이러한 불확실한 상황을 반영해 환율은 급등했고 1500원에 근접하고 있다. 몇 달 전 최상목 부총리가 1400원이 뉴노멀이라고 선언한 적이 있는데, 조만간 1500원이 새로운 뉴노멀이 될 수도 있다.
경제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프랭크 나이트 이후 경제학자들은 리스크(Risk)와 불확실성(Uncertainty)을 구분한다. 리스크는 미래 결과에 대한 확률 분포를 아는 상황이다. 가능한 결과와 각 결과가 발생할 확률이 알려져 있어, 이를 기반으로 계산이나 예측이 가능하다. 경제 주체들이 설명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확률적 상황이라 볼 수 있다. 설명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면, 가격을 매길 수 있게 된다. 가격을 매길 수 있다면, 거래할 수 있다.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거나, 아니면 보험에 들거나 보험에 들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러면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되고, 시장은 빠르게 균형을 찾고 안정된다.
반면, 불확실성은 미래 결과에 대한 확률 분포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결과와 확률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이를 예측하거나 계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해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가격을 책정하기 어렵고, 경제적 판단이 어려워진다. 경제 주체들이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고, 균형이 어디로 수렴해 갈지 예측할 수 없다. 시장은 안정을 찾지 못하고 경제는 위축된다.
한국 경제는 지금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길 원한다. 탄핵 절차는 온전한 9인 체제의 헌법재판소에 맡겨놓고, 국민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경제는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신년사에서 그런 의견을 밝혔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예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절차를 따라, 합리적인 결과를 찾는 경로로 내란사태가 해결된다면, 우리 경제는 내란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하는 과정에 나온 경제의 움직임을 보면, 그 답이 더 명확해진다. 2016년 10월 태블릿피시(PC) 사건이 보도되고 탄핵이 발의된 뒤 우리 주식의 시가총액이 38조원 감소했다. 하지만 박근혜의 탄핵 가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탄핵 가결일 이전에 이미 주가는 상당 부분 회복한 바 있다. 탄핵안이 발의된 이후 시가총액이 38조원 감소하기는 했지만, 여당의 탄핵 찬성 의결이 표출되고 탄핵 가결 전망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완전히 회복됐다.
2025년 1월2일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따르면, 2025년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1.8%로, 2024년 12월 발표된 한국은행의 1.9%보다 낮다. 1월20일에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 통상정책은 우리 수출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잦은 감세로 우리 재정 여력이 감소했고, 내란으로 리더십이 부재한 상태에서 대응 능력이 떨어진 것이 큰 위험요인이기도 하다. 어쩌면 2025년의 성장률은 1% 초중반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내란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는 길은 헌법과 법률이 예정한 절차대로 온전한 형태의 헌법재판소가 빠른 판단을 내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응용데이터사이언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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