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6년 동안 대학생으로 지내면서 취업 준비에는 꼭 ‘인턴 준비’가 뒤따랐다. 취업 시장에서는 강의실에 앉아 공부만 했던 사람에게 기회를 잘 주지 않았다. 경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의 ‘경력’ 타령에 대학생들은 “다 경력만 뽑으면 우리는 그럼 어디서 경력을 쌓느냐”는 자조적인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인턴은 대학생들이 경력과 경험을 쌓기 좋은 스펙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인턴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좋은 인턴 자리일수록 취업 시장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평범한 대학생들에게 대기업 인턴 자리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2012년 스무 살이던 한 미디어 전공 대학생이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인턴을 했다. 그는 반년 전에는 세계적 대기업 삼성전자에서도 인턴을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취업 시장이 얼어붙은 때였다. 이 능력 좋은 대학생은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의 초대 민정수석비서관 김주현의 딸이다. 딸이 인턴을 했을 당시 김 수석은 법무부 고위 관료로 근무하고 있었다. 김 수석의 딸은 당시 주변 지인들에게 “별도 전형 절차 없이 인턴을 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실제 김앤장 법률사무소에는 학부생 인턴을 뽑는 공식 공고가 없다. 김 수석의 ‘아빠 찬스’ 의혹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김 수석의 딸은 이 경력을 활용해선지 그 뒤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했고, 2023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세평 검증을 위장해 정적과 정치적 반대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며 민정수석실을 폐지했다. 하지만 4·10 총선 패배 이후 느닷없이 “민심 청취용”이라며 2년 만에 민정수석 자리를 부활시키고 딸과 함께 김앤장에서 일하던 김 수석을 그 자리에 발탁했다. 윤 대통령은 “아무래도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해 언론 사설부터 주변 조언 등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검찰 고위직을 두루 거치면서 마침내 국내 최대 로펌과 세계적인 대기업으로부터 자녀의 ‘특혜성 인턴’까지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김 수석이 보편적인 시민들의 ‘민심’을 제대로 청취할 수 있을까. 민심을 듣기 전에 ‘아빠 찬스’를 두고 나오는 보편적인 시민들의 공분에 응답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단독] 김주현 민정수석 딸, 언론학부생 때 김앤장 인턴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601.html
김주현·이균용·이상민·오동운…그들만의 ‘로펌 리그’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6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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