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부부의 결혼할 권리, 인정할 때 되지 않았나요

‘혼인평등소송’ 원고로 참여한 한국 동성부부 11쌍과 법률대리인단이 2024년 10월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동성혼 법제화 실현을 위한 혼인평등소송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e-mail]

‘커밍아웃의 날’인 2024년 10월11일 한국에서 생활하는 동성부부 11쌍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동성부부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않은 구청 처분은 부당한 차별이기 때문에 법원이 이를 바로잡는 결정을 해달라는 소송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헌법소원까지 고려하고 있다. 동성부부 혼인을 인정하지 않는 사법부의 차별을 무너뜨리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혼인평등소송’이다. 이상철·박종근씨 부부가 2004년 3월 구청에 가서 불수리 통지 대상인 동성 간 혼인신고를 한 때로부터 20년여, 2014년 5월 김조광수·김승환씨 부부가 구청의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에 불복하는 신청을 법원에 했을 때로부터 10년여 만에 제기되는 소송이다.

이성 간의 혼인만이 가능한 지금의 가족제도를 바꿔 혼인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결성된 캠페인 조직 ‘모두의 결혼’으로부터 소송 참여 제안을 받은 동성부부들이 원고인단으로 참여했다. 차별과 혐오가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이들의 소송은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대법원은 2024년 7월 ‘동성 동반자’의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동성 동반자는 직장가입자와 단순히 동거하는 관계를 뛰어넘어 부부 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 동성부부를 사실혼 관계로도 인정하지 않았던 기존 법원 판단이 끝내 뒤집혔다.

동성부부의 결혼할 권리를 인정하자는 사람 비율도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갤럽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동성혼 법제화 찬성 비율은 2019년 35%에서 2021년 38%, 2023년 40%로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동성혼을 법제화한 나라도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2024년 10월 기준 39개국으로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27개국(71.1%)에서 현재 동성결혼이 가능하다.

한국 동성부부 11쌍이 2024년 10월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동성혼 법제화 실현을 위한 혼인평등소송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소송에 참가한 박지아씨(앞줄 오른쪽)가 어머니 신영순씨(가운데)의 지지 발언을 대신 읽으면서 울고 있다. 박씨 배우자인 손문숙(왼쪽)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명진 기자 [e-mail]

한국 동성부부 11쌍이 2024년 10월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동성혼 법제화 실현을 위한 혼인평등소송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황윤하씨(앞줄 오른쪽)의 어머니 한은정씨(가운데)가 지지발언을 마친 뒤 황윤하·박이영글(왼쪽) 부부를 안아 주고 있다. 김명진 기자 [e-mail]

혼인평등소송 대리인단으로 참여한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지난 10여 년 동안 성소수자를 둘러싼 사회 변화가 있었고 국제 정세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부부를 이성 간 결합으로만 한정할 필요가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겨레21은 소송에 참여한 11쌍의 부부 중 3쌍을 만나 소송에 참여한 이유와 소송에 거는 기대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었다. 2024년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동성혼을 인정한 타이에서 혼인평등 운동을 한 시민단체 활동가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오세진 기자 [e-mail]

한국 동성부부 11쌍이 2024년 10월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동성혼 법제화 실현을 위한 혼인평등소송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e-mail]